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814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1부 SUMMER POP / 에비뉴엘 B1-5F 도널드 배츨러_루드 반 엠펠_베아트리체 미라즈_알렉스 카츠_줄리아 자퀘트 줄리안 오피_짐 다인_키스 헤링_탐 웨슬만_박형진_변대용_성동훈
2부 Mind Vacation / 에비뉴엘 9F 롯데갤러리 강지만_류석주_박상희_박형진_변대용_성동훈_최기창
관람시간 / 10:30am~07:30pm
롯데갤러리 본점 LOTTE GALLERY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130번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B1~9층 Tel. +82.2.726.4428 www.avenuel.co.kr/guide/guide_project.jsp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과 달리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주체성의 확립을 위해서는 오히려 여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아이들에게만 놀이가 필요한 게 아니라 어른에게도 현재의 즐거움 이외엔 아무 목적도 없는 행위에 빠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유한한 삶을 살면서 필요 이상의 욕망을 추구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진정 가치 있는 삶을 고민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아마도 참된 예술은 그 자체로 아무런 실리적인 생산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용하다. 즉 그것은 배고픔을 채워줄 식량을 만들어 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생활에 유용한 도구로서의 어떤 기능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예술은 우리에게 과학적 내지 실용적인 지식을 전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어떤 측면에서 본다면 관습적 삶의 안락함을 방해한다.
예술은 단지 하나의 창(窓) 혹은 거울이다. 예술은 삶에 대해 반성케 하거나 혹은 잊고 지낸 환희를 일깨우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는 표피적인 욕망에서 벗어나 무엇이 과연 삶의 진정한 목적지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예술은 마음의 양식이자, 휴식이다. 바로 이것이 무용한 예술의 유용한 힘이다. 에비뉴엘에서 개최될 『ART in SUMMER』展의 2부 전시로 기획되어 롯데갤러리(에비뉴엘 9층)에서 열리게 될『Mind Vacation』展은 바로 예술에 대한 이러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질 작품들은 그 분위기가 양분되어 사뭇 대조적이라는 측면에서 이채롭다. 먼저 전시된 작품들은 여름특별전이라는 취지에 맞춰 대체로 여름을 연상케 하는 작업들로 선택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동화적이며 만화적인 상상과 몽환적이며 내면적인 상상으로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양립되어 구성된다. 먼저 강지만, 박형진, 변대용 등이 전자에 속한다면, 류석주, 박상희, 성동훈, 최기창 등은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강지만은 만화적이며, 동화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펼쳐낸다. 다소 익살스러우면서도 뚱한 표정의 어른아이는 자연 그리고 강아지, 토끼, 팽귄, 늑대 등 동물들과 벗하며 그만의 원더랜드를 보여주기도 하고, 망토를 걸친 채 스스로 진지하지만 코믹한 영웅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시종 유쾌해 보이는 그의 화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곳에 고독, 외로움이 잔잔히 배어 있음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는 한번쯤은 성장통을 앓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박형진은 스스로의 일상을 자연친화적이며 천진난만한 동화적 세계로 변환시킨다. 무엇보다 그의 화면 안에서 인간과 자연은 일체화된다. 작가의 분신인 인물은 그곳에서 자연이 되고, 자연은 곧 사람이 된다. 또한 그 자연이란 위대하거나 웅대한 것이 아니라 주로 작가 주변을 자리하고 있는 화초나, 강아지, 물고기 등과 같이 일상 속의 자연이다. 이런 이유로 그곳에는 삶의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일상의 행복이 있을 뿐 더 이상 삶의 눅눅한 고단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변대용은 시종 유쾌한 작업을 보여준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북극곰 등의 작품은 마치 어린 아이 같은 작가의 시선을 그대로 반영한다. 아이스크림은 원래 있어야 할 곳이 아닌 동물원에서 더 익숙한 북극곰 혹은 우리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안의 선물이다.
박상희, 최기창 등은 다소 몽환적이면서도 정적인 상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잠시 세상이 멈춘듯한 그들의 화면 속에서 우리는 단지 순간순간 잊고 지낼 수는 있으나 결코 스스로 벗어날 수는 없는 본질적 고독의 뿌리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한편 류석주, 성동훈은 대상에 대한 내면적 관조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류석주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적 풍경 내지 도시적 풍경을 장노출을 사용해 포착한다. 이로써 보통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까지 소요된 그의 사진에는 시간의 궤적이 담긴다. 아울러 사진이 찍히는 일정의 시간 동안 작가는 그 풍경 속에 하나의 거울을 배치하고 옮기기를 반복한다. 하여 완성된 작품에는 노출된 시간만큼 늘어진 해의 흔적이 마치 푸른 하늘에 남겨진 빛의 흔적이 담겨 있다. 또 거울은 이의 부분적인 흔적을 증거한다. 그리하여 작가는 관람자를 보이지 않는 빛의 궤적 속으로 끌어들인다. 박상희는 주로 수영장 풍경을 그린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의 풍경이라기 보다는 내면의 풍경이다. 튜브를 타는 아이, 이제 막 데크를 박차고 물을 향해 다이빙하고 있는 남자 혹은 여자 등은 모두 예외 없이 혼자다. 이런 이유로 오랜지 빛 찬란한 색면의 풍경 속으로 다이빙할 때 조차 고독의 향기가 배어 나온다. 그리고 이는 보는 이를 보이지 않는 내면 깊은 곳까지 이끈다.
성동훈은 다채로운 입체 작업을 통해 삶에 대한 돈키호테적 열정를 담아낸다. 여기서 돈키호테적 열정이란 바로 거대한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무모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저돌적인 열정에는 삶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어, 결코 파괴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런 이유로 관조적 애잔함이 묻어난다. 구름 속으로, 자연의 신 등의 작품에는 자연에 대한 경외에서 비롯된 관조의 시선이 차분하고도 열정적으로 담겨 있다. 최기창은'일상의 신묘함(The Marvelous in the Everyday'라는 주제로 최근 작업한 회화 작업들을 소개한다. 이는 지금까지 주로 해오던 미디어 설치 작업의 연장선이자 시작점이다. 그는 일시 멈춤 버튼을 누른 듯 보여지는 비현실적 장면을 제시함으로써 '안락한 지루함' 속에서 '낯선 익숙함'을 드러내고 '왜'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전반적으로 일관되게 보여지는 핑크색 톤 아래 펼쳐진 비현실적인 상황들은 하나같이 현대인을 억누르고 있는 어떤 강박적 히스테리를 내포한다. ■ 윤두현
Vol.20090802d | ART in SUMMER : MIND VACATIO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