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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_2009_0824_월요일_03:00pm
미술관레지던스 프로젝트 / 2009_0801 ▶ 2009_0824
후원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_middle corea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토탈미술관_TOTAL MUSEUM 서울 종로구 평창동 465-16번지 본관 1층 Tel. +82.2.379.3994 www.totalmuseum.org
해가 뜬다 ● 아침이면 태양은 어김없이 동쪽에서 떠오른다. 어둠을 밝히며 떠오른 태양은 서서히 서쪽으로 움직여 지평선을 넘어가고, 낮은 다시 밤을 맞는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렇듯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는 명제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진리로 판단한다. 그러나 합리적 이성의 산물인 과학은 이를 거스른다. 즉,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자전하기에 마치, 태양이 움직여 '뜨고, 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프톨레마이오스 Claudius Ptolemaios(83?168)의 천동설과 기독교의 영향으로 인간은 한동안 우주의 중심이었지만 코페르니쿠스 Nicolaus Copernicus(1473-1543)와 갈릴레오 Galileo Galilei(1564-1642)가 주장한 지동설을 통해 그 꿈은 깨지고 말았다. 그리고 지구는 끊임없이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 이번 전시 제목은 1687년 출간된 뉴턴 Sir Isaac Newton (1642-1727)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Philos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일명 『프린키피아 Principia』에서 그 이름을 빌렸다. '프린키피아'는 원리, 법칙을 뜻하며『프린키피아』에는 만유인력의 법칙과 천체 운행에 대한 뉴턴의 정리가 담겨 있다. 그리고 다시 이장원은 태양을 끊임없이 지시하는 작업으로 프린키피아를 이야기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프린키피아는 당연히 수학적 프린키피아는 아니다. 그렇다면 그는 예술을 통해 어떤 프린키피아, 원리를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 하지만 해는 움직이는 않는다 ● 이장원의 작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조형성을 다루는 작업. 두 번째는 실재와 가상, 실재와 실재, 가상과 가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식의 간극을 다루는 작업, 세 번째는 조형성과 인식의 간극에 대한 고민을 결합한 것으로 「선 트레이서Sun Trace」와 이번 전시 작품인 「Sun Sculpture」다. 2003년부터 지속하고 있는 CD-Rom 드라이브를 이용한 작업 「개화 Flowering」는 제목에서 보듯 기괴한 소리를 동반하지만 꽃 피는 장면을 재현한다. CD-Rom 드라이브는 작품에 부착된 센서에 의해 관람자의 움직임에도 반응하지만, 작가가 프로그래밍한 대로 무작위로 움직이기도 한다. CD-Rom 드라이버를 평면적 부조의 형태로 조합하던 것에서 벗어나 입방체인 원구의 형태로 만든 「Untitled」는 조그마한 구에 센서를 장착하여 그 구를 만지면 구에 대응하는 부분들이 움직여 마치 SF 영화 속 살아있는 기계처럼 보인다. 기괴한 움직임과 아무렇게나 늘어져있는 전선, 버려진 CD-Rom이라는 전통적이지 않은 재료로 말미암아 그로테스크한 조각적 이미지가 연출되기도 한다. ● 『의정부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에 설치한 「Untitled」에서 작가는 두 번째 화두인 실재와 일루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식의 틈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다. 작품은 설치된 방 외부에서만 볼 수 있고, 작품을 볼 수 없는 방 외부의 지점에 작품의 실시간 영상을 보여주는 모니터를 설치했다. 이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작품은 실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관람자는 실제 작품과 모니터를 동시에 볼 수 없어 그것이 사실인지 허구인지 확인할 수 없다. 「장풍」이나 「Candle」, 「Mosquito」는 실재와 이미지의 관계를 보다 유쾌하고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장풍」은 작은 모니터 속의 인물이 장풍을 발사하면 부착된 장치에서 바람이 나와 실제로 타는 촛불을 흔든다. 「Candle」 또한 모니터 속 인물이 입으로 촛불을 향해 불듯 실제로 촛불이 흔들린다. 「Mosquito」의 인물은 스피커에서 나는 모깃소리를 따라 시선을 계속 바꾼다. 하지만 모니터 속 인물의 시선과 스피커 움직임에 따라 위치를 달리하는 모깃소리는 정작 별 상관이 없다. 루어를 쫓아 시선을 돌리는 「Lure」와 돌아가는 프로펠러 영상, 촛불을 이용한 「Propeller」도 유사한 맥락이다. ● 「sunTracer」를 시작으로 작가는 여러 가지 고민을 동시에 쏟아낸다. 센서로 입력되는 자극의 원인을 사람에서 태양으로 바꾸고 (2008년 상상마당에서 열린 『보이는 소리 part II_'아주 사소한'』에 선보인 CD-Rom을 이용한 「Untitled-Sun Interface」 작업에서도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CD-Rom이 반응하게 하였다), 여러 곳에 설치된 「Sun Tracer」로부터 전송되는 태양의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영상 중앙에는 끊임없이 태양이 자리하고, 태양을 가린 풍경 혹은 태양 주위의 풍경만이 움직인다. (넓게 보면 태양계조차도 우리 은하 내부에서 움직이지만) 사실 우리가 보는 태양은 실제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지구의 자전에 의해 우리는 태양이 움직인다고 인식할 뿐이다. 그렇게 작가는 태양을 이용해 태양에 대한 실제 인식의 재고찰을 요구한다. 더해서 작가가 만든 조각품이자, 이미지 소스를 전송하는 관측기기 「Sun Tracer」는 전시장 내부에서 몇몇 장치나 이미지들에 의해 존재 자체가 암시되기는 하지만, 전시장 밖에 놓임으로써 전시 맥락에서 자체의 조형적 측면을 지우기도 한다. 다만 영상과 사진이미지로 보이는 태양과 태양이 있는 풍경만이 결과물로 제시되고, 그 의미의 해석을 요구한다.
