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es fade

김새벽展 / WALTER DAWN KIM / 金새벽 / mixed media   2009_0722 ▶ 2009_0731

김새벽_Memories fade : 2004.06.30_혼합재료_19.6×27cm_2009

초대일시_2009_072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아트다_GALLERY ARTDA 서울 종로구 효자동 40-1번지 Tel. +82.2.722.6405 www.artda.co.kr

사라짐의 현상학 또는 20대에만 가능한 것 ● 젊다는 것이 반드시 미완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지난 시기 20대 전후의 많은 이들이 증명해왔다. 그들은 비록 표현되지 않고 잠재된 상태에서 모호하지만 누구나 이미 느꼈거나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을 민감하게 느끼고 계속 느낌을 지속시키는 견고한 집중력과 의지를 지닌 이들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폭발적인 창조력이 넘치던 유일한 시기가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눈치를 챘으나 미처 준비하거나 집중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나쳐 갔을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인생에서 가장 창조력과 상상력이 넘치는 10~20대는 생존경쟁의 세계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시기와 걸쳐있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아주 조용히 한때나마 자신에게 접속되었을 창조의 순간에 등을 돌리고 일상과 삶의 현장으로 들어서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새벽_Memories fade : 종이 비행기_혼합재료_19.6×27cm_2009

김새벽의 첫 개인전을 보며 나는 앞서 우리 모두에게 잠시 남아 있었을 어떤 시점을 상기하게 된다. 그것을 우리는 결정적 순간이었다거나 인생의 날카로운 임계점이었다고 회고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회고의 시간은 아마도 우리가 그것을 어떤 물질적 상상력이나 질료의 감각이 아닌 언어와 의미의 세계에서 다투는 순간을 뜻할 것이다. 작가에게 운이 따라야한다는 것은 그래서 하나의 율법처럼 분명해 보인다.

김새벽_Memories fade : Memo_혼합재료_19.6×27cm_2009

빛의 점멸과 형태의 사라짐, 모호하고 투명한 대기로의 돌입. 김새벽의 관심은 일상 사물의 지점에서 운동하는 조형적 미적 효과들에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보인다. 점차 구체성과 존재감을 상실해가는 페이드 아웃(FADE-OUT), 그리고 그 후에 벌어지는 것들을 생각한다. 우리는 영화가 아닌 미술의 맥락에 서있다. 따라서 페이드 아웃은 마치 미술관 관람 시간이 마감되어 전시장 내부의 조명이 점멸하는 과정을 길게 증폭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또는 이른 아침 관람객을 맞이하기 전 조명을 올리는 순간 까지를 포함하는 아주아주 긴 어둠마저 포함할지 모른다.

김새벽_Memories fade : 흔들리는 배_혼합재료_19.6×27cm_2009

개인전에 앞서 상상마당에서 열렸던 전시(서교육십2009)에서 잠시 언급하였던 거주할 수 없는 불가능한 집과 연장선에 있다고 추측할 뿐이다. 여전히 그 존재나 의미가 부조리하여 접근 불가능한 주제와 재료는 감각과 예감이 최고조로 달한 시기에 매우 강렬한 유혹이다. 김새벽 또한 그에 몰입한다. 그에게서 세월의 두께에 기대는 인식의 깊이나 반성적 성찰과는 다른 종류의 어떤 것, 우리 모두에게 있었을 그 어떤 것을 구체화하는 힘을 느낄 수 있을까?

김새벽_Memories fade : 떨어지는 비행기_혼합재료_19.6×27cm_2009

작가 이전에 회고의 순간을 맛보는 것은 이미 자신의 창조의 최고점을 넘겼다는 우울한 징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김새벽의 작업을 보며 느끼는 것이다. 어떤 서사(敍事)도 필요하지 않다. 애써 찾지 말자. 그것은 어쩌면 작품이 주는 예감이나 접촉의 시점을 놓치는 가장 흔한 오류일지 모른다. 20대에 걸맞는 감각을 찾는 것. 그 시기에만 고유하게 사라지는 것, 자의든 타의든 그 시기에만 배제되는 것, 그리하여 어떤 날카로운 직관과 만나는 교직(交織)의 경험을 만나는 것. 그 시기에만 가능한 의미의 과잉과 압축이 스스로 드러나길 기원하자. ■ 김노암

Vol.20090722d | 김새벽展 / WALTER DAWN KIM / 金새벽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