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811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_김주수_성원선_송준호_이경림_이계원_정혜령
기획_AM12
관람시간 / 11:00am~06:00pm
한전프라자 갤러리 KEPCO PLAZA GALLERY 서울 서초구 쑥고개길 34(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1층 Tel. +82.2.2105.8109 www.kepco.co.kr/gallery
현대사회가 겉으로 드러나는 허상과 허영이 불러오는 가치포장위주의 기존 전시에 몰두하는 사이 예술은 문화생활이라는 이름의 일종의 시스템으로 고착되어왔다. 이러한 시스템 안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전시기획그룹 Art Management 12는 서로 다른 여섯 작가의 작품을『FREE oneself』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았다. ●『FREE oneself』展에서 김주수 ,성원선, 송준호,이계원, 이경림,정혜령 작가는 화려한 미사여구나 포장 없이 그저 길가에 버려진 물건을 태우고, 사라진 존재를 사슬로 재현하고 천을 시럽으로 굳혀서 공중에 띄운다거나 하는 흥미있는 시도로 모든 외형적 제약에서 벗어나 본질의 자유를 찾아가는 신선한 시도로 공간을 가득 채운다. 또한 캔버스의 환영을 표현하고, 책이라는 오브제를 '보게끔'하고, 종이라는 소재의 새로운 변신을 보여주며 다양한 장르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이들의 작업은 그 작업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서로 다른 작업방식이지만 표현에서의 제약조차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 'FREE oneself'의 정신이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는 나약하고 흔들리는 내면의 이미지와 마주하거나 잃어버린, 혹은 잊혀지는 존재에 대한 탐구를 하는 이들 작가들의 작품에서 오히려 강인한 자유의 정신을 보게 될 것이다
김주수 ● 드로잉을 통해 타인들에게 보여 지는 김주수의 선들은 조금은 약해 보이고 망설이는 것 같고 부서질 것 같지만, 가볍고 섬세한 선들은 열정과 함께 강한 생명력을 지니며 다양하게 재탄생 되어진다. 또한 한 폭의 벽을 공책의 한 페이지인 듯, 실과 천, 철사가 연필인 듯, 좁은 공책 안에서 꿈틀거리는 선들을 3차원의 공간으로 이탈시킨다. 결국, 뜨개질이나 천을 시럽으로 굳혀서 공중에 띄운다거나 철사를 구부리는 다양한 방법은 단순한 선을 공간 안에서 입체적인 조각으로 변화시킨다. 드로잉이 평면에 머물지 않고 공간 안에서 더 부풀어지고 다른 형태로 입체화 되는 김주수의 작업 과정은 상처를, 상처에 대한 기억을 벽 위에 그려내고, 작가 내면의 세계를 밖으로 표출 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존재하게 된다.
