초대일시_2009_0826_수요일_05:30pm
관람시간 / 12:00pm~08:00pm / 월요일 휴관
꽃+인큐베이터_Ccot + Incubator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7-36번지 B1 Tel. +82.2.6414.8840 www.velvet.or.kr
어느 날, 천안 아산역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그 역에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고속열차를 보았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나가는 거대한 물체. 언젠가는 열차 안에서 내 이동 속도를 한 번 느껴보고 싶지만, 바깥으로 통하는 바람구멍 하나 없으니 속도를 실감할 수 없다. ● 속도가 극한으로 빨라지면 지리적 공간이 소멸한다는 비릴리오의 주장을 상기하며, 지나가는 열차를 촬영하여 내가 느낀 속도감을 있는 그대로 영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궁리해 보았다. 그러나 영상이란 뤼미에르의 필름처럼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는 필름에서조차도 연출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극히 미비해 보이는 연출에 의해서도 관객들이 놀라 달아날만한 환영을 줄 수 있는 매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또는, 빛처럼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모습을 감쪽같은 특수효과를 통해 실감나게 전하는 수많은 영화들 때문에 영상으로 보는 시속300km는 더 이상 감흥을 줄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 지나치는 열차를 플랫폼에서 만나면 찰나를 지나는 천둥번개처럼 요란한데 비해, 열차 안은 고요하다. 나는 열차를 타면 창밖을 바라보거나 잠을 잔다. 이 경험은 극장 안에 머물러 있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창 너머로 보이는 공간 속을 내가 지나고 있다기보다는 마치 영화를 통해 흘러가는 영상을 보는 듯하다. 열차에서 내릴 때면 극장에 불이 켜질 때처럼 앞 사람을 따라 나가 바깥의 공기를 마시고 다른 소음을 들을 수 있다. ● 이 전시는 점점 빠르고 점점 더 멀리 갈 수 있으면서도 나로 하여금 속도에 무감각하도록 진화해가는 운송수단에 관한 체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출퇴근하는 일상에서 이동하는 거리보다 이동시간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면서, 지리적 공간에 대한 나의 감각이 속도와 교통망에 의해 서서히 그러나 큰 변화를 겪고 있을 테지만 나의 몸은 그 변화를 일일이 느낄 수 없다. 나에게 무궁화호과 KTX의 큰 차이점은 좌석의 넓이이며, 똑같이 액셀을 밟거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없고 딴 생각을 하고 잠을 잘 수 있다. ● 몸의 연장이라는 각종 미디어로 인해 생긴 인식과 체감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것, 디지털화되어가는 영상기계가 그러한 것처럼 운송수단의 이러한 변화가 세상에 대한 우리의 감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을 전하는 것이 이 전시의 주제이다.
「출근길의 길이」는 반포동 집에서 충남 아산시 신창면에 있는 직장까지의 공간을 가는 내 몸의 이동경로를 비디오로 기록하여, 비디오 영상을 초당 한 장씩 프린트하여 공간적으로 배열한 것이다. 이것은 마치 지도를 만들 때 실제 공간의 거리를 축척을 통해 재구성하는 것처럼, 비디오라는 시간적 매체를 통해 공간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KTX에서 본 풍경」은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는 동안 열차 내에서 촬영한 비디오 영상이다. 하나의 경험에 대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다중의 감각을 표현해 보고자 두 개의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하였다. ■ 김이진
Vol.20090826h | 김이진展 / KIMLEEJIN / 金利珍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