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ity night

박상희展 / PARKSANGHEE / 朴商希 / painting   2009_0812 ▶ 2009_0826 / 일요일 휴관

박상희_요코하마 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시트지 컷팅_100×80.5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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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홈페이지_sanghee-park.com         인스타그램_@sanghee_park_art

초대일시_2009_0812_수요일_06:00pm

2009 서울시립미술관 SeMA신진작가지원프로그램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토요일_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카이스 갤러리 CAIS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99-5번지 제2전시관 Tel. +82.(0)2.511.0668 www.caisgallery.com

박상희 _ The City Night ● 인공의 빛으로 밝혀진 박상희의 도시 풍경 속에는 상이한 요소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음조가 있다. 어둠과 부딪히며 퍼지는 가로등 조명이 있고, 건물의 단조로운 실루엣과 대조되는 형광 글자체들의 존재감이 있다. 사각창문과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도드라지는 백색의 점들과 달리 지나는 행인들의 윤곽은 검은 배경에 묻힌다. 그녀의 작업에서 거리는 시끄러운 빛으로 아우성이지만 일면 그 안에는 적막감이 흐른다. 박상희는 이처럼 도시가 품고 있는 팽창과 소외의 이질적인 조합을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박상희_홍대앞 풍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시트지 컷팅_72.5×116.6cm_2008

1. 막, 안과 밖의 접점 ● 미술에 있어서 장르의 경계가 와해되고 형식적인 측면에서 거의 무제한의 자유가 획득된 지금, 시트지의 사용 역시 물감을 통해 규정되어온 회화의 전통문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시트지는 산업재료를 통한 새로운 표현법 탐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박상희는 초기 단계부터 영화 포스터라든지 만화 주인공과 같은 대중매체 이미지나 혹은 중국집, 패스트푸드점 간판과 같은 상투화된 도시 삶의 단면들을 시트지를 이용해 재해석해 왔다. 도식화된 이미지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자연스레 이를 양산해내는 사회, 삶의 환경 자체로 이동되며 간판이 들어선 도시 풍경들이 화면 안에 자리잡는다. 간판재료를 통해 간판을 그려내던 직접성이 점차 주제적, 형식적인 면에서 확장되어 전개된다고 볼 수 있다. 현실에서 편리한 소모품이자 간판의 표면을 입히는 실제 재료인 시트지가 가진 실재성은 그녀의 도시 밤 풍경 안에 담긴다. 빠른 템포로 소모되고 집적되는 현대사회의 속성을 내재한 이 재료는 작품 고유의 감성을 창조하고 나아가 현대화의 부산물이라는 태생으로 인해 작업이 형성된 사회 맥락과 작업의 내용 사이에 고리를 형성한다. 막은 작품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고 동시에 구분 짓는 접점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박상희_박준미장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시트지 컷팅_73×117cm_2008

2. 표면과 깊이 ● 박상희는 비닐 막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형상을 그린 후 다시 표면에 부분적으로 칼집을 내 벗겨가며 수공적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정확하고 면밀하게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손의 느낌을 그대로 드러내며 때로는 표현적인 드로잉처럼 때로는 날카로운 에칭처럼 흔적을 남긴다. 그 결과, 촉각을 자극하는 미묘한 깊이가 생긴다. 이 촉각성은 재현된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물질자체로 시선을 환기시킨다. 특히 자주 발견되는 빗살무늬 패턴은 막이 지닌 표면성을 더욱 강조한다. 원근을 바탕에 둔 재현성이 표피적인 촉각성으로 인해 교란되는 것이다. 재현의 환영을 따라 화면 안으로 따라 들어가던 시선은 틈틈이 파인 굴곡에 멈춰 담긴다. 음각이 아로새겨진 표피가 관람객과 이미지 사이에 형성하는 시각적, 물질적인 경계는 그녀의 도시 풍경이 전달하는 심리적인 이질감과도 연결된다.

박상희_레드하우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시트지 컷팅_60×130cm_2009

3. 감성의 풍경 ●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여러 도시 풍광을 담아낸 근작들의 중심에 놓여있는 것은 어둠 속에서 인공의 빛이 밝히고 있는 장면 자체이지 특정 건물이나, 인물, 혹은 사건이 아니다. 두드러지는 것은 빛의 덩어리이고 도시를 이루는 보편적인 구성 요소들은 어둠에 묻힌 실루엣으로 배경 안에 섞여 들어간다. 이 빛의 덩어리가 각기 다른 도시의 얼굴을 만들어낸다. 세상을 동등하게 비추는 낮의 빛과는 달리 밤의 빛은 균질 하지 않다. 수많은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끝없는 이야기들이 도시의 빛 덩어리 안에 녹아 들어 함께 어른거리며 고유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다름'에 매료된 작가는 밤의 빛을 거듭해 그리는데 그 과정을 통해 개별성과 이질성을 관통하는 현대 도시의 일관된 정서가 포착된다. 그림 속 그곳은 서울 위성 도시의 한 켠일 수도, 홍등이 밝혀진 홍콩의 모퉁이 이기도 하지만 그 어디에나 있는 언젠가 지나쳤을지도 모를 동일한 감성의 풍경이기도 하다.

박상희_소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시트지 컷팅_30×130cm_2009
박상희_Abc Mar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시트지 컷팅_30×130cm_2009

박상희의 작업에 담긴 도시는 깨어있는 낮의 도시가 아니라 밤의 도시이다. 하지만 밤의 도시 역시 잠들어 있지 않다. 어둠이 내리깔려도 노골적인 색감으로 밤을 휘황하게 밝히는 간판의 조명들은 도시 속에서 꿈틀대는 감정들을 날 것 그대로 시각화한다. 플라스틱의 막을 투과해 뿜어져 나오는 빛들은 집적되며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만들어낸다. 박상희는 무한한 도시의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한 겹 한 겹 막으로 쌓아 올리고 변주하며 꾸준히 탐구하고 있다. ■ 정효임

박상희_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시트지 컷팅_30×130cm_2009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09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장 임대료, 인쇄료, 홍보료, 작품재료비 및 전시장 구성비, 전시컨설팅 및 도록 서문, 외부평론가 초청 워크샵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090813b | 박상희展 / PARKSANGHEE / 朴商希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