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8_0820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고낙범_김상균_김재홍_Erick Oh(오수형)_이동욱_이승애_조소희_홍명섭 Philip Brophy_Daniel Greaves_Ni Haifeng_Andy Lyon_Dennis Miller_Anneè Olofsson Julianne Rose_Marcus Tomlinson_Nicole Tran Ba Vang_Unmask
주최_코리아나미술관 후원_(주) 코리아나화장품
관람료_개인 3000원, 초중고 2000원 / 단체(10인이상)_개인 2000원, 초중고 1000원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코리아나미술관 Coreana Museum of Art 서울 강남구 신사동 627-8번지 전관 Tel. +82.2.547.9177 www.spacec.co.kr
피부skin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의 몸을 감싸는 겉싸개로서 외부 자극을 수용하는 가장 거대한 감각기관이다. 따뜻함, 차가움, 부드러움 등의 자극을 최초로 받아들이는 곳이 피부인 것처럼 인체의 가장 최전선에 위치한 피부를 통해 우리는 외부 세계와 가장 먼저 접촉한다. 디디에 앙지외(Didier Anzieu)가 피부 자아(Le Moi-Peau)라 명명했듯이 피부는 자신의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게 하는 '경계'로서 물리적인 외양을 형성함과 동시에 자아를 형성케 하는 심리장치의 표면이다. 또한 아름다움과 완전함, 인종과 성, 계급과 지위가 표상되는 사회적 장소이며, 화장이나 문신의 행위처럼 그 위에 무언가를 그리거나 각인할 수 있는 표면surface이다. ● 현대미술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피부에 접근하였다. 성형수술을 통해 변화하는 자신의 피부를 퍼포먼스로 제시하는 오를랑Orlan을 포함하여, 자신의 얼굴과 피부를 캐스팅하고 피로 자화상의 조각을 만든 마크 퀸Marc Quinn, 피부와 인종의 문제를 추상회화로 제시하는 바이런 킴Byron Kim 등 수많은 현대 미술가들은 피부에 대한 존재론적 사회적 해석을 가해왔다. 특히 피부가 가지는 촉각성, 불안정성, 연약함, 유동성, 중심의 부재 등의 개념적 지표들은 동시대 현대미술의 개념들을 숨겨놓는다. ●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씨에서는 현대미술이 피부를 표상하는 다양한 방식을 살펴봄으로써 동시대 미술과 피부개념의 관계를 조명하는 『울트라 스킨』展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피부와 자아', '사회적 의미를 각인하는 장소로서의 피부', '껍질과 표면으로서의 피부', '피부의 미시적 풍경', '의사소통의 매개로서의 피부', '피부색 - 차이와 차별' 등의 관점에서 현대미술과 피부의 관계를 고려하며 이를 통해 예술에서의 표면의 문제를 재검토하고자 한다.
피부와 자아 ● 피부는 우리의 신체 기관 중 가장 외부에 있어 쉽게 손상 받을 수 있는 연약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물리적 존재를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로 작용한다. 또한 자신을 감싸는 피부를 경계로 하여 자신의 내부와 외부를 구별하게 되며 이러한 피부 경험을 토대로 인간은 심리적 싸개인 피부 자아를 형성한다. 피부 자아가 총체적이고 안정된 자아라기보다는 외부로부터 위협받는 불안정한 존재라는 사실은 또한 흥미롭다. ● 안네 올로프슨(Anneè Olofsson)은 외부로부터 위협받는 불안정한 존재로서의 자아를 피부를 통해 표현한다. 「Familiar」에서 여인의 얼굴을 뒤덮는 검은 손, 「Naked light of Day」에서 그녀를 감싸는 늙은 노파의 손은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해 점령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젊은 여인의 얼굴피부와 늙은 노파의 손의 극적 대비는 시간의 흐름이 가장 극명하게 각인되는 장소, 시간의 흐름의 일차적인 지표로서의 피부를 극단적으로 의미화한다. "Say hello and then good bye"에서 녹아버린 얼음조각으로 표현된 작가의 얼굴은 견고함을 부정하고 한방울의 방울처럼 녹아버릴 수 있는 불안정한 자아임을 드러낸다. ● 이동욱의 작은 인물 조각들은 그 자체가 스킨으로 싸여져 있어 실체 육체와 피를 연상시킨다. 옷을 입은 인물조차 그 옷은 피부의 연장일 뿐이다. 외부와 내부를 경계 짓는 피부가 부재한, 외부이면서도 내부인 이동욱의 인물들은 심리적 외상의 영역에 진입한다. 고립되고 단절된 무표정의 인물들은 생의 기운보다 죽음의 메타포를 던져준다.
