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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_10:00am~06:00pm / 공휴일 휴관
표갤러리 서울_PYO GALLERY SEOUL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58-79번지 Tel. +82.2.543.7337 www.pyoart.com
이미지의 연금술 ● Ⅰ. 신치현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가상의 세계다. 그가 만들어 낸 사슴, 코끼리, 타조, 토끼, 악어 등 동물을 닮은 형상들이 실은 인체의 부분들을 조합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관람객은 그의 번뜩이는 상상력과 재치, 아이디어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유심히 그의 작품을 살펴본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어렸을 적 손가락을 이용하여 개나 주전자와 같은 형상을 벽에 비춰보던 그림자놀이와 유사한 것임을 알고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 이처럼 신치현의 조각은 '이미지의 연금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령, 그의 「거미」는 여덟 개의 사람의 다리가 모여 거미의 다리를 이루고 있으며, 몸통은 목을 서로 맞댄 두 개의 두상이 합쳐져 이루어진 것임을 보여준다.
「사슴」은 쫙 펼친 두 손이 뿔을 대신하고 있으며, 토르소 반신상이 사슴의 얼굴이요, 그 위에 얹힌 불룩한 유방이 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악어」는 또 어떤가. 쩍 벌어진 입은 두 손이 마주 보고 있는 형국이요, 목덜미는 봉긋하게 솟은 여인의 유방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토르소가 대신하고 있고, 십여 개에 달하는 봉분의 형상을 달고 있는 몸통의 옆에는 네 개의 사람의 다리가 붙어있어 악어의 날렵한 몸을 받치고 있다. 이 모두가 신치현의 기민한 상상력이 낳은 산물들이다. 합성수지로 만든 이 작품들은 모두 매끈한 피부를 가진 것이 공통점이다. 그래서 그것은 컴퓨터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적 이미지의 느낌을 충실하게 전달해 준다. 마치 매끈한 피부를 지닌 마네킹처럼 그가 만들어낸 동물의 이미지들은 사실감을 결하고 있다.
신치현의 이런 작업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컴퓨터가 주도하는 가상의 시대적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디지털 시대만의 독특하고도 고유한 미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조각은 그 자신의 말을 빌리면 "모니터를 통해 생성되는 수많은 가상의 이미지들의 표면"을 닮고 있으며, 그러한 표면이란 실은 "숫자 데이터에 의해 조작된 미세한 색 점들의 집합"에 불과한 것이다.
내가 앞에서 비유를 든 '이미지의 연금술'이란 사실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작가의 역할을 가리킨다. 즉 아날로그 시대의 조각가들이 돌이나 청동, 쇠, 나무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대상을 묘사했다면, 디지털 시대의 조각가들은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질적으로 전혀 다른 '괴물들'을 창조하기에 이르렀다는 시대적 상황의 변화를 지적하고 싶다. 그 차이란 실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조각가는 자연의 유기적 형태, 즉 엄격한 비례에 입각한 자연의 신비를 거스르면서까지 컴퓨터의 모니터라고 하는 상상의 밀실에서 사물의 고유한 형태를 '연금술적'으로 변질시키는 작업에 몰두하게 된 것이다. 신치현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형태의 사물들은 바로 이처럼 컴퓨터가 주도하는 환경 하에서 가능한 것이며, 그것은 새로운 창작환경, 곧 불가능이란 없어 보이는 이미지 합성의 시대적 도래를 의미하는 것이다.
Ⅱ. 매끄러운 피부의 표면이 특징인 근작 이전에 신치현은 일정한 모듈에 의한 단위(unit)의 집적이 이루어낸 집합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었다. 곧 일정한 굵기를 지닌 아크릴이나 우드락, 각목 등 판재의 집적에 의한 사물의 형상화가 주된 작업이었던 것이다. 그의 작품은 컴퓨터의 모니터 상에서 정교한 스캐닝에 따른 일련의 프로세싱을 거쳐 고안되며, 최종적으로는 오프라인 상에서 구체적인 판재를 통해 성형되기에 이른다. 그가 기왕에 만들어낸 얼굴, 북한산, 비너스, 여인상 등등은 일정한 모듈에 의한 단위의 집적체로서 기계적인 반복의 집적품들이다. 이 반복의 미학은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물과 유사한 이미지를 낳을 뿐, 현실감을 결함으로써 지극히 인공적인, 따라서 기계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컴퓨터가 지배하는 디지털 미학의 산물인 한에 있어서 새로운 미술의 가치와 규범을 창조하는 것이라면 그 한계는 정당화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작가란 늘 새로운 환경에 접하여 그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나아가서는 환경 그 자체를 지배하는데 익숙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에 있어서 실험이란 곧 기술과의 싸움이기도 한 것이며, 기술과의 연대 혹은 제휴이기도 한 것이다. 신치현의 작업은 그런 의미에서 당대의 기술 환경에서 조각의 개념을 확장하고 전환해 나가는 쪽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에 신치현이 시도하는 「거미」나 「타조」와 같은 작업은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기술의 시대에 조각의 개념적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인체의 부분을 이용하여 거미나 타조와 같은 동물의 형상을 만든 근작들은 기계적인 조합의 미적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사이버 상에서 스캐닝에 의해 정교하게 재단된 이미지의 프로세싱이 오프라인에서 판재로 옮겨져 절단된 겹들의 집합의 산물이다.
그것은 우연이 개입할 수 없는 측정의 결과요, 계획의 결과물이다. ● 신치현의 상상력에 기인한, 동물이기도 하면서 인체이기도 한 이 시각적 이율배반은 곧 시각적 트릭을 통한 이미지 놀이의 원천이다. 그것은 벽에 비친 손의 그림자가 개나 주전자를 연상시키는 것처럼, 인체의 부분인 동시에 거미나 사슴으로 보이게 하는 시각적 트릭의 근원이다. 맞잡은 두 손의 엄지손가락이 개의 귀가 되고 벌어진 두 손가락이 입이 되는 그림자놀이에서, 손에 주목하면 손으로 보이고 벽에 비친 그림자에 주목하면 개로 보이는 이 시각적 트릭의 이율배반이야말로 신치현의 조각을 관류하는 개념적 컨셉트의 요체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업은 형태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물에 대한 우리의 지각과 연상, 그리고 그에 따른 지각적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그 근원이 다름 아닌 '이미지의 연금술'임을 거듭 확인시켜주고 있다. ■ 윤진섭
Vol.20090817h | 신치현展 / SHINCHIHYUN / 申治鉉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