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731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공휴일_10:00am~05:00pm
한전프라자 갤러리 KEPCO PLAZA GALLERY 서울 서초구 쑥고개길 34(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1층 Tel. +82.2.2105.8190 www.kepco.co.kr/gallery
독재자의 초상과 '반(反)진화 이데올로기' ● 조각가 정성준은 초기작「소시얼 딜레마(social dilemma)」「메이드 바이 맨(made by man)」으로부터 최근작 「개선된 독재자(improved dictator)」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창작의 기저를 인간관계학에 두고 그것으로부터 이 시대의 위상을 추출한다. 인간관계학은, 인간 존재가 다분히 사회의 구성체로부터 출발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화두로 하는 사회학이자, 나와 너, 그(그녀)와의 소통에 골몰하는 관계지평의 커뮤니케이션학이다. 조각의 언어로써 이러한 주제를 탐구하는 그의 작품은 그런 면에서 시대를 발언하는 예술사회학이자 자신이 발화시킨 메시지로 대중들과 상호작용하는 예술커뮤니케이션이 된다.
'개선된 독재자'와 인류 진화의 이데올로기 ● 신작들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 출품작들은 대부분『개선된 독재자 Improved Dictator』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전시의 타이틀이기도 한 이 생경스러운 네이밍은 작가 정성준이 초기작「메이드 바이 맨」시리즈의 작업-즉 특정 품종의 개들을 인간의 몸체를 한 흉상 혹은 전신상의 모뉴먼트(monument)로 형상화시켜 개와 인간 사이의 피지재와 지배 관계, 인간 본질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시도한-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귀결된 것이다. 작가 정성준은 '개'와 '독재자' 사이의 유사점을 "수많은 대중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과, 시간이 지날수록 좀 더 개선되어지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으로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개선된 독재자'라는 키워드를 고안한다. ● 그렇다. 독재자란 시대적 혼란 속에 사회의 근본적 개혁을 외치는 대중들의 요구에 부합하여 공산주의든, 사회주의든 민주주의적 지향성을 내세우고 대중들의 필요에 의해 등장한다. 끝내 권력의 분산을 용납하지 않은 채 권력집중에 골몰하는 까닭에 대중들에 의해 축출되기도 하지만 독재자의 존재라는 것이 '수많은 대중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은 옳은 말이다. 나폴레옹, 히틀러, 무솔리니, 모택동이 그랬으며 현대시대 체코의 피노체트가 그랬고 다소 논란이 있지만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트, 한국의 박정희가 그랬다.
그리고 그들은 진화한다. 이것은 작가의 관점에서 '개선되다'와 상통한다. 때론 혁명으로 때론 쿠데타로 집권했지만 오늘날은 다수가 외형적으로 민주주의적 절차를 통해 집권하고 그 허위의 그늘 아래 독재의 길을 걷는다. 대다수 그들은 역사의 장에서 영웅시대라는 대과거와 배신자시대라는 과거를 기록한다. 오늘날 베네수엘라 현대통령인 차베스가 자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최근 대통령연임제한 철폐 개헌을 국민투표로 성공시킨 후 반대세력을 축출하면서 10년 넘게 독재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분명코 '개선된 독재자' 혹은 '진화한 독재자'일진대 미래적 진화의 향방은 여전히 미지수이다. ● 작가 정성준의 작품이 역사상의 독재자들과 비교하면서 주목하는 개의 모습은 흥미롭다.
개(들) 역시 수렵, 수송, 식용, 애완을 목적으로 한 인간의 도구적 필요성에 의해 야생으로부터 가축으로 길들여지면서 개의 정체성이 확립된 만큼, 점차 진화의 거쳤음에도 그것은 다분히 '자연적 진화'가 아닌 인간의 도구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품종 개량을 도모한 '인위적 진화'였기 때문이다. 도베르만, 핏불 테리어 등 우리가 아는 유명견들은 대다수 품종 개량을 위한 이종교배 형식의 유전자적 변형을 통한 인위적 진화의 산물들이다. 그런 면에서 그들은 태생부터 인간으로부터의 피해를 입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부여받은 존재인 셈이다. ● 작가 정성준은 유명 독재자의 흉상과 전신상 위에 해당 나라의 특정 품종의 개의 두상을 덧입힌다. 건륭제와 중국견 티베탄 마스티프, 나폴레옹과 프랑스견 바셋 하운드, 히틀러와 독일견 그레이트 덴, 무솔리니와 이태리 견 케인 코르소, 처칠과 영국견 잉글리쉬 불독, 스탈린과 러시아 견 허스키, 등소평과 중국견 퍼그의 조합이 그것이다.
