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구7구의 눈

시각적 환영과 촉각적 형태 ● 김동원의 이질적 '초상화'에 내재된 깊이의 결여와 공허함은 존재론적이고 사회학적 차원에 한정되지 않고, 실재와 환영에 얽힌 회화적 차원의 문제의식이 관철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텅 빈 벽, 또는 공간을 배경으로 그 위에 모호하게 얹혀있는 얼굴들은 건드리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릴 듯하다. 얼굴 뒷면이나 배후에는 아무것도 없음이 강조되고, 얼굴 자체도 2차원이 접혀 만들어진 3차원적 환영이다. 구겨진 형태를 이루는 크고 작은 면들이 보여주는 원근감의 해체와 촉각적 성질,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환영은 분석 큐비즘의 공간과 비교될 수 있다. 존 골딩은 [큐비즘]에서 큐비즘의 공간 감각은 세잔의 말기 그림들에 잠재되어 있는데, 세잔의 그림 대상들에 내재된 미묘한 형태의 왜곡과 추상화는 그림에서의 단단함 및 구조의 감각과 공존한다고 지적한다. 김동원의 그림에서 평면을 구겨서 만든 형태는 전통적 원근감을 배제하면서도 회화적 공간으로 압축된다. 그것은 존 골딩이 지적한 세잔 이후의 근대회화처럼, 깊이를 제한하면서 평평한 화면 위로 회화적 공간을 압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크기와 형태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작은 면들은 얼굴이라는 구상적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서로 포개지면서 마치 저부조같은 물질성을 강조한다. ■ 이선영

김동원_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4_캔버스에 유채_130×130cm_2009

내가 믿어왔고,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지금 내 눈앞에서 보이는 것들이 재처럼 부서져 거짓된 상의 증거물처럼 보여졌다. 사실이 해석일 뿐이고 진실이 형체가 없다면, 인물을 보는 나의 시선도 그렇다.(김동원)

김동원_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5_캔버스에 유채_116×81cm_2009

김동원_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2_캔버스에 유채_116×81cm_2009

작가 김동원은 'LOSING FACE' 연작을 통하여 인간을 종이처럼 외부의 자극에 의하여 쉽게 구겨지고 찢겨지는 존재로 가시화해 내고 있다. 익명의 얼굴들은 구겨지기도 하고, 타 들어가기도 하고, 찢겨지기도 한다. ● 피상적인 이미지의 불완전함을 느낀 작가는 그것을 구겨본다. 하지만 구겨진 종이 위의 그 대상은 아직 시각적으로 인식 가능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losing face, 2008). 그래서 작가는 그 실체의 가면을 벗기기 위하여 종이를 찢어낸다. 찢겨진 이미지의 내면으로는 단순화된 회색음영의 실루엣만이 나타날 뿐이다. 눈에 보이는 존재의 허망함, 연약함, 일시적임은 작가에게 그것이 현대에 소비되는 물질들처럼 다가왔고, 작가는 그러한 불완전한 존재에 대한 이미지를 증거해낸다. ● 그는 우리에게 단순히 눈에 보이는 그들의 존재에 대한 증거가 아닌, 그들의 삶에 -현대의 삶에- 대한 증거를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pretty girl'은 큰 선글라스로 얼굴의 반을 가려,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도 추정하기 힘든 얼굴을 보여준다. 김동원은 이 익명의 인물을 '예쁜 소녀'라고 지목해 주며, 우리는 그 지목으로 우리가 인지 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받아들인다. 명명됨으로써 인지될 수 없는 존재는 인식된다. '수집된 아름다움l'에서 복제를 거듭한 pretty girl은 다량으로 수집, 소비 되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이것은 한 사람의 쇼핑백이라는 것이다. 그 한 명의 소비행태를 보자면 그는(혹은 그녀는) 이미 자신이 무엇을 소비하였는지, 무엇을 소비 할 것인지를 잊고 있다. 이것은 불완전한 이미지에 의해 파생 가능한 현대의 이미지이다. 현대인이 담고 있는 이미지들은 모두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동시에 모두 다른 것일 수도 있다. 도시란, 실존이란 것이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게 되는 장소이다. ● 김동원의 'LOSING FACE'는 현실의 경계를 확산시켜 실재하는 또 하나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것은 실재한다고 인식되는 것보다 더 실재적이고 그럼으로써 인간의 실존적 모습에 더 다가가 있는 것이다. ■ 김영은

김동원_TRIP_캔버스에 유채_112×145cm_2009

Through his series 'LOSING FACE,' artist Kim Dong-won visualizes the human beings into the beings which can be easily crumpled or torn by an external stimulation. The anonymous faces are crumpled, burnt up or torn. ● The artist who has felt imperfect for the superficial images crumples them. The subjects on the crumpled paper remain perceivable visually. (Losing Face, 2008). So, the artist tears out the paper to take off the mask from the real beings. Only the simplified silhouettes of some gray shade appear inside the torn images. ● The artist perceives that falsehood, feebleness and ephemerality of the visible beings are like the contemporary commodities being consumed, and thus, he proves the images of such imperfect beings. He suggests not the proof about the beings simply visible but the proof about their life - contemporary life. 'Pretty Girl' the half of whose face is covered with the sun glasses is not discernible: boy or girl, young or old. Kim Dong-won calls this anonymous figure 'pretty girl,' and we receive all data recognizable from the title. As it is called, it is perceived although it cannot be identified. 'Pretty Girl' which has been reproduced in 'Collected Beauty' is collected and consumed in great quantities. Here, what is interesting is the fact that it is a person's shopping bag. If we observe the person's consumption pattern, he (or she) forgets what he (or she) has consumed and will consume. It is a contemporary image which can be derived from the imperfect image. The images harbored by our contemporary people may be all same and all different simultaneously. The city is a place where we cannot know whether there is an existence or not. ● Kim Dong-won's 'LOSING FACE' shows us another reality that exists due to the expanded boundary of reality. Not that it is recognized as existential but that it is more real and therefore that it reflects our human beings' existential look more. ■ Kim Young Un

The things I have believed in and I have thought as real. All those things visible to me have been reduced to the ashes or the proofs of the false images. As the fact is equated with the interpretation, having no real form, so is my view of the human beings. (KIMDONGWON)

Vol.20090826b | 김동원展 / KIMDONGWON / 金東元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