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r Scenery 가까운 풍경

김마지展 / KIMMAZI / 金瑪摯 / painting   2009_0817 ▶ 2009_0829 / 일요일 휴관

김마지_노란바람_시멘트에 유채_122×182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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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817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쌍용양회 쌍용빌딩 Ssangyong building Ssangyong Cement Industrial Co., Ltd. 서울 중구 저동2가 24-1번지 18층 전시실 Tel. +82.2.2270.5058

가까운 풍경_김마지의 시멘트 그림 ● 풍경이든 사물이든 외부의 대상을 인식할 때, 우리는 이미 내부의 기억 속에 있는 형상의 흔적들에서 영향을 받는다. 한 사람이 꾸준히 몰입하게 되는 소재와 시각은 그의 무의식이나 이전 기억에 의해 지배되는데, 그것이 작가 김마지에게는 유년시절 시멘트로 겹겹이 싸여있던 신당동 골목, 빼곡한 집들, 담벼락, 계단 등 시멘트로 지어진 풍경이다.

김마지_개구멍_시멘트에 유채_93×118cm_2009

이번 전시 『가까운 풍경』展은 실제로 작가가 주변의 풍경을 감상적으로 재현했다기보다는 심상적으로 가까운, 그리고 그가 동일시하는 기억에 의해 바라보는 풍경이다. 그의 그림 속 시멘트 벽 위의 풀꽃들, 담벼락 앞의 화분들은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너무 익숙한 것이어서 실제 있던 풍경을 재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여러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작가가 몰입되는 장소와 대상을 찍어 조합해 놓은 것이다. 또한 인물들 역시 주변인들로부터 요청하여 받은 사진을 작가가 몰입하는 대로 주위를 생략하고, 흐트러뜨려 무심한 듯 자연스럽게 인물의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재현된 분위기는 우리가 한 장씩 가지고 있는 어린 시절 사진, 가족의 신나는 한때 같이, 추상적이지만 공통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이미지로 나타난다.

김마지_그래도, 꽃은 피었습니다_시멘트에 유채_181.5×121.5cm_2009

사진은 '특정 순간을 담아낸다.' 는 특성으로 피사체의 존재를 증명하기도 하며, 지금은 변해버린 것, 혹은 없어져버릴 것으로서 부재를 증명하기도 한다. 사진의 지시대상이 피사체의 존재라는 것으로 담보된다면 그림의 지시대상은 유사성에 의해서 드러나게 된다. 그의 그림은 사진 속 이미지를 시멘트 패널 위로 옮기면서 거친 표면에 의해 둔탁해지는 묘사로 대상과의 외연적인 유사성이 흐려진다. 닮지 않은 그 얼굴들은 본래 사진 속 인물이었던 특정 지시대상을 사라지게 만들어 보는 이들마다 각각의 동일시로 그 대상공간을 메우게 한다. 그 그림의 누구는 이제 '그 누구' 가 아니며, 보는 사람의 조카, 자신, 자녀의 어릴적 사진이 되고, 그것을 찍었을 때의 한때와 자기 자신, 가족 주변을 떠올리게 한다.

김마지_맨드라미를 심어주었습니다_시멘트에 유채_147×113.5cm_2009

현재 도심의 첨단 건물은 유리, 스테인리스, 티타늄으로까지 만들어지고 신축 고급 아파트에 시공되는 시멘트는 예전 시멘트 집의 기억처럼 따뜻한 것이 아니다. 또 어디에나 편재하는 광고 이미지들, 상품 포장의 표식이나 전파, 전자매체에 더욱 많은 인식을 할애하는 도시인들에게는 실제로 시멘트가 자신의 주변 환경을 둘러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실이 인식 상에서 소외되고 있다. 벤야민은 '행복의 이미지는 현재의 삶을 규정했던 과거의 시간에 의해 채색된다.' 고 하며 과거와 현재의 교환에 의해 지난 역사와 현재 세계의 인식이 달라진다고 하였다.

김마지_풀섬_시멘트에 유채_121.5×182cm_2009

김마지에게 한때 그 과거는 작업으로 치유해야만 했던 아픔의 장소였다. 그래서 그는 무거운 중량과 부피, 마른 후에는 어떤 채색재료이든 올라가지만 융합되지 못하고, 마르는 중에는 미세한 자극도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시멘트에 자신의 정체성을 투사하여 자화상을 그렸었다.

김마지_파꽃_시멘트에 유채_52×87cm_2009

그는 이제 그 패널 위에 시멘트 틈 사이로 난 풀이나 화분, 사람들을 그린다. 자기를 형성했던 환경이 타자의 기준에서 장애였음을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받았던 사랑과 유대가 또한 자신을 형성했음을 인식하고 인간적 성숙으로 주위를 다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시멘트의 갈라진 틈 사이로 난 풀들은 척박함 속에서도 자리를 마련하여 살아가는 생명으로 환유되고, 도로를 확장하며 없어진 화단에는 생명력이 강한 맨드라미가 자리하여 열정과 희망을 상징한다. 인물 그림들에는 배경 상황을 지워냄으로써 어떤 환경에도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이 중요하게 드러나는 듯 보인다.

김마지_무지개빛 소풍_시멘트에 유채_92×118cm_2009

시멘트에 물감을 칠했다 지우고 또다시 옅은 시멘트를 덮고 마모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어느 부분은 새로 덮인 것처럼, 어느 부분은 오래된 벽의 흔적처럼 느껴져 작품은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멘트를 덮어도 표면이 마르면 다시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변화하는 세상에 덮이고 소외당하면서도 끊임없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사람들의 삶의 양태,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주변을 아우르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김마지의 시멘트 그림은 기억해 내고 있다. ■ 김은영

Vol.20090817a | 김마지展 / KIMMAZI / 金瑪摯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