독재자와 개의 형상을 이종교배함으로써 생성시킨 돌연변이는 결국 '원인(猿人)으로부터 사람으로의 진화(evolve into man)'가 이루어진 인류 진화(human evolution)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데 집중된다. 즉 외피적 진화에 도달한 인간의 욕망과 인간관계학은 외려 도덕적, 윤리적 책무의 방기로 인해서 진화(進化)의 마무리가 아니라 퇴화(退化)에 이르고 말았다는 작가적 항변(抗辯)인 셈이다. ● 그런데 우리가 유념할 것은, 정성준의 '작가적 항변'이란 아래의 작가노트에서도 드러나듯이, 독재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보다는 변덕스러운 인간 욕망에 충실한 대중들에게 비판의 살이 겨누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 "독재자의 초상을 덮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변형되어진 견공들의 풍자적인 모습을 통해 현시대의 대중들의 이데올로기적 판타지를 그리고자 한다."
인류 진화의 종말과 이마골로기 ● 작가는 "이제껏 소수의 리더에 의해 한 시대의 변혁이 이루어진다는 통념을 대중의 시각"으로 전치해서 독재의 역사와 오늘날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외연상 의인화(擬人化) 형식을 띠고 있는 정성준 작품은 이와 같은 메시지의 함의를 띄게 되면서부터 의견화(擬犬化)의 형식으로 변모한다. 즉 작가의 입장에서 그것은 '독재자의 형상으로 현현한 개이기보다는 개의 형상을 빌어 오늘날 다시 불러오는 독재자'를 성취시키는 것이다. 개의 얼굴을 한 독재자들의 초상은 곧 작가가 대면하는 역사와 오늘날 사회에 대한 통렬한 은유이다. 개형상의 독재자들의 전신(全身)을 뒤덮고 있는 '쟈가드' 천이라는 이중나염천은 우리가 커튼, 침구류 등에서 일상으로 목도하는 오늘날 모습이자 그 천에 담긴 고전적 문양들은 오늘날 되새겨보는 과거 역사의 흔적으로 기능한다. 오늘날 독재는 민주주의 혹은 사회주의의 체제 아래 '모든 인간을 위한다는 동일한 기치'를 내걸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것이 결국은 인류 진화의 이데올로기를 퇴행적으로 만들면서도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남기고 있음을 작가는 간파한다. 그것은 독재자를 불러와 피지배의 역사를 스스로 자초했던 까닭에 다신 투쟁해야만 했던 대중들의 변덕스러운 욕망과 그것이 창출해낸 이데올로기적 판타지에 대한 비판적 일갈(一喝)에 다름 아니다. 오늘날 테크놀로지의 미래적 진화는 가속적이지만 인류진화는 종말을 고했다고 선언되기까지 한다. 이데올로기의 거대서사를 상실한 까닭이다.
단지 '인간학'에 관한 다종다양한 미시적 변화들만이 꿈틀거릴 뿐이다. 현대는 더 이상의 발전적 진보의 의미가 없는, 단지 지속적 변화만이 꿈틀대는 '이마골로기'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란 쿤데라가 창출한 용어, 이마골로기(Imagologie)는 이미지(Image)와 이데올로기(Ideologie)의 합성어로서 진화 없는 이 시대를 설명하는데 적합하게 기능한다. 이미지가 곧 이데올로기의 기능을 대신한다는 의미인 이것은 '인간들을 움직이는 것은 더 이상 논리적인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단지 일련의 이미지와 암시'임을 강조한다. ● 작가 정성준은 바로 이러한 이마골로기의 시대를 조각언어로 훌륭히 드러낸다. 때로는 그의 부조나 환조 일부작품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선동적 포스터의 키치적 접목, 집단 초상의 풍자, 국가 헤게모니와 세계질서의 은유 등이 거칠게 호흡을 내쉬기도 하지만, 개와 독재자를 이종교배시킨 일련의「개선된 독재자」시리즈에서는 이미지와 암시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예술로서의 이마골로기의 이상을 훌륭히 성취한다. 이 작품들의 외피에는 코팅이 된 직물이 화려하게 반짝이면서 가벼운 해학과 이지적인 풍자가 동시에 일렁이지만, 그 속에는 비수 같은 독설이 숨어있기조차 하다. 결론적으로 그것은 인류 진화의 이데올로기에 종말을 고한 우울한 역사의 초상이자 반(反)진화 이데올로기에 대한 준엄한 성찰에 다름 아니다. 또한 그것은 작가 정성준이 비판적 인간관계학으로 바라보고 이마골로기의 조형언어로 산뜻하게 풀어쓴 현시대의 사회적 초상이기도 하다. ■ 김성호
Vol.20090731b | 정성준展 / JEONGSEONGJUN / 鄭成俊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