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OASIS

정기현展 / JEOUNGKIHEOUN / 鄭基炫 / installation   2009_0717 ▶ 2009_0730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_2009_0717_금요일_06:00pm

후원_서울문화재단, G1테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쿤스트독_KUNSTDOC 서울 종로구 창성동 122-9번지 Tel. +82.2.722.8897 www.kunstdoc.com

숭고한 일상, 남루한 일상 ● 정기현의 이번 전시는 "오아시스"이다. 그 곳이 왜 오아시스인가? 모종의 유토피아와 관계하는가? 작가가 생활하고 작업하는 분수리는 서울 북쪽 끝 구파발에서 승용차로 약 40여분 거리 떨어져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이는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조그만 마을로 할미산, 수래봉 등의 산에 둘러 싸여 있다. 이 마을 이름은 용미리와 분수3리가 만나는 작은 고개를 기점으로 임진강과 한강으로 흘러드는 물이 기원한다 하여 붙여졌다고도 전해진다. 또 다른 해석에 의하면 이 이름이 역원인 분수원(焚脩院)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분수리에는 이런 과거의 흔적과 기억이 저 깊은 곳에 이르기까지 겹겹이 퇴적 되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으로는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 고유한 지층이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그 운동의 궤적을 드러내고 있는 곳이다. 이 마을은 또 안골이라고 불리기도 했단다. '안골'이란 산을 끼고 있는 각 시골 마을들마다 어느 한 구석에는 있게 마련인데, 산자락 깊숙이 안쪽에 아늑히 자리 잡은 마을을 부르는 이 정다운 이름을 이 마을도 역시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안골'이 이제는 아쉽게도 더 이상 아늑하지 않다.

정기현_오아시스_DVD_00:15:00_2009
정기현_오아시스_DVD_00:15:00_2009
정기현_오아시스_DVD_00:15:00_2009

정기현은 이번 작업에서 '더 이상 아늑하지 않음'을 시간-공간적으로 문제 삼는다. 그것도 그렇게 쿠울하지 않게... 현존재 일반은 플라톤의 전통을 따라 '잃어버린 이데아의 기억을 되찾아나서야 하는 애닯은 존재'로 이해할 수도 있다. 또 이런 이해를 '동일성에 기반을 둔 차이의 억압'이요 '가상-시뮬라크루와의 세계가 전면화된 것으로 비판하면서, 이와는 달리 현재의 녹녹치 않은 아픔마저도 꿋꿋하게 삼키면서 현존재에 대한 영원한 긍정을 선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여기의 실존적 지반이, '과거에는 있었지만 지금에는 없는', 혹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얻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에 있다. 이리하여 유토피아는 정기현의 경우에는 부정적 유토피아, 즉 그 자체, 지금 없는 것에 대한 순수한 부정으로 나타난다.

정기현_구름2- 석고, 파리_100×100×100cm_2009
정기현_동물- 석고_각 10~30cm_2009
정기현_분수리_합성수지_94×145×115cm_2009

그는 이 분수리를 폴리코트로 실물에 가깝게 축소모형을 만들고 이것에 분수리를 그려 넣는다. 이것은 안골이 아니라, 분수리(分水里)다. 이 분수리의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것은 근대화의 열광과 무질서, 자연에 대한 모욕이다. 이것이 바로 '안골'에서 '분수리'로 이전되어 가는 모습들이요, 분수리란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미시권력-거시권력의 현주소이다. 농촌의 도시화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사람들의 무지와 탐욕이 미시권력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아늑한 안골에 까지 치밀고 들어선 골프장과 각종 공장들" 등에서 읽어낼 수 있는 자본과 국가란 거시권력의 단단한 기반으로까지 작동한다면, 이제 그가 나지막한 공중에 띄워 놓은 부유하는 수많은 동물들, 산양, 개, 고양이, 닭 등은 이에 대응하는 하나의 음울한 실존, 디스토피아의 현실을 드러내 주는 소도구로 등장한다. 작업실 앞 조그만 개울에서 채집한 곤충들의 즉물적 움직임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자연'으로 자리 매김 된다. 이제 이런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 그 자체는 근대화의 시공간에 즉물적으로 물음을 던진다. 그렇다면, 어디로... ■ 김경수

Vol.20090718e | 정기현展 / JEOUNGKIHEOUN / 鄭基炫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