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와 구더기

2009_0722 ▶ 2009_0804

초대일시_2009_0722_수요일_05:00pm

모로갤러리 기획초대展

참여작가 김민기_김승연_김종진_김한진_성하균_이규섭

관람시간 / 10:00am~07:00pm

모로갤러리_GALLERY MORO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8-16번지 남도빌딩 1층 Tel. +82.2.739.1666 www.morogallery.com

구더기에서 치즈 읽기 ● 우리가 흔히 문화라 부르는 대부분의 것은 상위 문화거나 고급문화다. 우리가 대중문화라고 부르는 것들도 엘리트, 상층, 고급문화의 시각으로 바라 본 경우가 많다. 대중문화는 늘 고급문화를 동경한다. 대중가수는 오페라를 부르지 않지만 오페라가수는 대중가요를 부른다. 퓨전문화는 고급문화로의 삼투압현상인 것이다. 그래서 모든 문화는 고급문화의 호명을 기다린다. 저잣거리의 삶이나 하위주체의 개체적인 풍경이 문화로 호명되지 않는다. 이들이 담론이 덫에 걸리는 한에서만 이들은 민중 문화가 되거나 종속문화가 되거나 하위문화가 된다. ● 미시사의 거두 진즈부르크는 자신의 책 『치즈와 구더기』에서 모든 문화는 삶으로부터 역사를 끄집어낸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삶은 하위 주체들의 개별적 삶의 구체성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모든 담론은 보편적이기보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것들과 만나야 한다. 미술도 그렇다. ● 젊은 학생들의 작품이 미술 시장 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불과 2-3년 전이다. 최근에 와서 많은 학생들이 아트 페어에 참여하고 시장의 논리를 읽기 시작했다. 미술 자본과 시스템은 교묘한 광고와 비상업적 논리로 무장하면서 이들을 미술 시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덜익은 젊은 작가들은 그래서 부지런히 이쁘고 팝적이고 팬시한 작품을 제작했다. ● 참여 작가 김민기, 김승연, 김종진, 김한진, 성하균, 이규섭은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고 이들은 모두 석사 과정의 학생들이다. 이들은, 내가 보기에, 최근 젊은 작가들의 보편적 담론과는 동떨어진 작업을 선보인다. 그래서인지 참신한 6명의 작품은 싱싱하고 활기차다.

김민기_바라보다_아크릴, 목재_가변설치, 190×100×300_2009

김민기는 거울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거울은 미술 담론 속에서 '재현'이거나 '반사'거나 '거울 단계'를 표상한다. 김민기는 자신의 거울 설치는 시간의 축이라고 말한다. 너와 내가 찰라로 만나는 시간을 공간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 텅 빈 프레임은 텅 빈 담론의 재현처럼 보인다. 텅 빈 프레임을 채우는 건 개별적인 개인이 아닌가 싶다.

김승연_그들만의 전쟁_디지털 프린트_가변설치_2009

김승연은 의사 다큐멘터리 작업이다. 사진은 건물이 폭파되는 장면이거나 익명의 군중들이 대피하는 장면 등을 담고 있다. 작품은 흑백 사진, 찍는다는 행위, 결정적 순간이라는 예술의 언어를 전복한다. 그는 영화를 즐기면서 화면을 캡쳐하고, 흥미로운 장면을 프레임화한다. 가짜 예술행위는 예술로 가볍게 둔갑한다.

김종진_자화상_종이, 스틸, 혼합재료_가변설치, 90×180×60cm_2009

김종진은 드로잉과 입체가 결합된 작품을 선보인다. A4에 그려진 인간 군상은 족쇄로 채워져 있다. 이데올로기의 보편성은 A4로 표상되고 그들은 모두 따로 같이 그려진다. 평면으로 그려진 군중은 입체로 만들어진 앵커로 고정되어 있다. 한없이 가벼운 존재의 심층엔 늘 그렇듯 존재를 가두는 많은 것들이 있다. 당신에게 그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한진_홀로된 나_영상_00:02:10_2009

김한진의 영상작품엔 네 켤레의 신발이 등장한다. 회색 세 켤레 신발은 죽은 사람 거다. 현관이라는 삶의 가두리 안에 이들은 서로가 겹치고 아등거린다. 하지만 결국 남는 건 산 자의 외로운 빨간 신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재치 있게 표현한 영상 작품은 입체를 전공한 작가에게 새로운 형식 실험이지 싶다.

성하균_내 생각엔_영상_00:04:15_2009

성하균의 영상작품은 말과 영상의 놀이다. 우리는 이미지를 보면서 말을 듣는가 아니면 말을 들으면서 이미지를 상상하는가. 성하균은 이 둘의 오랜 동거에 균열을 낸다. 이미지와 말의 분열이다. TV 대담 프로에 등장하는 유명한 토론자들은 서로 다른 말로 소통한다. 이미지는 배반하고 말은 허공에 흩날린다.

이규섭_단 (斷)_목재_가변설치_2009

이규섭의 설치 작품은 소통을 다룬 듯 보인다. 이 소통은 일대일 대화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전시장 전체 동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60센티미터의 어중간한 탁자와 의자는 애매한 소통의 형식을 닮았다. 발화와 수신의 일치라는 소통의 의미는 작품의 크기와 전시장에 놓인 작품의 위치에서 흔들리고 스러진다. ● 내가 보기에 요즘 젊은 작가들은 철저하게 카우치(Couch) 미학이다. 시각적으로 편안하고 다루는 소재는 일상과 미디어다. 이번 참여 작가도 그렇다. 하지만 이들에겐 조롱과 전복이 스며있다. 조롱과 전복의 가치는 고스란히 예술의 가치여야 한다, 고 나는 생각한다. 우유에서 치즈가 만들어지고 치즈는 구더기를 만든다. 구더기 속에서 치즈를 상상할 순 없다. 구더기 속에서 치즈를 읽는 것, 이 전시가 의도하는 바다. ■ 정형탁

Vol.20090722h | 치즈와 구더기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