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반디_GALLERY BANDI 서울 종로구 사간동 36번지 Tel. +82.2.734.2312 www.gallerybandi.com
안과 밖의 상호매개와 교감 ● 오늘날 예술의 일반적인 경향 가운데 하나는 일상생활과 예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자유로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계의 넘나듦은 기능이나 형식, 기법과 재료, 주제의 면에서도 그러하지만 특히 정서의 교감이라는 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배인숙은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의미와 정보를 찾아 꾸준히 작업에 임하고 있다.
배인숙은 눈에 보이는 외적인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내적인 것 사이의 이중성으로 인해 고민하면서 대상과 대상 그 자체를 탐구하고 있다. 이는 본질과 현상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양자 간의 관계를 모색하는 작업은 지성사(知性史)의 오랜 과제이자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모든 것이 변하는 과정에서 배인숙은 물리적 사실과 심리적 효과 사이에 놓인 틈에 관심을 기울인다. 작품에서의 물리적인 공간은 단순한 사실에 머무르지 않고 거기에 개입된 특유의 정서를 파악할 수 있을 때에 의미가 있다. 이를테면 생명이 없는 차가운 무기물의 공간에 온기가 스며드는 유기적인 생명감을 불어 넣은 것이다. 기하학적인 선과 면, 그리고 공간 속에서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본다는 말이다. 선묘(線描)가 축이 되어 그려진 그의 연작 「공간 속으로」(2003)에서 배인숙은 차가운 재료를 토대로 우리의 다양한 정서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그의 작품에 들인 많은 공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우리는 한눈에 알 수 있다.
배인숙은 주변의 정황이 매우 차갑다는 사실을 질서있고 조화롭게 아크릴을 선택하여 작업하되, 그 사이 사이에 자신의 따뜻한 정감을 불어 넣어 정서의 복합을 노리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희 · 노 · 애 · 락 · 애 · 오 · 욕(喜怒哀樂愛惡欲)이라는 칠정(七情)의 다양한 조합이요, 복합인 것이다. 기하학적 배열의 차가움과 모순된 그 사이의 열정을 하나의 동일한 공간에서 우리는 읽을 수 있다. 여기에 역동적인 변화를 더하여 작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우리에게 더 잘 전해질 수 있다. 비교적 단순하고 간결하게 처리된 미니멀한 공간에다 차거운 이성과 연계된 따뜻한 감성의 미묘한 변화를 그려 넣음으로써 양자 간에 소통을 도모한다. 여기서의 소통이란 유기물과 무기물, 감성과 이성의 상호매개를 두고 말한다.
이번 전시가 이전의 작품경향과 얼핏 다른 듯 보이지만, 감정이입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안과 밖의 매개와 교감을 꾀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일관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평자가 보기엔 이러한 일관성이야말로 작가 자신의 고유한 예술세계를 드러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관성은 작가의 성실한 작업태도에서 여실히 드러나 보인다. 나아가 앞으로의 어떤 변화나 변주는 반드시 시도되어야 하지만, 이는 일관성과의 연관 속에서만 정당한 의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김광명
Vol.20090805f | 배인숙展 / BAEINSOOK / 裵仁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