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미展 / PARKJONGMI / 朴種美 / sculpture   2009_0819 ▶ 2009_0824

박종미_The memory of old city_조합토, 철유, 산화소성_180×300×300cm_200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가이아 GALERIE GAIA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7-1 Tel. +82.2.733.3373 www.galerie-gaia.net

사유체계를 담는 장소성의 구축 - 집 ● 여러 그룹전을 통해 익히 보아오던 박종미의 90년대까지의 조형작업들은 여성의 정체성을 표현했는데 이번 개인전에서 보여주는 박종미의 작품들은 삶의 여정과 흔적을 담은 장소들이다. 물론 작품의 방향이 급선회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개인전은 재료나 제작기법에서 세라믹 기법을 차용하면서 작가만의 독창적 세계를 열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박종미의 이번 전시는 도자기를 접하게 된 2000년대 초 부터의 작업이 주를 이룬다. 이 시기 초에는 테라코타 형식을 취하다가 형태를 만들어 굽는 과정에서 그녀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도자기의 유약과 흙과의 만남, 굽는 온도 등의 세라믹 기법은 그녀의 작업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 지난 작업들은 천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멈춘 상태를 이용한 부조 작업에서처럼, 분노와 같은 감정을 거칠게 표현하거나, 천을 넣고 물감을 들여 붙인 큐빅 형태에 폴리코트로 인체의 부분을 따서 붙이는 등, 서술적 이미지를 결합시켰었다. 그 당시의 방법을 이용한 작업 「건물 더미」는 합판을 사용하여 육각형을 만들고 사각의 박스에 천으로 모자이크를 한 후, 개인의 인생사들이 담긴 잡지기사나 이미지의 망점을 떠서 실크스크린 판화 기법으로 천에 점착시킨 작업이다. 그리고 그 프린트한 천을 잘라내어 바느질 한 후 이들 형상들에 씌운 다음, 이 형상들을 넘어뜨린다거나 쌓아 올리는 방법으로 설치하여 사람들의 삶이 쌓여있는 것과 같은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였다. ● 한 동안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하여 작업하다가 작업 형태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도자기의 주재료인 흙을 만나면서부터이다. 우리는 이미 흙이 매우 오래된 소재임을 잘 알고 있다. 흙은 원시미술의 벽화, 갖가지 토기들, 토담과 집, 테라코타 조각에서부터 현대의 회화에 이르기 까지 예술과 거주 문화의 주요 소재이자 역사적 시간을 보유하는 장소이다.

박종미_회귀ll_혼합재료_120×140×5cm_2009
박종미_The Old House_조합토, 철유, 산화소성_64×55×28cm_2009

스페인 화가 안토니 타피에스는 50년대 작업에서 흙을 이용하여 오래된 장소의 역사적인 시간과 서정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녀의 조형세계에도 흙은 영감을 주는 특히 중요한 재료이다. 흙에서부터 그녀 안에 살아 숨쉬는 근원적인 장소와 만난다. 그것은 일상에서 느끼는 서정성일 수도 있지만 오랜 기억, 어머니에 속해 있던 태초의 장소와 연관된다. 그녀는 흙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반영하는 형태, 무엇을 담는 용기와 같은 형태나 흔적, 특히 집 모양의 형상을 빚어낸다. 그러나 이들의 형상은 실재하는 장소가 아니며, 그녀를 존재하게 하는 모든 기억, 근원적인 장소, 그녀가 여행했던 장소, 그리고 현재의 삶의 영양소가 되어 내일을 기약하는 그 기억이 살고 있는 곳이다. ● 그녀의 작품에는 집의 형태가 많은데, 그것은 형상자체에 관심을 보이지 보다는 집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통해 작가 자신의 존재를 찾고자 함이다. 집은 구획되어지고 보호받는 영역들의 이미지에 대한 상징이다. 작가 자신이 근원적으로 존재했던 원래의 자리이자 그녀가 자신의 삶의 가치를 느끼는 실존의 터이기도 하기 때문에 집은 어머니의 자궁처럼 존재의 공간이자 장소가 되는 것이다. ● 가스통 바슐라르가 그의 저서 『공간의 시학』(1957)에서 언급한 것처럼, 집은 우리에게 여러 흩어져 있는 이미지들을 결집시킨 이미지들의 통합체를 제공한다. 집이란 세계안의 우리들의 구석이자 최초의 세계이며, 하나의 우주이다. 어른이 된 우리는 집의 우주에서 그 유대가 최초로 얽혔던 상태를 이젠 느끼지 못하지만, 자아와 비자아의 변증법적인 상충 작용에 의해 세계를 발견하는 지평을 열어준다. 참된 의미로 거주되는 일체의 공간은 집이라는 본질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생각과 꿈을 통해 집을 그것의 실제태와 잠재태 가운데 사는(體驗) 것이다. 집의 몽상가에게는 가장 오래된 기억마저도 넘어서는 태고적 과거의 한 영역이 열려진다. 집은 하늘의 뇌우와 삶의 뇌우들을 거치면서도 인간을 붙잡아 준다. 그것은 육체이자 영혼이며, 인간 존재의 최초의 세계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몽상 가운데에서의 집은 언제나 커다란 요람이다. 때문에 그녀의 집은 방랑하는 우리인간의 초상을 담기도 하고 시간과 존재를 담는 그릇이기도 하다. ● 그녀의 집은 단순한 형식을 지니지만 집이라는 형상의 공간적 특징은 기억이라는 매체를 통해 무의식적 조형으로 나타난다. 귀스타프 융은 『영혼을 탐색하는 현대인』(1933)에서 '집단 무의식'의 진전에서 드러나는 정신적 의미를 강조했다. '집단 무의식'이란 태고의 이미지들, 즉 기본적인 모티프나 원형의 근저에 있으면서 다양한 문화에서 스스로 반복되어 나타나는 심리 상태다. 형상의 특징은 우리가 이미지로 이해하고 있는 친숙함에 의해 보강된다. 그리고 그것은 여러 정보들 가운데 특별히 의미있는 어떤 이미지를 더 선호한다. 그녀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이미지는 삶의 흔적과 서정이 깃든 시간의 흐름이다. ● 그녀의 작업 중 「벌레붙은 집들」은 세월의 흐름을 나타낸다. 오랫동안 비워 두었던 장소에서 만난 풍뎅이가 모티브가 된 이 작품은 균열이나 녹이 슨 것과 같은 산화철 색이 중후한 느낌을 강조한다. 풍뎅이는 기억 속에서 또 다른 이미지, 화려한 색채를 지닌 「보석 풍뎅이」가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형상은 하나의 장소가 된다.

