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주인

박진영展 / BAHCJINYOUNG / 朴珍英 / painting   2009_0806 ▶ 2009_0826 / 월요일 휴관

박진영_아라베스크_장지에 혼합재료_140×170cm_2007

초대일시_2009_0806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화~토요일_10:00am~06:00pm / 일요일_10:00pm~05: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에이치_ARTSPACE H 서울 종로구 원서동 157-1번지 Tel. +82.2.766.5000 www.artspaceh.com

그림자를 보면 그 그림자 주인의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다. 박진영의 그림은 그의 삶과 생각이 지나간 자리이자, 그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항상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존재이다. 그는 위선과 허위에 가득 찬 세상에서 스스로를 속이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아래 작업을 하는 순간만큼은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신을 풀어내고 싶어한다. ● 작가는 인간의 어둡고 부정적인 면을 '그림자'로 보고 밝은 빛의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현실을 가감(加減)없이 보여준다. 그는 그림을 통해 인간의 도리와 의무라는 빛에 가려져서 그 뒷면에 나타나는 인간의 자연 발생적 욕구와 야생의 관능을 드러낸다. ● 갤러리 아트스페이스H (Gallery Artspace H)의 8월 전시 "그림자 주인"을 통해 그의 그림자를 따라가보자. ■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박진영_광장시장의 팜므파탈_장지에 혼합재료_80×100cm_2008

광장시장 2층에는 팜므파탈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녀는 좌중을 압도하는 매력을 가진 노인입니다. 그녀가 파는 물건은 다른 가게에 비해 질이 좋지 않지만 언제나 사람이 끊이지 않습니다. 대개는 그 노인의 재치있는 입담과 익살스런 제스쳐를 보기 위해 물건을 삽니다. 게다가 가격은 하나에 천원, 이천원씩 이니까. 부담 되지 않아요. ● 팜므파탈의 옷가게는 기묘한 구조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그녀는 마구잡이로 산처럼 높이 쌓아놓은 옷더미에 폭- 파 묻혀서 앉아있습니다. 그것은 색색이 커다란 조각보 치마를 입은 할머니로 보이기도 합니다. 옷더미 위에 올라앉았으니 아주 높은 곳에 그녀 얼굴이 있어, 위엄있고 전지전능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팜므파탈은 상체와 얼굴, 손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거기에, 높은 곳에 있는 옷을 꺼내기 위한 지팡이까지 들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카드여왕 같은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나는 팜므파탈의 옷더미 가장 깊숙한 곳에 손을 집어넣어 브라+슬립합체형 속옷을 끄집어냈습니다. 그러자 팜므파탈이 말했습니다 " 그거 이천원!"

박진영_아라베스크_장지에 혼합재료_140×170cm_2007

하나의 악상에 화려한 장식을 덧붙여 전개하는 악곡 패턴, 장식적, 관습적, 민속의 색, 단계, 제자리, 고정적, 무한, '고리의 순환' 아라베스크는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다. 자기가 속한 대지를 끝없이 부정하고 벗어나려 한다. 정착하는 순간 자신의 생존 근거가 사라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착만 있으면 변화가 없으며, 방랑과 유목만 있으면 여물고 익을 게 없다. 그러므로 둘은 반드시 만나야 한다. 하지만 고통스럽다. 맞붙으면 서로 상하기 때문이다. '자아분열' 자신의 꼬리를 무자비하게 집어 삼키다 마침내 이상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달을 때 그들은 범죄 충동을 느끼거나 죽음의 유혹에 끌린다. 여기서 나온게 '아이러니와 그로테스크' 역시 아라베스크에서 통한다. 이 뒤틀리고 꾸불꾸불한 곡선은 결코 무한을 완성하지 못한다. 정지의 상태, 무한의 상태. 선을 아무리 채워도 완전한 평면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빈 곳은 끝까지 남는다. 무한은 얻을 수 없고 절대성은 잡히지 않는다.

박진영_비교적 쉬운 난도, 그리고 새로운 난도_장지에 혼합재료_각 140×76cm_2008

엄마랑 아빠랑 나로 이루어진 우리 곡예단의 연기 모습입니다. 지금까지의 나는 엄마와 아빠의 어깨를 발판 삼아 공중에서 두 사람을 오가는, 화려한 메인 연기를 맡아왔습니다. 아빠의 넥타이를 풀어 당겨 리본연기도 훌륭히 해 냈습니다. 이것은 나에게 비교적 쉬운 난이도의 연기입니다. 앞으로 우리 곡예단은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연기를 펼쳐야 합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아슬아슬한 연기입니다. 독보적인 메인은 없습니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화려한 볼거리도 이제 없습니다. 지금부터는 '늙고 튼튼하지 못한 우리 세 사람이 이 땅 위에 두 발로 온전히 서 있기'를 보여줄 겁니다.

박진영_Rotation of exercises 종목이동_장지에 혼합재료_140×228cm_2008

이것은 계주 경기였습니다. 넘어져 있던 사람이 다시 힘을 내고, 일어나서 달려 나가는 그런 경기입니다. 나는 출발 전부터 엄청 긴장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누구보다도 앞서,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넘어져있는 상태에서 무릎을 굽혀 일어나고, 걷고- 뛰는 순서로 나가야 하지만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마음은 앞서고 있습니다. 넘어져 있는 채로 다리부터 앞을 향해 움직입니다. 팔, 다리를 앞으로 버둥버둥 거리다가 급기야 몸이 360도 회전 해 버리고, 정신이 들었을 적엔 이미 내 몸은 경기장 밖으로 이탈해 있습니다. 실격. 욕구로 뒤틀어졌습니다. 지금부터 이 경기는 곡예입니다. 배배 꼬여있는 이 버둥거림은 달리기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박진영_또아리_장지에 혼합재료_140×76cm_2008

마음속에 또아리를 튼 뱀을 꺼내 버리려는 나와, 끝까지 뱀을 뺏기지 않으려는 나의 싸움입니다. 뱀을 꺼내려는 쪽의 힘이 더 세지만, 뱀을 뺏기기 싫어하는 쪽의 고집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힘의 열세로 뱀을 뺏기는 것이 두려워 뱀의 또아리에 스스로를 묶었습니다.

박진영_풀_장지에 혼합재료_140×140cm_2008

하나의 큰 풀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풀장 안에서 자신의 영역을 찾기 위해 서로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새로운 히로인이 등장하면, 구닥다리 사람은 풀장에서 나가야 합니다. 과감히 풀에 발 담그는 사람도 있고, 풀 안에 들어갈 정도로 강하지는 않지만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버리지 못해 주변을 맴도는 사람도 있습니다. 풀 안과 밖에서 공간 점유에 대한 문제로 사람들이 많이 갈등합니다. 인사이드를 오래도록 혼자서 장악하려는 것은 고된 일입니다. ■ 박진영

Vol.20090806a | 박진영展 / BAHCJINYOUNG / 朴珍英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