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bescape

1. 프로작가로서 출발을 알리는 개인전에 앞서 자기는 어떤 성격의 작가라 생각하는지 간략한 자기소개를 한다면? ● 그렇게 활발한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장난치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할까? 2. 졸업 후 작가로서의 삶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현재 작업 활동에 영향을 미친 다른 분야의 경험이 있다면? ● 회화작업도 좋아하지만 조소나 공예 부분에도 관심이 있다. 경험이라고 하기엔 전시장을 가서 본 것 밖에는 없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입체 작업을 해보고 싶다. 회화만큼이나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지금작업이 평면작업이지만 입체작업처럼 하는 것도 그런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3. Cubescape의 작업 동기가 궁금하다. 기존 캔버스의 틀을 버린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어떤가? ● 작업 동기가 생기게 된 것은 졸업작품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것에서 출발을 해 작업 방향을 잡아 나갔었는데, 마술을 취미로 가지고 있던 것 때문인지 눈속임이나 왜곡을 이용한 작업들에 흥미가 많았었다. 어떻게 하면 2차원의 평면에서 사람들의 눈을 속일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변형캔버스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선택되어진 것 같다. 회화의 일차적 속성인 시각적 일루젼과 그 작용이 나의 작업에서는 사각의 캔버스가 아닌 변형 캔버스위에서 중점을 이룬다.

신기혁 Cubescape_패널에 유채_91×63.5cm_2009

신기혁 Cubescape_패널에 유채_76.5×75.5cm_2009

4. 사전에 철저한 작업계획이 잡혀야 할 것 같은데, 어떤 과정일지 궁금하다. 작업을 시작하기전에 이미 무엇을 그리겠다는 작화대상이나 의도를 계획하는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연상의 이미지에 더 의존하는가? ● 무엇을 꼭 그리겠다는 계획을 먼저 잡고 시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네모난 큐브 박스에 여러 영상의 이미지들을 비춰본 뒤, 공간 효과가 많이 들어나는 이미지를 찾는다. 아직 지금은 건축물의 이미지가 박스모양과 잘 어울려서 건축물의 이미지들을 비춰보고 있다. 그리고 그 공간과 비슷한 느낌을 가지는 이미지들을 찾아 차용하거나 배치를 한다. 자연스럽게 연상의 이미지에 더 의존하는 쪽이 더 가까운 것 같다. 5. Cubescape의 작품 안 소재들은 어떻게 선택되는가? 소재를 통해 작가 자신의 모습을 대입한다거나 자신의 영혼, 철학을 담기위해 등장인물이나 사물을 도입하기도 하는가? ● 후기 현대회화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방법으로 이미지 차용을 사용한다. 신화적 이미지들이 사용되기도 하고 고전 명화의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생소한 이미지보다는 이미 알고 있고, 보급된 이미지들을 주로 가지고 온다. 기존의 이미지들을 그 맥락에서 떼어내서 다른 맥락에 위치시키는데, 이러한 차용의 과정에서 알레고리가 생겨나기도 한다. 또 내러티브적인 요소들도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에 맞춰 상징적인 이미지가 들어간다.

신기혁 Cubescape_패널에 유채_94.5×77.5cm_2009

신기혁 Cubescape_패널에 유채_72×78cm_2009

6. 궁극적으로 작업을 통해 표출하고자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또, 감상자와는 어떤 소통을 바라는가? ● 현실성과는 동떨어진 새로운 공간 표현을 위하여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평면에서만 표현이 가능한 비현실적 공간을 표현 하였다. 평면성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회화의 공간감 형성은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 조형적 환영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시각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마술과도 같은 환영은 고대부터 회화의 입체감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등장해 르네상스에 이르러 꽃을 피우고 중요한 회화기법으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이후 20세기 추상미술의 태동으로 미술사의 역사적 전환기를 마련하게 되는데, 평면성을 강조한 나머지 그 동안 회화에 있어서의 필요조건 이었던 공간감과 입체감은 그 의미를 상실하여 그림을 완성시키는 많은 기법들 중 하나의 기법으로 전락하게 된다. 나는 이렇게 회화의 공간감을 제거해 나간 인상파 이후 추상미술의 전개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현대회화에서 공간감이 갖는 의의와 역할을 재고해 볼 필요성을 느꼈으며 이를 통한 회화적 가능성은 무엇인지 모색하게 되었다. 시각예술에 있어서 공간성의 표현은 시각 조형물 혹은 시각 요소 그 자체가 갖는 의미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7. 자신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리고 그 이유는? ● 환영이란 감각의 착오를 통해 실재와 같은 이미지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보여 지는 것과 실재 하는 것 사이에는 항상 긴밀한 상태가 형성된다.. 보여 지는 것을 그릴 때, 우리는 실재하는 것과 똑같이 그리려 노력한다. 그러나 노력하면 할수록 빛의 변화와 작은 떨림 하나에도 무수히 변화하는 실재를 보게 된다. 우리는 그 순간을 그리고, 또 놓치기도 한다. 실재를 표현하기 위해 우리는 때로는 과장과 은폐를 통하여 실재보다 더 리얼하게 그리기도 한다. 회화는 이와 같은 일루젼을 통해 우리에게 실재보다 더욱 리얼한 환영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에... 8. 20세기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거장들 중 좋아하는 작업이 있다면 누구인가? 작업을 하면서 영향 받은 작가가 있다면 얘기해 달라. 눈속임기법(trompe lœil), 입체화법이라고 불리는 이 기법을 구사하는 작가들 중은 어떠한가? ● 개인적으로 역원근법의 입체그림으로 명성이 자자한 패트릭 휴즈를 좋아한다. 생생한 입체감과 보는 각도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시각적인 효과가 참 인상적인 것 같다. 물론 패트릭 휴즈의 작품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네덜란드 작가 호흐슈트라텐의 perspective box 라는 작품이 있다. 눈속임기법을 이용한 작가들은 묘사력이 상당히 뛰어나다. 사람의 눈을 속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서양미술 특유의 사실성을 고도로 부각시켜 의도적으로 착각을 유도한다. 자연히 캔버스 보다는 실제 벽이나 가구 위에 그려지는 경우가 많고, 캔버스에 그려져도 프레임 밖으로 이미지가 나와 있는 등 순간적인 착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신기혁 Cubescape_패널에 유채_116.5×86.5cm_2009