박종미_집과 나_조합토, 백매트, 산화소성_36×35×17cm_2009
박종미_The Houses

「하얀 성 I」, 「집과 나」, 「오래된 도시의 기억」은 여행 중의 스케치에서 비롯된 도형적 해석이다. 이들 작업은 현장의 실재 이미지이기 보다는 여행에서 느꼈던 복합적인 느낌의 표현이다. 때로는 중세의 성당이나 고대 도시 같은 낡은 느낌 표현을 집이나 건물 형태를 빌어서 표현 한다. 「집과 나」는 집과 사람의 이미지를 오버랩 시킨 형상으로써 집을 지탱하고 있는 나의 상징적 모습이기도 하다. 「오래된 도시의 기억」은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집들이 모여 군락을 이룬 형태이다. 여기에서 집들은 단순히 하나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을 뿐 실재감은 없다. 다시 말하면 형상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면서 어떤 간격, 즉 거리를 유지한다. 이것은 우리의 삶에서 집단과 개체가 지니는 현대인의 모습일 수도 있으며, 집단을 밖에서 바라보는 '나'의 소외된 시선일 수도 있다. 이들 작품들은 하이데거가『존재와 시간』에서 "나를 위해 있는 사물의 세계에서 계속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곧 자기 자신 때문에 그런 세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나'"라고 한 밝힌 바와 같이 '본래적인 실존'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흔히 시간 속에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본질(Wesen)이라 하는데, 하이데거는 그 본질도 동사적으로 볼 것을 요청한다. 동사적으로 존재함은 시간 속에 있음이며, 그것은 자기 자신을 전부 내보일 수 없다. 그것은 항상 숨겨져 있다. 예술의 세계에서는 예술가들이 바로 이 '숨김'을 보는 것이다.(이기상,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참조) 그녀는 테라코타에 벽돌 색과 연결되는 철과 같은 특유의 붉은 색 유약처리를 한다거나 줄무늬, 집 형상의 뒤틀림이나 뭉툭한 느낌의 마티에르 등으로 오래된 장소와 시간의 흐름에 내포된 내적인 삶을 은유한다. ● 「회귀 I」 「회귀 II」는 길을 주제로 한 작업이다. 길은 우리의 우리 삶의 여정이자 소통하는 공간이다. 그녀의 작업에서 길은 또한 시간의 흐름, 즉 지나간 흔적과 같은 족적을 상징하기도 한다. 「회귀」라는 작품 명제는 한 바퀴 돌아 그 자리로 감, 돌아감, 즉 자기 자리를 찾아가거나 혹은 되돌아가는 여정을 의미한다. 이 작품에서 물고기 이미지를 결합시킨 여러 개의 발자국 흔적이 원래 자리를 향해 행진하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있다.

박종미_The Blue Temple II_조합토, 철유, 망간, 장석, 환원소성_50×23×26cm_2009
박종미_회귀1_조합토, 철유, 산화소성_230×110×3cm_2009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녀는 현재, 대부분의 설치와 조각에 세라믹 기법을 활용하고 있지만, 그녀는 항상 조각가의 입장에 있다. 그녀가 흙을 단순한 테라코타가 아닌 세라믹 기법을 활용하는 것은 돌처럼 결집력이 강하고 견고할 뿐 아니라 유약이나 흙을 가공 처리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우연적이고 자연적인 재질감 덕분이다. 세라믹 기법은 흙과 유약, 굽는 온도 등,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성분에 의해 너무 다양하고 변수가 많다. 그녀는 여기에서 새로운 조각 영역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녀의 이번 전시는 이러한 세라믹의 조각적 가능성을 타진하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그녀가 구축한 형상들은 실재하는 어떤 장소의 유사성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현재에서 미래를 지향하는 시간과 존재를 담은 의미론적인 장소이다. 따라서 박종미의 작품 하나 하나는 거울처럼 그녀의 사유체계를 담는 그릇이 된다. ■ 이봉순

Vol.20090820g | 박종미展 / PARKJONGMI / 朴種美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