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717_금요일_05:00pm
김종영미술관 2009창작지원작가展
주최_김종영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김종영미술관 KIM CHONG YUNG SCULPTUER MUSEUM 서울 종로구 평창동 453-2번지 제4전시장 Tel. +82.2.3217.6484 www.kimchongyung.com
나점수의 조각은 고요하다. 그 앞에 서는 순간, 흔들림 없는 시간의 정적이 시선에 붙잡힌다. 생명과 죽음의 간극을 이어주고 식물의 모습으로 우리의 의식 속에서 끝없는 사유의 이파리를 피우고 있는 관념의 유기체이다.
그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그의 작업을 처음 보았을 때 그것들 몇 개는 작업실 벽에 아주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었다. 아니다, 자라고 있는 것 같았는데 오히려 화석처럼 벽에 단단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자라지 않는다. 단지 자라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나무가 목재가 되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자라나온 흔적들을, 그는 결을 따라 수직방향으로 거칠게 파내었다. 아름드리나무 둥치의 양감을 끈질기게 깎아 내고 나면 거기에는 공간에 오롯하게 서 있는 연약한 나뭇잎 하나가 남는다. 그 나뭇잎이 보여주는 생명의 흔적은 무한히 계속되는 자연의 질서를 떠올리게 한다.
길게 위를 향해 자라난 나무들의 경건한 모습은 그 자연의 질서에 경외심을 표하게 한다. 그는 이러한 식물적 이미지들이 가지고 있는 경건한 종교적 모습을 이미 잘 알고서 작업에 임하였다. ● "식물적 이미지에서 보여 지는 수직적 구조는 단순함을 통해 사유의 정서적 측면을 드러낸다. 전통적으로 수직선은 "종교"에 가깝다고 한다. 곧 정신적 측면(적(寂),명(明))과 연결 되어있다는 이야기이다." ●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수직적 구조의 빌딩 숲이 인간의 끝없는 물질적 욕망을 대변한다면 자연에서 보이는 수직적 구조는 오래 전부터 우리의 어머니가 숭배 해 온 범신론적 종교성을 연상하게 한다. 그의 작품들은 작가의 정성스러운 작업의 시간들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다. 자연에서 이제 막 꽃처럼 피어나는 문명이 발현되는 순간을 기록하는 문자가 짓이겨진 진흙 속에서 그의 부지런한 손놀림에 의해 형상으로 나타난다.
그가 만들어 낸 상형문자는 작업의 시간 속에서 자라나는 식물이다. 문자는 인간이 만들지 않았다. 자연이 싹을 틔웠고 스스로 자라고 있었다. 정적이며 생명 순환의 과정에 순응하여 생성(生成)되는 식물적 이미지들은 그의 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 영원히 지속되는 관념 그리고 순수하고 경건한 종교성을 풀어 가는데 가장 적합한 정서적, 조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 김종영미술관
Vol.20090720f | 나점수展 / NAJUMSOO / 羅点洙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