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708_수요일_01:00pm
샘표스페이스 기획 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5:00pm
샘표스페이스_SEMPIO SPACE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231번지 샘표식품 이천공장 Tel. +82.31.644.4615 www.sempiospace.com
빛, 소통의 프리즘(Prism)과 독백 ● 한적한 초등학교 정문 길 건너 이층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였을 때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작가의 작업실에는 구슬이 주렁주렁 매어달린 여러 개의 조형물로 가득했다. 제작 중에 있는 여러 오브제들, 작업도구, 형형색색 구슬이 작업대 위에 수북하다. 이 구슬은 모두 투명한 낚시 줄에 줄줄이 꿰어질 것이라고 한다. 철제 삼각형이 우뚝 세워지고, 각 면에 이 구슬이 커튼모양으로 설치되는 입체조형이다. 이렇게 3가지 종류-샤워부스, 행거, 프리즘-형태의 조형물이 각 5쌍씩 만들어지고 있었다. 구슬 커튼을 만드는 것은 세심한 작업이었는데 조형물 하나를 메어 다는데 꼬박 5일정도 소요된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수 없이 많은 구슬을 꿰어 여러 줄의 커텐처럼 만들려면 구슬의 행과 간을 나란히 맞춰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은 샤워 부스나 벽에 걸린 행거도 이와 같이 제작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나 작업량이 적잖아 보인다. 다행히 작업은 막바지에 이르는 것 같았는데, 어림잡아보니 작가는 지금까지 이 단순 작업에만 근 두어 달 가까이 매달려 왔을 것 같다. 더불어 "샤워부스: 빛 속의 색" 비디오와 "캡슐: 삼각 틀의 합체" 퍼포먼스 동영상이 준비되어 있다. 이렇게 빛이라는 주제의 오브제조형과 영상의 작업을 보게 되었다.
작가 김은영은 그간 세 번의 개인전을 통해 "공간", "소통부재의 숲", "지금 당신의 빛깔은..."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빛과 색의 인간심리에 대한 불가사의한 관계"를 주제로 하고 있다. 작가는 지금껏 오브제와 영상이라는 두 가지의 이질적 물질의 배치를 통해 복합적 공간을 구성하였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유사한 작업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삼각형 조형물과 유리구슬이 눈에 뜨인다. 삼각 샤워부스, 삼각 걸게, 삼각 행거에서 보듯 그의 작업에 공통으로 쓰이는 삼각형은 빛의 실체를 볼 수 있는 프리즘의 트라이앵글을 연상하게 하는데 이것은 모두 5가지 색(오방색:적.황.녹.청.흑)으로 입혀져 있다. 그래서 삼각형 샤워부스는 할로겐 불빛과 함께 마치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와 같은 빛줄기를 연상한다. 빛의 실체가 육감적으로 온 몸에 뿌려지는 것 같다. 삼각 걸게는 매어달린 구슬이 지면까지 드리워져 있는데 LED 조명의 다색 불빛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인다. 벽에 걸린 회화나 조각 작품처럼 걸려 스스로 발하는 조형작업이다. 삼각 행거는 사람의 키보다 더 높이 천정에 매어 달려 거대한 프리즘을 연상하게 한다.
프리즘은 무엇인가? 빛에 내재된 색을 가시적으로 보는 장치인데, 서로 다른 파장의 크기를 가진 색의 속성에 의해 이루어진다. 빛은 직진 운동을 하다가 공기 밀도와 다른 투명한 프리즘을 투과하면서 굴절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색 파장의 틈이 넓혀지고 그 효과로 빛에 내제된 여러 색이 가시적인 무지개 색으로 분리되어 우리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이다. 프리즘 장치의 기본적인 형태는 삼각형기둥으로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삼각형 조형물은 이것을 상징하고 있다. 이곳에 길게 늘어뜨린 형형색색 구슬은 바로 색(color,오방색)을 표현한 것으로 비가시적인 빛을 가시적 색의 물질적 오브제로 치환하는, 매체로서 빛이라는 재료(medium)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추가로, 영상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작업이 이 조형물들 사이를 관통하고 있는데 영상작업 "샤워부스 : 빛 속의 색"은 요지경(瑤池鏡)에 담긴 형형색색구슬을 촬영한 비디오이다. 입체적 오브제와 함께 설치된 비디오는 백남준의 "Video-Videa-Vidiot-Videology"의 시간성의 비디오 예술과 거리가 있고 오히려 빌 비올라(Bill Viola)의 장소성(Place) 비디오에 가깝다. 그것은 과학적이고 물리적인 빛의 실체가 이미지로 발전하였을 때 그 현란한 현상에 대해 관람자로 하여금 사색을 유도하는 요지경(瑤池鏡)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시공간의 한 쪽에는 "캡슐 : 삼각 틀의 합체" 라는 퍼포먼스 동영상을 모니터로 볼 수 있게 설치하였다. 모니터 동영상은 다섯 가지 색을 담은 유리 시험관을 하나씩 고무줄에 묶어 소마트로프(Taumatropio)처럼 돌려보는 퍼포먼스이다. 소마트로프는 빠르게 회전하는 물체가 우리 눈에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시지각의 원리를 보여주는 놀이이다. 빠른 회전 운동으로 각각 다른 컬러의 물질이 담긴 캡슐이 회전하면서 시각적 가산 혼합을 일이키며, 물리적 실체는 운동을 통해 시각적으로 불확실한 이미지가 되는 유희를 보여준다.
작가 김은영은 조형 작업을 통해 프리즘을 통과한 빛의 가시적 색을 다룬다. 여기에 주로 사용되는 오방색은'낯설음'이 아닌 작가의 내재된'익숙함'에 대한 사회적 욕망을 드러내는 문화적 코드이면서 동시에 그의 작품을 표현하는 재료이다. 사실, 오늘날 우리의 모든 관계와 소통은 빛과 같이 매체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속도의 원리에 지배당하고 있다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화기, TV, 컴퓨터는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제약 없이 다양한 오락과 정보를 전달한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실체를 보여주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 귀에 들리지 않는 전파, 만질 수 없는 흐르는 전기, 빠른 계산을 수행하는 보이지 않는 전자의 움직임이다. 이것이 우리를 현혹하는 이미지가 되고 소리가 되고 정보가 된다. 여기서 쏟아지는 갖가지 이미지와 텍스트는 우리의 욕망과 코드를 같이하며, 누구보다 빠르게, 무엇보다 감각적으로 소통한다. 우리는 이것에 쉽게 유혹되어 그 모습과 흡사하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작가는 실체가 없는 허공에서 빛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광선처럼 반짝이는 구슬을 통해 보여주고 빛과 색의 인간심리에 대한 불가사의한 관계를 구슬이 흔들리며 영롱한 빛을 발하고 유영하는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 굴절이라는 왜곡을 통해 빛의 실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이지만 우리가 관람객이 되어 이 가공의 설치 공간을 배회하다가 우연히 구슬 커텐과 부딪쳐 구슬이 흔들리게 된다면,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그 속도를 못 이겨 구슬에 부딪힌 이 오브제의 행간에 존재하는 빛을 발견하고 굴절된 빛의 은유를 우리는 실감할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그의 작품을 통해 빛의 속도를 즐기는 미학적 사색의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다. ■ 정동암
Vol.20090716e | 김은영展 / KIMEUNYOUNG / 金垠怜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