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711_토요일_06:00pm
갤러리킹 기획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킹_GALLERY KING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3-5번지 1층 Tel. +82.2.322.5495 www.galleryking.co.kr
만화의 형식과 콘텐츠를 차용하고 있는 팝아트가 아니더라도 근래에 들어서 젊은 작가들의 미술 작품에서는 만화적인 모티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만화를 원작으로 하여 제작된 드라마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등 만화는 다양한 예술 분야에 영감과 자극을 주며 동시대 예술 매체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지자체와 국공립미술관에까지 미치며 행사와 축제, 기획전으로 마련되고 있다. 만화와 소통하려는 문화적 욕구는 발걸음 단계이기에 주류 만화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지만, 음지에서 독창적인 작품 스타일을 구축하며 매니아 층을 형성해온 언더그라운드 만화계의 움직임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경석의 한국 만화 100-84』展은 한국만화 역사에서 가장 최전방이라 할 수 있는 언더그라운드 만화계의 일면을 조금이나마 살펴보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이 되었다. 90년대 초중반에 시작된 한국 언더그라운드 만화는 작가 이경석의 16년 만화 인생과도 중첩이 된다.
이경석의 활동을 보면 현재까지 10편이 넘는 작품 중 5편의 작품이 단행본으로 출판되었으며 만화, 동화책,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등 여러 활동영역을 두고 있어 양지의 빛을 쬐는 소위 잘 나가는 작가로 보인다. 하지만 작가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살펴본다면, 화려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그가 언더그라운드의 대표적인 작가로 불리 우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만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힘없는 약자로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의 얼굴을 대변하고 있다. 「탄광촌 사람들」에서의 시한부를 선고받은 광부, 「속주패왕전」의 삼류 기타리스트, 「전원교향곡」의 소소하다 못해 찌질하기까지 한 농촌 주민들, 「좀비의 시간」에서의 백수, 왕따, 무능력한 가장 등은 냉혹한 현실 속에서 좌절된 캐릭터들이다. 이경석의 만화는 삶의 이면에 가려진 음지를 파해 쳐 이러한 현실적 약자를 강자로, 변태를 영웅으로 등장시켜 비정한 현실을 코믹하게 대면할 반전의 자리를 마련한다. 특히, 일상성과 비일상성을 서로 넘나드는 엉뚱한 상상력은 무기력한 현실에서 억압됐던 감흥들을 유쾌, 통쾌하게 터트릴 뿐만 아니라 삶의 틈새를 파고드는 가슴 짠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러한 이경석의 만화는 현대 사회의 집단화, 몰인간성에 대한 작가의 현실 비판적인 관점과 소소한 삶 속의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다. 다수보다는 소수를 그리고 이러한 소수의 다양한 목소리를 주류의 시스템에 굴하지 않고 그려내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이경석의 만화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만화가 비단 음지에만 속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만화에 대한 차용이 만연한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시선을 사로잡는 만화의 형식보다는 만화로 드러난 가려진 삶의 목소리일 것이다. ■ 갤러리킹
Vol.20090712b | 이경석展 / LEEKYUNGSUK / 李敬錫 / co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