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814_금요일_06:00pm
가갤러리 기획초대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가갤러리_GAGALLERY 서울 종로구 원서동 141번지 Tel. +82.2.744.8736 www.gagallery.co.kr
이상민의 기억, 흔적, 그리고 레버버란트를 찾아서 ● 가까이 다가가자 쇠구슬 모양의 작은 오브제가 기계적인 소리를 내면서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 움직임에는 일정한 질서가 있는 듯 여기저기로 정연하게 흔적과 퇴적을 남기면서 나의 몸짓에 따라 움직이기를 계속하다 내가 멈추면 곧 정적을 남긴다. 가볍게 휘날리는 목탄가루는 쇠구슬의 움직임을 따라 계속 생성과 퇴적을 거듭한다. 그 작품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순간 내 몸과 마음의 센세이션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이는 메롤로퐁티가 설명했듯이 내가 어떠한 오브제의 영향을 받아 내 존재의 상태를 그 순간 경험하는 두 가지의 센세이션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순수한 센세이션이란 이상민의 작품에서 보이듯이 비차별적이면서도 한 순간에 일어나는 쇠구슬의 영향, 혹은 제스처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중략)
이러한 작품의 성향은 관객이 작품에 주요 요소로 등장하면서 극도의 주관성과 극도의 객관성을 통합시키려는 요소로 보여진다. 다시 말하면, 참여자의 생각이 그 자체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오브제와의 설정된 조건과 환경과의 작용을 통해서 주체와 객체가 각기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이는 어쩌면 이상민의 철학관이 내재된 공간인지도 모른다. 나를 둘러싼 대상과 환경이 자연스레 교감하고, 그 어느 하나 없이는 서로 생존의 존재감조차 찾아보기 힘든 관계, 그 관계 속에 놓여진 우리의 모습은 아등바등 주변의 요소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혹은 극적으로, 또는 즐겁게 그 상황을 수용하는 이미지이다. (중략)
이제 회화로 처리된 흔적들이 기계라는 매체를 통해 더욱 미니멀적인 형태나 움직임으로 변화하였지만, 그러한 흔적, 과정, 제스처는 근 10년 동안 이상민을 끊임없는 작업에 임할 수 있도록 만든 주된 개념이다. ■ 정연심
집 뒤에 있는 나지막한 산, 꼬불 꼬불하게 나 있는 길을 따라 익숙하게 걷다보면 어느틈엔가 정상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집으로 향해 돌아가는 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수많은 왕래로 반들반들하게 다져저 있는 그 산길 위에서 나는 별다른 목적이나 이유없이 상념에 사로잡혀 매일 보는 익숙한 풍경을 무심히 지나가다 문득 생뚱맞게도 별다를것도 없는 풀 한 포기 앞에 멈춰 서서 왜 이 풀이 새삼스럽게 새로워 보이는지 고개를 갸우뚱 해본다. 매일 매일이 익숙하게 반복되는 삶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사실 순간 순간은 반복되지 않는 시간과 의식의 흐름속에 있는 것이다. ● 이번 전시, "Promenade, 산책"은 몸으로부터 화면에 이르는 다양한 움직임의 흔적을 남기는 작업들을 통해 흔적이 만들어지는 이 순간이 똑같이 재현될 수 없는 현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행위와 그 흔적이 쌓여가는 과정의 현재진행형인 작품들을 매개체로 관객들도 자기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 이상민
Vol.20090814e | 이상민展 / LEESANGMIN / 李尙玟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