자연철학의 예술적 원리-Principia' ●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Sun Sculpture」는 자연의 형태를 재현하지 않는다. 기능이 무언지 궁금한 기둥 위에 얹힌 기다란 막대가 해를 가리키고 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도 막대는 계속해서 해를 가리키고 있다. 이번 작업은 「Sun Tracer」 프로젝트의 연장으로 '선트레이서'가 전송하는 영상을 보여주는 대신 긴 막대가 태양을 가리킬 뿐이다. 작업이 놓이는 곳의 좌표에 따른 태양의 위치변화를 미리 계산, 입력해서 「Sun Sculpture」는 실내, 실외 어디서든 태양의 움직임을 따른다. 다시 말해 「Sun Tracer」가 계속해서 움직이지 않는 '태양'을 보여주었다면, 「Sun Sculpture」 는 태양을 향해 고정된 움직임을 통해 끊임없이 태양을 지시할 뿐이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으로 말미암아 태양을 보는 위치가 달라지기에 「Sun Sculpture」는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지점은 태양에 고정되어 있고 실제로 움직임 없이 고정된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은 역치(?値) 미만의 자극은 지각하지 못하기에 태양의 움직임 또한 쉽게 지각하지 못한다. 오랜 시간을 두고 보지 않는다면 작품의 움직임을 눈치 챌 수 없다. ● 뉴턴은 자신의 책 이름을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라고 하고 수학적으로 자연을 철학/사유하고자 했다. 그러나 뉴턴의 시대보다 3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이장원은 『프린키피아』라는 이름의 전시로 자연을 예술적으로 생각해 보자고 한다. 인간은 언제나 지각을 통해 정보를 얻고, 사유를 통해 추론한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우리가 지각하지 못하기에 인식 못하는 현상이 너무나 많다. 흙, 공기, 땅, 산과 강, 바다 등 세상 모든 자연이 숨 쉬며, 움직이고 변하지만 쉽게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지구는 그 어떤 때보다도 빠르고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그것이 지각하지 못할 정도의 미약한 변화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알고서도 모른 채했는지는 각자가 답할 일이다. 그래서 작가는 계속해서 해를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재를 비롯해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숭배되지 않았던 적 없는 태양, 모든 에너지의 원천인 태양을 가리키며 태양 그 자체를, 그리고 태양을 바라보는 우리가 사는 여기를 생각하게 한다. 자!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자연을 사유하는 어떤, 새로운 Principia를 만들 수 있을까? ■ 서준호
○미술관 레지던스 프로젝트, 토탈미술관 본관 1층 전시실 이장원의 미술관 레지던스 프로젝트는 토탈미술관 The Room에 전시되고있는 sunSculpture의 창작과 실험과정을 미술관 본관 1층 전시장에 한시적으로 마련된 작가의 작업실에서 대중에게 공개하는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 기간 중 작가는 작업실을 실제로 사용하며 작품을 제작하고 완성할 것이다. 지구 밖 태양의 위치를 정적인 움직임으로 추적하여 그 존재를 드러내는 대리석 조각작업과 날씨의 변화(풍향, 풍속, 강수량, 온도, 습도 등,,)를 디지털값으로 입력받아 움직임의 변화를 결정짓는 파라메터(parameter) 값으로 사용하는 조각작품을 제작 할 예정이다. ■
Vol.20090814h | 이장원展 / LEEJANGWON / 李章源 / installation.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