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_渡海歌

이수영_리금홍_정원연展   2009_0717 ▶ 2009_0719

디자인_이정은

초대일시_2009_0717_금요일_06:00pm

후원_경기문화재단_SPACE BEAM

관람시간 / 11:00am~07:00pm

인천 차이나타운 빈 점포 인천시 중구 선린동 23-1번지 Tel. +82.10.9466.9897

'짜장면'은 근대기 중국과 한국이 만나면서 태어났다. 식민과 신문물의 이주와 경계의 경련 속에 중국으로부터 번역된 음식 짜장면은 물가지수의 인디게이터이자, 김치와 소주에 이은 한국 고유 음식이며, 오토바이 탄 노란 염색머리 철가방의 서늘한 가난과 키치의 독립 문화 영역이며, 퓨전 음식의 원조이다. 한국 산업화와 함께 몸살을 앓으며 신속 정확히 동반 성장해온 짜장면으로 단일민족 신화와 화교, 경계와 이주의 진동하는 기억의 접점에 대한 미술을 상상한다. ■ 이수영

이수영_첨단철가방_철가방에 기계부속_90×47×25cm_2009
이수영_아픈 짜장면_복합매체_ 2009

오늘 하루에도 6만 8천 명이 일하는 2만 4천 개가 넘는 중국식당에서 대략 600만 그릇의 짜장면이 소비되었을 것이다. 한국인 열 명 가운데 1명꼴로 매일 짜장면을 먹는 셈이다. 짜장면은 밀가루 반죽을 늘이고 접는 과정을 반복하여, 20→ 21→ 22→ 23 → 24 → 25 → 26 → 27 → 28 156가닥까지 늘인 면발로 만든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밀가루 한 덩이가 대략 300m까지 늘어난다. 밀가루 한 덩이는 30인분이니 일 인분의 짜장면은 대략 10m이다. 10m에 하루 소비량 600만 그릇을 곱하면 60,000km에 이른다. 지구 둘레는 40,000km이다. 하루에 먹는 짜장면 면발을 이으면 대략 지구를 1.5바퀴 돌 수도 있다. (양세욱,『짜장면뎐』) ● 현관 앞, 흥건한 소스에 짜장면 몇 가닥이 남아있는 플라스틱 그릇을 본다. 짠하다. 어지럽다. ■ 이수영

리금홍_자장면의 생산방식_단채널 비디오_00:04:00_2009

마차오에게 메일이 도착한 것은 연태에서 돌아오고 3일이 지나서였다. 현지인들에게 짜장면 조리법을 이메일로 보내달라는 전단지를 돌렸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하루에도 서너 번씩 메일함을 열어보았다. '혹시'와 '역시'사이를 오가며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마차오는 외국인인 나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중국어 원문을 한국어로 번역해 주는 친절함을 보여 주었다.

리금홍_짜장면 조리법 취재와 레서피, 산동성 연태시_화첩_ 2009

번역기를 통해 만들어진 한국어 번역문은 읽히긴 읽히되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문장의 나열이었다. 나는 마차오에게 다시 중국어 원문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원문은 바로 다음날 이메일로 도착했다. 번역된 음식인 짜장면을 이야기하는 데에 있어 마차오가 보내준 번역된 짜장면 조리법이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회수를 건너면서 귤한테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 리금홍

정원연_짐: 한국 인천항에서 한중 훼리에 짐을 싣는 사람들_디지털 프린트_27×40cm_2009

인천에서 중국 산동성 연태시로 가는 향설란호에는 중국 상인이 많았다. 우리는 대다수 한국 화교의 고향이 산동성이라기에 그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황해 바다 위에는 예전에 중국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흔적은 없었다. 우리가 탄 배와 함께 바다에는 화물선과 갖가지 배들이 함께 떠 있었다. 17시간의 미동도 하지 않는 것 같은 항해 끝에 연태시에 도착. 배에서 내리니 경쟁적으로 자기 짐을 밀어 넣고 버스에 오르려는 사람들로 몸싸움이 치열했다. 출입국 사무소에서 검사를 마치고 나오니 광장 바닥에 중국 상인들의 검은 가방들이 많이 있었다. 가방 옆에는 바퀴를 박은 나무 판과 노끈이 놓여 있었다. 끈으로 바퀴 달린 나무 판과 가방을 연결하는 모양이다. 어떤 중국인은 바퀴 판을 연결한 가방을 어깨에 매고 길을 갔다. ■ 정원연

정원연_짐: 중국 산동성 연태시에서 짐을 들고 이동하는 사람들_디지털 프린트_18×40cm _2009

살 길을 찾아 한국에 온 중국인들이 타국에서 살아 남기 위해 짜장면을 만들어 팔았듯 오늘도 황해 바다와 연태시의 길 위에는 100년 전 고향을 떠난 사람들 보다 덜 하지 않은 삶의 무게를 지고 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안에 짜장 대신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고단해도, 억울해도, 욕 나오게 힘이 들어도 자신의 짐을 지고 한발, 한발 걷고 있는 그들을 향해 나의 검은 상자를 열어 본다. ■ 정원연

Vol.20090717h | 짜장면_渡海歌-이수영_리금홍_정원연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