사회적 의미를 각인하는 장소_ 피부 ● 피부는 외부 세계와 만나는 최전선에서 인종과 성, 계급과 지위가 표상되는 사회적 사이트이다. 니 하이펑(Ni Haifeng)은 1994년 이후 네덜란드 암스텔담에 이주하여 작업하고 있는 중국 작가이다. 「도자기 수출 역사의 부분으로서의 자화상 Self-Portrait as a Part of the Porcelain Export History」시리즈 에서 그는 자신의 신체 피부 표면에 중국 도자기에서 발견되는 장식적 문양들과 동인도 회사 무역선의 항해 일지 등을 그려 넣음으로써 서구로 이주한(수출된) 동양인 자신의 정체성을 발언한다. ● 프랑스 사진작가 니콜 트랑 바 방(Nicole Tran Ba Vang)은 여성의 피부표면에 문신과 화장이 가지는 사회적 코드를 새겨 넣는다. 여성 신체 표면을 의상으로 제시하는 "인간신체-의상" 사진으로 유명한 그는 이번 전시에서 신체피부표면에 아라비아 양탄자 무늬를 수 놓는 아랍계 여성 「Belinda」를 사진으로 제시한다. 수놓기'라는 여성적 행위가 여성의 피부 표면위에서 이루어지면서 아랍 문화가 여성에게 부과하는 구속의 역사를 대행하는 치명적 행위로 읽혀진다. 김재홍의 「거인의 잠」은 거대한 인간의 신체를 그린 회화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광활한 대지풍경인 신체-풍경body-scape의 이중 형상이다. 이 신체 풍경에 아로 새겨진 것은 거인의 피부 표면에 뜯겨진 상채기이다. 이 상처는 파헤쳐진 자연 개발의 흔적이고 역사의 상처이자 개인사의 굴곡진 뼈아픈 상처이기도 하다.
껍질과 표면으로서의 피부 ● 피부는 내부가 탈각된 무의미한 껍데기가 아니라 내부 자아가 투사된 막으로서 내부의 형태를 정의하고 내부의 실존을 외부에서 증거 하는 지표(index)이다. 위장과 변신이 자유자재로 일어나는 장소로서 스스로를 방어하고 외부와 소통하는 수단이며, 시각을 매혹시키는 매끄러운 표면이자, 중심이 부재하고 고정성과 논리적 범주화를 거부하는 비정형(formless)이다. ● 프랑스 사진작가 줄리안느 로즈(Julianne Rose)의 「LIVEDOLL」 시리즈는 감각의 외피(外皮)로서 인간의 아름다움과 완전함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장소로서의 피부 개념을 제시한다. 티없는 완벽한 미를 표상하는 실제 인물과 인형을 병치하여 실재와 의사 재현사이의 모호함을 표현하는 동시에 미디어가 파생한 비인간화된 미적 감수성, 이로 인한 불안한 그늘을 숨겨놓는다. ● 조소희는 실뜨기를 통해 인체를 감싸는 섬세한 껍질을 공간에 드리운다. 실이라는 섬세한 재료로 짜여진 인체의 껍질은 피부의 자연적인 연약함을 병치하지만 축 늘어진 하반신의 모습으로 무기력함과 죽음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아라크네와도 같은 집요한 작가의 실뜨기와 거미줄과도 같은 흰색 실의 치밀한 얽힘은 천정으로부터 바닥에 이르기까지 검은 공간을 서서히 잠식하며 유기적인 생성의 공간으로 변형시킨다. ● 중국의 젊은 미술가 그룹인 언마스크(Unmask)의 「반투명Translucency」은 얄팍한 금속 표면으로 만들어진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인체 조각으로 내부가 텅 빈 인체의 껍질에 다름 아니다. 신체의 일부가 잘려나간 파편화된 신체 표면과 텅 빈 내부는 인간의 총체성에 대한 혐의를 부여하고 근원적인 상실과 불완전함을 상기시킨다. ● 홍명섭의 「중독」은 생명체 표면의 화려한 위장 무늬 색들의 스펙트럼을 전시장 바닥에 투사된 영상설치로 제시한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위장한 파충류 피부의 매혹적인 색들, 현란한 꽃 표면의 유혹의 무늬들은 필연적으로 중독적이지만 이면에 죽음과 독성을 내포할 만큼 치명적이다. 작가가 스킨과 표면에 접근하는 지점은 치명적이고 강박적인 아름다움, 죽음과 환각의 이미지이며 이는 또한 실제를 죽임으로 대체하는 오늘날의 시뮬라크라의 환각성을 은유한다. ● 작가 이승애가 탄생시킨 몬스터들은 고유의 명칭과 임무를 지니며 인간의 영혼에 침투, 정신적 충격을 방어하거나 트로마를 치유하는 가상의 생명체이다. 이승애의 몬스터들에게 있어 피부는 방어의 수단이거나 인간과 교신하는 소통의 접속 수단으로 작용한다. 나뭇가지위에 매달려 이에 속한 것처럼 보이거나 알의 형태를 띠는 등 그들의 변신(metamorphosis)은 인간의 심리적 트로마를 침해하는 검은 가시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게 하는 방어의 수단이다. ● 미국 태생의 추상 애니메이션 대가 데니스 밀러(Dennis Miller)는 인체의 껍질을 역동적인 컴퓨터 그래픽과 살아 튀어오를 듯한 음악으로 표현하며, 다니엘 그리브스 (Daniel Greaves)는 영상작품 「시작, 중간, 그리고 끝」을 통해 유기체의 외피와 껍질이 끊임없이 벗겨지며 새로운 형상을 연속적으로 생성해가는 껍질의 뫼비우스적인 변이과정을 드러낸 다.
