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겨 안깐겨?

이준용_장동국展   2009_0711 ▶ 2009_0720

장동국_얼굴Ⅱ_합성수지_202×28×3cm_2009 이준용_아름다운 지구_해골에 곰팡이_18×17×12cm_2009

초대일시_2009_0711_토요일_05:00pm

참여작가 이준용 blog.naver.com/artistljy 장동국 blog.naver.com/jjang7935

책임기획_류병학

관람시간 / 11:00am~11:00pm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_gallery, curiosity 서울 종로구 부암동 254-5번지 Tel. +82.2.542.7050 www.curiosity.co.kr

Moldy Blossom ● 곰팡이라는 대상은 '만들다' 보다는 '만들어지다'가, '생기게 하다'보다는 '생기게 되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말로든 상황으로든 능동적 주체이기보다 객체이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각적으로 맞이하기에 전혀 반갑지 않은, 어쩔 수 없이 대면하게 되는 존재이다. ● 그런데 이준용은 이런 껄끄러운 대상에 '숨'을 불어넣어 자기의 생각과 이면을 현실화 하는 도구로 삼았다. 마치 곰팡이가 가진 고유한 특성처럼 일상적 공간에서의 우연한 인식으로. ● 사실 곰팡이가 가진 소재의 특성으로 보아 작가가 기획하는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확장의 우연성 - 곰팡이의 생성 속도와 범위, 확장의 효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 에 의존 할 수밖에 없는 이준용의 작품 제작 과정은 마치 다다(DADA)가 가지고 있는 허무주의처럼 작가의 창조의식이 배제된 무책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 그러나 작품의 예술적 가치보다 소장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현 미술계의 시점에서 곰팡이의 고유성인 생성과 소멸, 그리고 우연의 원리를 이용하여 외부현실에 대한 작가적 해석을 시도한 이준용의 작업방식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준용_ART = Money_아크릴에 곰팡이_51×181×3cm_2008
이준용_행복한 눈물_아크릴에 곰팡이_119×119×3cm_2008

곰팡이라는 소재 발견 직후 이준용의 작업은 대체적으로 정치사회적 단면과 미술계를 중심으로 한 물질적인 우울함을 배지 위 곰팡이의 생태학적 원리를 통해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때의 작품이「행복한 눈물」,「]ART = Money」,「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2008) 등인데 작업의 결과물이 지나치게 직접적이고, 작가의 현실의식을 바탕으로 한 구성적 의도가 내러티브 되는 듯, 소재가 주는 이미지와 작품이 담은 메시지가 너무도 극명히 드러나 보고 느끼기보다 읽어야 하는 듯 불편하게 다가왔다. 작품명 또한 은유와 수사 없이 그대로 사용한 것도 텍스트적인 느낌을 강하게 했다.

이준용_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_아크릴에 곰팡이_109×171×3cm_2008

이후 몇몇 작품의 완성과 휴지에 곰팡이를 피우기를 시도했던「Me」(2008)의 제작과정 등에서 이준용은 곰팡이가 가진 표현 수단으로서의 장점과 생존력, 효과의 예측 불가능한 특성 등을 체득하여 배지에 곰팡이를 피우던 작업방식에서 벗어나 동서양의 전통적인 발효기법을 이용하여 자화상을 표현한다. 이제 조금씩 외적 사회현상뿐 아니라 그 안에 던져진 인간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 내면적인 생각과 외부 현실을 엮어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 작가적 직관이 엿보이기 시작한다.

이준용_누룩_메주에 곰팡이_31×25×23cm_2009 이준용_유산균_치즈에 곰팡이_31×25×23cm_2009

이런 맥락에서「누룩」과 「유산균」(2009) 이 두 작품은 부패와 발효라는 곰팡이의 이중성과 확장의 우연성 그리고 이준용의 의도된 창조적 태도가 조화되는 과정에 들어서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우리사회의 수많은 사건에서 도출되는 이중적 결과들에 대한 의문 또한 드러내기를 시도한다고 볼 수 있다.

이준용_아름다운 지구_디지털 프린트_2009

이번에 전시되는 최근작인 「아름다운 지구」(2009)는 인간을 향한 이준용의 조금 더 깊어진 관심이 보인다. 작품과 함께 전시되는 '해골'을 덮은 곰팡이의 색과 형태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연결한 사진 이미지들은 마치 하나의 개별 작품처럼 저마다 다르다. 마치 꽃이 피고 지듯 절정으로 활짝 피었다가 사그라지고 또 각양각색으로 나타났다 원래 없었던 듯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 한 발짝 떨어졌다 가까이하니 어쩔 수 없는 곰팡이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사진 안팎에서 곰팡이의 변화에 따라 반복적으로 수행되는데 이는 이준용의 생성과 소멸의 원리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인간 삶을 향한 관심과 변하지 않는 본질, 그리고 우연의 연속인 일상을 시각적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여전히 이준용 내면의 생각과 외부 현상의 조화를 담은 이미지들을 확장, 현실화 시키는 작업을 지속하듯 말이다. ● 이준용은 아직 20대 후반의 보여줄 작업이 많은 신인작가로서 일찍이 자신의 미적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데 강력한 소재를 찾았다고 본다. 이후 길지 않은 시간동안 제작 과정이나 접근 방식에서 여러 시도를 해왔고, 작품에서 전하는 메시지의 울림이 명확한 만큼 앞으로 한정된 대상에서 벗어나 내적, 외적으로 더욱 눈을 뜨고, 시선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올 그의 작업들이 기대된다. 예측불허의 생존력으로 퍼져나가는 곰팡이처럼 그의 작품에서 들리는 이야기의 깊이가 더욱 확장되기를 바란다. ■ 레이니 김

