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파창창

유창창과 장파의 작업에는 항상 '시점'이 있다. 그들은 사건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의 상황을 묘사하곤 하는데, 이때 보여 지는 '시점'은 사건의 한 순간으로서의 시점時點과, 사건에 연루된 자들의 시선의 각도를 가리키는 시점視點이 그것이다. ● 유창창은 비행기의 추락직전의 상황 또는 누군가에게 폭력이 행해지기 직전의 상황을 그리고, 장파 역시 붉은 벽돌집과 식물들을 소재로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의 불안함을 표현한다. 이렇게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이라는 시점時點은 심리적 긴장감뿐만 아니라 그들 작업에서 다양한 시점視點을 드러내는 전제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이라는 시간의 설정은, 사건의 행위자, 목격자, 관찰자 혹은 가해자, 피해자 등 일종의 '역할'이 명확히 나누어지기 직전의 상황이며, 따라서 작가는 소설에서처럼 사건에 대해 서술하는 관점을 다양하게 가질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작품에 대해서 목격자 혹은 그 사건의 윤리적 판단을 가하는 입장을 취할 수도 있고,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어 감정을 분출할 수도, 반대로 어느 정도 객관적 관찰자의 입장을 취할 수도 있거나 사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이라는 시간은 소설로 이야기 하자면 다양한 시점視點을 가질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 그래서 그들의 작업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 즉 내러티브라는 것은 장파와 유창창이 작업을 진행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사건 의 인과관계 설정 자체가 그들 작업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 그들은 이야기를 통해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점을 동시에 가짐으로써 그 사건의 등장인물에게 가해질 수 있는 윤리적 잣대를 슬그머니 무력화시킨다. 그렇지만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본 여러 감정들을 뒤섞여 보여주며 모든 것을 이율배반적 상황으로 몰아간다. 이렇게 함으로써 작가는 관람자를 구경꾼의 입장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게끔 만든다. 관람자의 시선 또한 작가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또 하나의 시점이다. ● 이번 전시는 유창창과 장파의 '이야기'가 기반이 된 전시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야기의 '요소' 자체가 그들의 작업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그들의 작업을 보는 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 장파

유창창_A part of Dead animals_캔버스에 혼합재료_60.6×72.7cm_2009

나는 소설을 쓰고, 그 소설에 나오는 장면을 그린다. 어찌 보면 나의 작업에서 내러티브, 즉 '이야기'라는 요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실 나는 '이야기', 정확히 말하자면 '소설'의 속성에 매력을 느껴, 나의 작업에 굳이 서사적 요소를 끌어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내가 표현하고 싶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유아적 감정을 촌스럽지 않게 보이고 싶어서 나름대로의 '장치'를 넣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작업을 설명하는데 있어 소설의 속성부터 말하며 시작하는 이유는,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미학적 인간'이 되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소설'은 나에게 미학 개념을 존재로서 이해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 인간의 행위를 다루며 그 행위들에서 일어나는 추함, 아름다움, 비극적인 것, 희극적인 것, 잔인한 것, 기만적인 것, 이 모든 것과 마주치게끔 만들어주니깐. 삶의 미학적 토대를 이해하는 일. 그리고 그것이 '미학적 인간'이 되는 일. 그것은 너무나도 '윤리적 인간'인 내가 바라는 것이다. 나는 사람 속내의 검은 밑바닥까지 내려가 그것을 삼켜버릴 수 있는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장파, 작업노트)

장파_충실한 의지_캔버스에 유채_72×45cm_2009

8년정도잘려나가는두부꿈으로단련된수면중에제자리걸음으로도망만가는말도안되는여자아이가등장했다. / 몇 번을지나치는중에답답한속내를감추지못해이야기를건다.'도망가요?도망가요?'그러자그아인슬로오우로대답한다. / '앞' / '뒤는생각하기도싫어!!!' / 생각해보니'뒤'는너무무책임한질문이라고생각하고있었다.(유창창 작업노트, 딸기토 中에서)

유창창_A part of Insane pilot series 04-KILL EM ALL_캔버스에 아크릴, 과슈_130.3×162.2cm_2009

There are points in the works of Chang-Chang Yoo and Jangpa. They both depict situations immediately preceding an event, thus one is a point in time that shows a moment, and the other is a viewpoint of the people involved in the frame. ● Chang-Chang Yoo portrays a plane moments before an impending crash or seconds prior to a violent episode, while Jangpa expresses the anxiety of occurrence about to transpire through a brick house and plants. The fact that they are set in a certain point in time fractions ahead of an event not only induces psychological strain, but also serves as a precondition in revealing the various viewpoints explored by the two artists. By setting the time in such a way, the artist is able to plot the account in a diverse standpoint because the roles of the doer, witness, observer or in some cases the assailant, and victim is not yet clear. Such a moment, when compared to a work of fiction, can be described as one in which the artist commands a several viewpoints; the artist can become a witness or give an ethical judgment of a case, sometimes venting out emotions by assuming the role of a assailant or victim, however since they are in a position that grants them a perspective of the entire event it also allows them to be an objective observer. ● Thus, there is a story in their work. A story, thus the narrative is an important factor in how the artists develop their work. Setting the causality itself is the starting point of their work. ● By adopting different viewpoints simultaneously they furtively neutralize the ethical standard which could be passed upon the characters. Nevertheless they drive everything to an antinomic condition by presenting many emotions seen from numerous viewpoints. This allows the artists to invite the audience who was previously an onlooker into the story as a participant. The viewpoint of the audience is another viewpoint intentionally created by the artists. ● This exhibition is based upon the stories of Chang-Chang Yoo and Jangpa. Listen to the story they have to tell and take a look at how the elements of a story are presented in their work. ■ JANGPA

Vol.20090711b | 장파창창-장파_유창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