의사소통의 매개로서의 피부 ● 거대한 감각기관인 피부의 중개에 의해 외부 세계와 접촉하듯 외부와 내부의 경계에 위치하는 스킨은 두 영역을 중재하고 전이시킨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음악가, 영화제작자, 사운드 아티스트, 작가 등으로 활동해온 필립 브로피(Philip Brophy)는 일본 아니메 형상을 그로테스크하게 변형시킨 「VOX」를 통해 소통의 매개로서 피부를 의미화한다. "목소리를 통한 교신"을 뜻하는 "VOX"에서 마주보는 두 남녀의 소통은 언어가 아닌 얼굴 피부의 다이나믹한 왜곡과 변형을 통해 이루어진다. 입과 목구멍, 이마 등에서 생식기관과도 같은 구조가 맹렬히 토해져 상대방의 얼굴로 침투하기를 반복하는 이 작품은 매개와 중재로서의 피부의 기능을 암시한다. ● 마르커스 톰린슨(Marcus Tomlinson)은 쵸코렛을 온 몸에 바른 두 남녀의 뒤엉켜진 육체를 영상 「La Voglia」으로 제시한다. 갈망, 욕망을 뜻하는 'La Voglia'는 서로의 피부를 만지는 것이 일종의 의사소통의 표시이듯 사랑하는 이와의 소통은 가장 깊은 심리적 접촉인 동시에 가장 표면적인 피부 접촉임을 암시한다.
피부 세포의 미시적 풍경들 ● 고낙범의 「피부」는 문자 그대로 피부의 최소단위인 셀cell의 미시적 이미지이다. 살색 톤으로 그려진 오각형의 집적들은 피부를 현미경으로 바라본 미시적인 추상풍경이지만 우주적의 심해 공간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통로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셀의 기하학적 추상으로 그려진 실버톤의 벽화로 건물 벽의 스킨을 은유하고 그 위에 작품 「피부」를 덧입혀 피부의 레이어들을 다층적으로 표상한다. ● Erick Oh(오수형)의 「Symphony」는 인체 내부를 자유로이 유영하는 미세한 피부세포의 여행을 비발디 사계 음악과 접목시킨 영상작품이다. 하나의 피부세포가 지나가는 인체 내부의 형상은 거시적인 외부 풍광과 심해 공간을 연상시킨다. 접합과 변이, 분열과 팽창을 거듭하며 투쟁하듯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는 세포의 생물학적 이미지는 자유를 위해 저항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한 은유이다. 피부 색 _ 차이와 차별 사이 ● 피부색에 대한 문화적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의식의 많은 부분을 지배할 뿐 아니라 피부색의 다름은 타자화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김상균의 「Filter」는 사회적 시선을 의미하는 필터의 색과 무늬에 따라 상반신을 탈의한 한 남자의 피부색이 변화하는 영상작품으로, 색채가 주는 문화적 습성을 문화정치학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국의 영상작가 앤디 리온(Andy Lyon)의 「Bare」는 bear와 bare의 이중의미를 통해 피부색과 인종차별의 문제를 코믹하게 짚어낸 애니메이션 영상이다. ● 피부를 통해 외부와 접촉하고 동시에 외부 세계가 피부에 투영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피부는 우리 자신과 세계를 이어 주는 일종의 경계면이자 막membrane이다. 본 전시는 단순한 인체 껍질, 피상적인 감각적 외피로서의 피부만이 아니라 우리의 자아와 인식, 외부 세계와 긴밀하게 연결된 '특수한 장소'로서의 피부를 표상의 층위에서 드러낸다. ■ 배명지
Vol.20090820c | Ultra Ski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