9. 이번 개인전을 위해 준비한 근작들 중 특별하게 생각하는 작품은? 어떤 이유에서? ● 벽에 뒤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가 그려진 그림과 계단 위를 쳐다보는 중절모를 쓴 남자가 그려진 작품이다. 무언가 묘한 느낌이 들면서 그것으로 인해 이미지는 새로운 이미지로 자유롭게 연쇄를 이어나가는 매력을 지니게 되는 것 같다. 10. 지금껏 공부하고 작업을 해오면서 느낀 점과 비교해 소헌템포러리의 이머징 아티스트 프로그램 기획전 "무빙"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작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 이제 시작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공부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내 작품에 대한 개념정리라든지, 철학, 작업 양...아직은 너무나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 미술 포털 사이트, 미술잡지에서만 봐도 알 수 있는데 그런 작가들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는다. 11. 앞으로 당분간 신진작가라는 이야기를 생각보다는 많이 듣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 많은 새로운 관행과 유력한 작가들과의 경쟁을 맞게 되리라 본다. 첫 개인전으로서 소감과 앞으로의 중요한 계획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 첫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많은 고민을 하고 준비를 해도 항상 뭔가 아쉽다는 느낌은 개인전이 아닌 여느 전시를 할 때 마다도 느껴지는 것 같다. 갤러리들과 작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긴밀한 유대감이 필요한 것 같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의 작업이 탄탄히 준비가 되어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기간 동안은 전시보다는 내 작업을 조금 더 다질 수 있는 시간으로 보낼 생각이다.(신기혁작가 인터뷰)

신기혁 Cubescape_패널에 유채_64×105cm_2009

유망 신진 작가들을 조기 발굴해 개인전의 기회를 주어 길트기를 시도한 소헌컨템포러리의 기획전 "무빙(moving)2009" 은다양성과 변화를 추구하는 젊은 작가들이 자유로운 작업방식과 의도에 맞추어, 항상 새로운 곳을 향해 움직이며, 각기 다른 개성의 자기방식을 추구하는 젊은 작가의 작업들이 주는 감동의 이유를 제시하겠다는 의미에서 YOUNG CONTEMPORARY ARTIST 신진작가의 개인전을 "MOVING" OF YOUNG CONTEMPORARY ARTISTS Ⅰ~Ⅳ 라는 전시제명 하에 이현희, 신기혁, 최영, 홍윤영 등 4명의 작가가 릴레이 형식 개인전으로 진행한다. ●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 중 「신기혁」은 눈속임(trompe-l'oeil)을 통해 실제와 환영의 경계를 오가며 시각적으로 혼란을 주는 형상을 변형 캔버스에 담아 표현하는 작업을 보여주며 평면에 3차원적인 입체적인 느낌과 시각적으로는 존재하지만 물질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사유적인 공간(세계)을 표현한다. 네모난 큐브박스에 여러 영상의 이미지를 비춰본 뒤 공간효과가 많이 드러나는 이미지를 선택하여 작업하는 신기혁은 마치 영화감독이 미장센(mise-en-scene:하나의 통일된 공간 안에서의 대상물과 인물의 배치)을 통하여 관객들에게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처럼 자신의 시각적 연출을 회화작업으로 옮겨 놓는다. ■ 소헌컨템포러리

Vol.20090805c | 신기혁展 / SHINGIHYUCK / 辛基赫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