성원선 ● "단어가 적혀있는 상자"로 책을 보게 되면 그 상자의 외형보다는 닫혀있는 상자 열기에만 급급하게 된다. "글을 읽다"로 이야기 되면 책이라는 대상은 사실 무의미해진다. "책을 보다"라는 말은 책이라는 대상의 총체성 속에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게 된다. '보다'는 피사체와 관찰자간의 상호적 행위관계이며 대상과 관찰은 불가분의 상호관련을 가진다. 자아에 대한 인상적인 관찰의 시점은 자신의 그림자, 자아의 인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마치 라캉의 그림자의 인식의 단계에 비교해볼 때 책이란 대상은 책을 보는 사람들에게 타인의 정신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리고 그 그림자들 속에서 자아를 인식하고 찾아가게 된다. 결국 우리는 '보다'라는 행위를 통해 나와 타인의 정신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러나 '보다'라는 행위로부터, 본 것을 씹고, 삼키고, 소화하는 것은 우리자신들의 몫이 아닐까 한다. 의미를 창출하기 위해 만드는 것 이전에는 사고하고, 인식과 관념화하기 이전에는 '보다'라는 것이 존재함을 '책'을 메타포로 하여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송준호 ● 사슬을 늘여뜨려 만들어진 레이어로 사물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송준호의 작업은, 그가 가지고있는 '사라진 존재감'에 대한 고민을 심도있게 보여준다. 그가 재현한 고대건축물의 기둥, 갑옷, 비파와 같은 대상은 오늘날 형태는 남아있지만 그 고유의 존재적 가치는 사라진 대상들이다. 작가는 더 이상 인간을 보호하지 못하게 된 갑옷처럼 고유의 기능과 존재적 가치를 잃어버린 사물들을 길게 늘어뜨린 사슬로 표현함으로써 기존에 가지고 있던 형태를 재현하였다. 그러나 재현된 사물의 형태는 마치 그 역할이 사라지듯 유약하고 유동적인 사슬들로 분해가 되었다 조합이 되었다 한다. 이는 작가가 (형태는) 존재하나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 사물들에 대한 연민과 아쉬움을 나타내는 동시에 개인적 감정을 작품에 이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계원 ● 전통적으로 캔버스회화에서 '표면(물감의 표층)'은 환영(illusion)의 가상적 이미지의 세계를 보여 주거나 작가의 주관적 감정표현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매개체로서 기능해 왔다. 그러나 나에게 회화표면은 회화의 실체를 의미하고 동시에 인간의 동질성(일체성)을 은유한다. 나에게 있어 '회화의 표면'은 표현을 위해 매개물이 아닌 본질적인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며, 회화표현 중 '환영(illusion)'의 문제를 새롭게 해결하려는데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회화의 전통적인 '환영(illusion)'의 조건은 '매체(물감)가 보이지 않는 것(invisible)' 이었다. 반면에 내가 시도하는 '환영(Neo-illusion)'은 '보이지 않았던 매체(물감)를 보이게 함으로서 회화의 실체를 환기하고, 표면의 즉물성 자체로서 표현의 방식을 구체화하여 회화의 표현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경림 ● 가는 종이 이면서도 단단한 나무 같은 판지의 성격을 가진 골판지를 통해 오브제 작업 및 각 조각이 조각보처럼 모여 이루어지는 해결을 구성하는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골판지도 한지처럼 종이의 습성을 가지고 발색의 효과와 꼴라쥬, 오브제 작업이 가능해져 에폭시나 레전과 결합해서 종이 조각같은 형태로 완성 하고 있다. 수직선과 수평선의 조각보 같은 작업에서 점차 서울의 풍경들을 형상화 시키며 퍼즐 같은 , 혹은 각각의 형태와 음양을 지닌 채 모여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시도를 통해 종이의 새로운 변신과 입체적이고 견고한 작업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따뜻한 사회를 그리고 있다.
정혜령 ● 버려진 물건을 태우고 그 재를 온전히 이용하여 실물의 형상으로 재현하는 정혜령의 작업은 본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실재와 부재의 경계에 서게 된다. 이 "기억"의 매개체는 순전히 기억속에서 남은 부산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자나 나무문짝처럼 본래의 기능이 배제된채 그 본래의 사용목적과 그에 대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된다. 작가는 이를 "잃어버린 시간과 장소'를 재현한 것이라 밝히고 우연하게 발견된 사물(objet trouve)을 태우는 과정에 대해 탈시간성이라고 규정한다. 시간을 벗어난 정혜령의 작업에서 오히려 짙어지는 사물에 대한 감상은 새롭게 발견되어지는 본질의 재해석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 『FREE oneself』展은 표면과 내면, 실재와 부재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진정한 실체를 갈구하고 사물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섯 작가를 통해 우리시대의 예술을 되돌아 볼 기회가 될 것이다. 더불어 소비되기 위해 포장지에 쌓인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로부터 시작되었던 실질적 예술에 대하여 생각하고 , 이로 인해 현시대 예술에 대한 우리의 생각 역시 좀 더 자유로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임주미
Vol.20090811f | FREE oneself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