장동국_동의_합성수지_20×20×30cm_2009

장동국 작가 시점의 고백 ● 인간은 세상을 자신이 바라보고 싶어 하는 방향대로 보려는 아집이 있다. 이런 것들을 우리는 '관점' 혹은 '시각'이라 한다. 관점과 시각은 개인이 가지는 성격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지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은 삐딱한 관점으로, 긍정적인 세상을 보는 사람은 밝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작가는 관점과 시각을 통해 시점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우리들에게 전해주려 한다. ● 작가는 자신주변의 인물들을 대상으로 작업하였다.「동의」는 사촌동생의 모습을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개구쟁이 동생은 땅바닥에 배를 깔고 편안히 누워있는 자세이다. 두 팔로 턱을 굄으로써 아래턱이 앞으로 살짝 쏠려 나와 있으며, 그로 인해 입술은 조금 비뚤어져 벌려 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금방이라도 자세를 바꿀 태세이다. 마치 인물의 한 순간을 포착한 스냅사진과도 같다. 찰나의 순간을 고정시켜 보여준다는 점에서 내용적으로 이 작품은 사진과 같은 성격을 가진다. ● 하지만 물리적으로 이 작품은 평면이 아닌 입체작이다. 부분적으로 조각난 퍼즐과도 같은 이 작품을 정면에서 보면 입체작이라는 실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옆면으로 가보면 작가의 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철사만 연결한 채 아무것도 만들지 않은 옆면은 매끈하게 작업된 앞면과 대조되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부각시킨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바라보고자 하는 시점의 모습만 보이기 위해 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 이러한 작품들이 만들어지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작품을 만들게 된 동기는 작가가 급격하게 살이 쪘을 때이다. 화장실에서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던 작가는 문득 자신의 접혀진 흉측한 뱃살을 직면하게 된다. 항상 몸에 붙어 있던 똑같은 뱃살이 이처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점을 생소하게 여긴 작가는 사물이 보여지는 모습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고, 또 그것이 각기 다른 감정을 유발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시점에 관한 작업으로 이어졌다. ● 2009년에 최근작인「얼굴Ⅰ」과「얼굴Ⅱ」는 그러한 시점의 변화를 가장 크게 느껴지게 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작가주변 친구들의 얼굴을 표현했다.「얼굴Ⅰ」은 아무개군으로 표현했고「얼굴Ⅱ」는 아무개양을 작품화했다. 작품 속 인물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정하지 않은 이유는 사생활의 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인물들을 내세워 작품의 편견을 심어주지 않고 순수하게 작품에 임하라는 작가의 의도라 생각한다. ● 이제 그 작품에 차근히 접근해 보자. 세로보다 가로의 길이가 6배정도 긴 판위에 부조로 얼굴을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살짝 비뚤어진 타원형 원반이다. 순수하게 정면에서 이 작품을 보면 왼쪽으로 얼굴이 쏠려 있으며 오른쪽 볼 부분부터 머리까지 길게 늘어뜨려져 있다. 왼쪽으로 모인 얼굴의 시선은 왼쪽을 향해 있다.

장동국_얼굴Ⅰ_합성수지_28×194×3cm_2009

이건 무엇일까?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가? 차근히 생각해 보았다. 인물시선의 방향과 반대로 길게 이어진 머리, 인물의 이목구비에서 보면 코 중간을 반으로 나누어 왼쪽 부분이 오른쪽 부분보다 길이가 짧은 것을 알 수 있다. 오른쪽부분이 길게 늘어난 셈이다. 입술은 굳게 닫혀 비장해 보인다.

장동국_얼굴Ⅱ_합성수지_28×202×3cm_2009

인물의 성격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그에 대한 정답으로 판 모서리로 살짝 몸을 움직여 보라 한다. 인물의 형상이 보는 시선을 따라 몸을 움직임이니 인물의 모습이 변했다. 조금 더 움직여 판 모서리 20cm지점에서 고개를 살짝 오른쪽으로 돌렸다. 무엇가가 보인다. '쪼금' 더 노력하여 판을 얼굴근처 가까이 다가간다.「얼굴Ⅰ」,「얼굴Ⅱ」의 또렷한 얼굴정면이 우리를 마주한다. 속으로 외치고 싶다. '유레카!' 보는 각도에 따라 얼굴 모습이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장동국_얼굴Ⅰ_합성수지_194×28×3cm_2009

과연 작가가 의도한 진실은 어떤 모습일까? 또 다시 묻는다. 진실은 어떠한 모습이냐고 어떤 얼굴을 띄고 있냐고? 작가는 대답한다. 진실은 숨겨진 것으로 인간의 추악함과 순수함으로 포장된 야누스같은 존재이며 이것을 인물의 얼굴로 표현한 것이라 한다. 우리들은 인간 속에 섞여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 하지만 상대방이 그의 본 모습(진실)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다. 결국 상대방에 대한 인식은 그를 보려는 나의 시점(판단)에 달려 있다. 작가는 또 우리에게 부메랑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진실(이 작품에서의 정면의 얼굴), 그 진실이 과연 참인지 거짓인지. ■ 김태은

Vol.20090712h | 깐겨 안깐겨?-이준용_장동국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