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P ME!!

임종광展 / IMJONGKWANG / 林鐘光 / video.installation   2009_0805 ▶ 2009_0814 / 월요일 휴관

임종광_help me!!영상, 설치_10m_2009

초대일시_2009_080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반디_SPACE BANDEE 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 169-44번지 Tel. +82.51.756.3313 www.spacebandee.com

똥을 대하는 여러 가지 방법 ● 소설이 영화로 제작되었을 때, 소설을 읽는 동안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영화를 만날 때가 있다. 이것은 두 매체가 다른 방식으로 독자나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직접 쓴 소설을 바탕으로 전시 공간을 새롭게 배치한 임종광의 작업도 이러한 간극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작가는 텍스트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닌, 오히려 소설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주인공의 상상들을 조각이나 영상, 설치로 재배치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 명의 창작자가 만든 두 개의 매체, 즉 소설과 설치된 이미지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보는 관객들이 또 전혀 다른 내러티브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임종광의 작업은 이러한 간극들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임종광_help me!_영상, 혼합재료_6m_2009

소설은 주인공이 '똥'을 참아야하는 절박한 상황, 그리고 계속해서 그것이 지연되는 상황을 서술한다. 주인공에게 중요한 고민은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숨기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장소'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왜 이토록 처절하게 똥을 참아야만 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해결방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체면을 차리기 위해 그것을 철저하게 은폐하려 한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 자신의 체면과 도덕적인 강박 때문에 급박한 상황에서도 사회적 틀을 지켜야만 하기 때문이다. ● 이러한 강박들, 즉 똥을 참고 있고 있는 동안 상상했던 것들은 전시공간에서 여러 가지 장면으로 나타난다. 의자 위의 움직이는 손들(버스 내부라고 가정된)은 만약에 똥을 참지 못하고 해결해 버릴 경우 함께 버스를 타고 있던 사람들이 냄새를 참는 듯한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열기 위해 힘겹게 손을 내밀고 있지만 결코 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더군다나 주전시장에 놓인 변기는 희미한 안개에 갇혀서, 신기루처럼 보이게 된다. 이렇게 똥을 누지 못하는 상황을 비웃듯 전시장과 전시장 밖 곳곳에서 '똥'들이 군데군데 놓여져 있다.

임종광_help me!_영상, 혼합재료_6m_2009_부분

이처럼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산발적으로 자리하고 있어, 소설과 전시를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나의 이야기나 시점으로 초점화 되지 않고 분산된 이미지들은 소설을 읽은 관객에게는 그 장치가 상상을 위한 자리이자 공유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소설을 읽지 않고 전시를 접한다면 이 공간은 전혀 다른 공간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소설을 읽은 관객과 읽지 않은 관객은 서로 다른 것을 보게 될 것인데(물론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임종광은 관객들이 소설을 읽고 전시를 보는 것에 좀 더 많은 무게를 두기 때문에 후자의 경우에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임종광_help me!_영상 설치_5m_2009

그렇지만 오히려 이렇게 작가의 의도를 빗나가는 것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사실 그의 작업은 관객과 작가의 소통, 작품과 관객의 소통 등 전시 공간 내에서의 다차원적 교감을 내세운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재치 있는 상상력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하며, 그러한 시도는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났다. 작품을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닌 관객에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관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상, 조형물, 안개효과 그리고 텍스트까지의 다양한 매체로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전시에서의 텍스트의 역할이 작가자신의 의도를 설명하기 위한 보조적인 것이 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자신의 상상력과 생각을 관객에게 알리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 하였지만, 이러한 설명적인 요소들이 오히려 관객의 상상력과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것을 제한해 버리는 한계 또한 있을 수 있다. ■ 방인선

Vol.20090806e | 임종광展 / IMJONGKWANG / 林鐘光 / video.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