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art of me

2009_0718 ▶ 2009_0729

공지영_be confined_혼합재료_각 6×6cm_2009

초대일시_2009_0718_토요일_06:00pm

책임기획_박은선

참여작가 공지영_남윤미_박은선_오종은_장용준_제유성_허욱_홍경택

스페이스 함은 프라임모터社가 지원하는 비영리 미술전시공간입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스페이스 함_space HaaM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37-2번지 렉서스빌딩 3층 Tel. +82.2.3475.9126 www.lexusprime.com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해도 지구상엔 그 어떤 흔적도 나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우주의 먼지와도 같이 미세한 존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한 편으로 누군가의 말처럼 우주가 내 안에 들어 있으니 지구 위에 살면서도 지구보다 훨씬 큰 존재가 바로 나, 인간이다. 그렇게 먼지 같고 광대한 존재인 내가 세상을 사는 동안 나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며 살아갈까? 나는 때때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인 것 마냥 말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인간의 역사는 무수한 시행착오의 편린들로 이루어진 부분과 미완의 유리성이다. 인류가 쌓아 온 방대한 앎의 축적들로 그야말로 역사상 전대미문 가장 유능한 존재가 인간이 아니던가. 자본과 권력, 정보와 지성 중심의 사회적 메카니즘 속에 넘쳐나는 문명의 이기(利器)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계속되고 있는 수많은 피의 분쟁과 정치적 대립은 무엇 때문이며, 가진 자 편으로 기우는 법과 제도는 무엇을 말하는가? 왜 없는 자들은 늘 소외되고 거리로 내몰리며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당신은 왜 그토록 고독해 하는가? 문명의 도로를 위해 산을 깍고 빙하를 녹이는 인간의 욕망과 수많은 부조리는 우리를 점점 더 화석화시켜 가고 우리 스스로를 고립시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정작 깍아내고 녹여내야 하는 건 바로 우리의 교만과 이기심 가득한 탐욕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 현대인은 과도한 욕망으로 인해 그 많던 줄들이 다 끊어지고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한 개의 줄, G선으로 아슬아슬하게 연주하는 바이올린과도 같다. 이미 끊어져 회생 불가능한 줄을 탓할 것인가? 위기 속에서도 우리를 살게 할 그 마지막 한 줄로 끝까지 연주를 마쳐야 하지 않는가?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앎을 넘어 교감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여기 8명의 작가, 공지영, 남윤미, 박은선, 오종은, 장용준, 제유성, 허욱, 홍경택은 우리 시대의 G선을 연주하며 시대적 코드와 명암을 작가 개인 특유의 감성과 시선으로 재해석 하여 다양한 소통의 통로를 열어 보인다. ● 공지영의 작품은 존재와 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지나친 편리함의 추구와 개발이란 허울 좋은 이름하에 파괴되어 가고 있는 생태계. 그와 더불어 파괴되고 무시되어 뒤로 밀려나버린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결국 자신을 위해 만들어 놓은 유익이라는 상자 속에 오히려 스스로를 가두어버려 또 다른 탈출구를 갈망하고 필요로 하게 되는 이기적이고 고독한 현대인을 표현한다.

남윤미_encountering new knowledge_혼합재료_80×100cm_2009

남윤미는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대 방향으로 뒤틀려 있는 몸의 마디마디가 작가의 숨겨진 고통이 그러함을 말해 준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서 끌어올린 삶의 이면을 몸의 언어로 고스란히 드러냄을 망설이지 않는다. 동시에 그의 작업행위는 자기 치유를 위한 또 하나의 몸짓이기도 하다. 그가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단지 상처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존재와 나를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소통의 통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박은선_castle_same time, same spac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3×91cm_2008

박은선은 인간이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최고라 여기는 모든 것들의 총체적 상징인 성castle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성castle이란 인간이 추구하는 욕망의 대상임과 동시에 자칫 한 순간에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허망한 신기루 또는 등에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짐의 굴레가 될 수도 있음을 말한다. 최고란 남이 정한 가치와 기준에 의해 내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이 바로 최고의 성castle, 진정한 삶의 정점임을 말한다.

오종은_a funeral_종이에 혼합재료_60×60cm_2009

오종은은 현실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세계, 꿈과 무의식을 중요 화두로 삼고 있다. 일상과 같이 꿈의 부조리함과 기이함 속에 깃든 미적요소를 화폭에 옮긴다. 또한 그 요소들은 존재 내면에 깃들어 있는 이중성 즉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 진실과 거짓 사이의 간극이다. 그에게 있어 삶과 아울러 미란 불규칙하고 이질적인 것이며 또한 기형적인 것으로서 뜻밖의 놀라움으로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것이다.

장용준_your pass_캔버스에 유채_73×91cm_2009

장용준은 장소 불문하고 불특정 다수, 사람들의 동적인 순간을 포착한다. 그 움직임은 삶의 어둠과 부정적인 그림자를 몰아내며 저마다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암시한다. 그래서 그의 인물들은 흔들리면서도 결코 방황하지 않는다. 사진의 피사체 속에 깃든 작가의 긍정적인 시선과 열정을 회화 속에 역동적으로 극대화 시켜 지극히 평범한 삶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보여주고자 한다.

제유성_Journey to another world_캔버스에 유채_80×80cm_2009

제유성의 작품은 마치 영화 '찰리와 쵸콜렛 공장'을 떠올리게 한다. 시공의 경계를 초월한 그의 소우주는 동영상이 아닌 평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특유의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보기 흉한 미물조차 그 곳에선 유쾌한 생명체로 재탄생된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실의 고리를 냉소와 비판이 아닌 유머 가득한 시선으로 여유롭게 풀어나간다. 그의 세계 속에서는 현실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모든 관계와 모순이 어렵지 않게 풀릴 것만 같다.

허욱_첨첨(添添) 사이_혼합재료_90×122×2cm_2008

허욱은 완전함과 전체가 아닌, 부분들로 겹겹이 보태지고 더해져 환원되는 '첨첨'으로 만들어 내는 '사이'의 조형적 미와 가치를 지향한다. 차이로 인한 오브제와 공간의 불협화음을 받아들이고 되돌려주는 관계의 순환체계를 강조한다. 그가 바라보는 세계는 하나에 의해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미완의 과정, 존재들이 서로 경계를 허물며 조합하고 어울려 이루어내는 교감의 세계다.

홍경택_a prayer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30×162cm_2008

홍경택의 작품은 카오스와 같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현란한 음악적 리듬과 반복된 패턴으로 표현하며 미술 속에 음악의 본질을 대위시킨다. 화폭 속에 스스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어 시대와 욕망의 아이콘을 음악의 절정 위에 그려 넣는다. 바로 고통과 희열의 순간이다. 또한 렘브란트적 명암과 훵크(funk)적 감각의 사운드로 현대인의 화려함과 욕정 뒤에 감추어진 인간 내면의 상실감과 고독을 저음으로 표현한다. ● 이들의 연주는 화석화 되어 점점 불구가 되어가는 우리들의 결핍된 부분에 그들의 심장과 피부, 마음과 생각, 그렇게 자신의 한 조각을 아낌없이 이식하고자 한다. 그들의 작품은 그들 부분이 갖는 시각적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며 투영된 시대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반추한다. ■ 박은선

Vol.20090719e | a part of me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