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꽃 - 중심에서 묵묵히 밀어 올리는 그림의 힘

이혜숙展 / LEEHYESUK / 李惠淑 / painting   2009_0711 ▶ 2009_0725

이혜숙_오래된 기억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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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711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5·18 기념문화관 1층 전시실 THE MAY 18 MEMORIAL FOUNDATION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동 1268번지 Tel. +82.62.456.0518

섬마을 미술선생님에게 ● 시건방지게 아무 데나 뿌리를 박는 노랑 민들레 말고, 하얀 민들레를 아시는지요? 왜 하필 민들레인지 영문을 알 수 없으나, 하여튼 그의 웃는 모습을 떠올리면 얄궂어라, 장미나 백합 뭐 그딴 것이 아니라 흰 민들레가 생각난다는 것 아닙니까... ● 언제 그를 처음 만났을까 아득한 세월이지만, 재작년엔가 달뫼미술관에서 창평중학교 학생들의 미술전을 가진 뒤, '이선생! 개인전 한 번 하자!' 몇 번 진득하게 꼬드긴 것도 사실인데, 그것이 다 이유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실인즉슨, 근자에 제가 학교에서 발악을 하고 있는 일이, 학생들에게 리얼리스트가 되라고 생떼를 쓰는 것인데, 그것이 그러니까 화가들이 세상사 돌아가는 것에는 눈 질끈 감아버리고, 장미꽃이나 홀라당 벗은 여자나 그리는 짓거리가 도대체 화가의 일이냐는 것이지요. 대관절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진짜 무엇인지요?

이혜숙_아침_캔버스에 유채_112.1×145.5cm_1992
이혜숙_느티나무학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09

이혜숙선생의 그림일기를 들춰보면서, 지상에 존재하는 보잘 것 없는 것들과의 정직한 만남과 그것들에게 건네는 내밀한 언어의 그 진정성에 경악합니다. 더군다나 어느 누군들 그렇지 않으랴 싶었지만, 갈피마다에 빼곡한 삶의 더께가 하도 애잔하여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음도 고백합니다. ● 그이의 그림에 전혀 가식이 없다는 것은 십중팔구 그의 삶도 그렇겠거니 싶습니다. 환쟁이들이 장식성이라는 말로 전혀 쓸모없는 개칠을 하여 지분 냄새 농익은 태작을 양산하는 일은 저잣거리에 널려 있지만, 오히려 분칠을 안 함으로써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는 진정은 그대로 우리의 속마음일 터, 진실함에 대면하여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마는, 그러므로 속 편하게 우리는 섬마을 미술선생과 터놓고 댓거리를 하는 중입니다.

이혜숙_새벽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1992
이혜숙_蓮華 荷衣島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09

그의 그림에는 진한 눈물과 맑은 사랑이 있습니다. 아직 채 젊어서 미치지 못했던 높은 이상에 대한 애틋함과 후회 그 혹독한 고해성사의 기록을 보면서, 나도 그랬었어..... 우리는 그림을 읽으면서 깨우칩니다. 다 한 마음이었구나! 그림은 꽃 장식이 아니라고, 위선이 아닌 헐벗음이라고, 풍성한 식탁 말고 오히려 가난해서 정갈하기를 그리하여 우리의 정신이 한없이 맑아지기를. 그러므로 그의 그림은 식물성적이고, 초식 짐승의 소리를 세상에 드러냅니다. ● "내 마음을 열지 않고서 어떻게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금까지 머리로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가슴으로 그림을 그려볼 일이다." (이혜숙) ● 부디 그의 마음과 몸이 강건하기를 바랍니다. 지금처럼 당당하게 그림을 그리는 선생님으로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마음을 낮추어, 초심으로 하염없이 우직하고 진솔하게 시대를 증언해주기 바랍니다. 이것은 그대만의 온전한 몫입니다. 가르치는 일과 그림 그리는 일, 이것이야말로 당신의 업, 이혜숙선생의 전부입니다.

이혜숙_네가 그리운 시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0×33.4cm_2009

그림 속에서 우리는 가슴이 열리는 소녀가 되고 푸른 소년이 됩니다. 우리가 건너 뛴 세월을 섬의 풍광과 아이들이 보여줍니다. 아이들에게 이혜숙선생님은 '회화'라는 이름으로 세상으로 열린 창이고, 또한 그들은 섬마을미술선생의 마음의 창이기도 합니다. 그 창가에 서서 읊조리는 그이의 노랫가락이 나직하게 들려옵니다.

이혜숙_老 목수의 꿈_캔버스에 유채_60.2×120cm_2004

「빈 시간(1991)」 내내 「아버지의 땅」에서 「새벽」부터 「저녁노을」까지 「아이들」과 「선식이 성」을 기다렸어. 「해풍」이 거센 어느 「봄날」, 「갈아엎는 땅」 곳곳에 드러난 「상처」마다 마침내 「생명나무」로 그늘을 드리우고 이제 또 「다시 시작(1999)」이라오. // 나, 「들(2003)」을 거닐다 문득 「행복을 꿈꾸다-거울을 보며」 울다가, 「가족」 속에서 혼자인 채 「黃沙」를 맞으며 「벚꽃 아래서」 한 컷, 찰칵! 너, 「낯선 타인」은 과연 누군가? 「목수의 초상」을 그렸지만 「老 목수의 꿈」이 아프네. 「꽃 등」 환한 바닷가 길, 「아지랑이」 자욱한 속에 「그녀」를 보네. 「얼굴-기억」의 뒤안길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화가를 꿈꾼다」네, 아- 나의 「사춘기(2007)」여! // 「꿈꾸는 섬, 하의(2008)」 여기저기 「소금꽃」이 피었소. 「첫소금 오는 날」에는, 「열아홉-보라」와 「햇살-혜령이」도 모두 함께 「별을 바라보다-효선이」를 데리고 「꿈꾸는 섬-민우」에게 가자. 「푸른꽃-상태도」나 「하태도」는 모두 「蓮華-荷衣島」로 피어나고, 「거대한 뿌리-근원」은 「봄을 기다리는 나무」일 뿐, 늘 「네가 그리운 시간」은 「황혼」으로 불타오르거니와, 「달빛」은 「봄똥」을 키우고, 「네가 오는 동안」 내내 「민들레」가 「그리움은 별이 되어」 피어났거니, 아 아 아 아! 「봄날은 간다(2009)」... ● 이혜숙 선생! 그이는 비로소 딸-선생님-아내-며느리-엄마를 안고 화가의 견장을 단 채 절대자유의 무한으로 드디어 비행을 시작했습니다. 늘 말없이 우뚝 선 남편의 등짝이 바람막이가 될 터입니다. 그가 훌륭한 선생님이자 대단한 화가라는 것을 알만한 분은 다 아십니다. 아마 이만큼한 내공을 쌓은 선생님 화가 여간 드물 터, 이 땅에 진정으로 현실주의 미학으로 무장한 화가가 또 있다면, 꿈일까요? 어깨동무하면서 단단한 대오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한반도 상공을 날아 태평양으로 대서양으로 또 저 북방의 대륙으로 편대비행을! (2009년 하지 무렵) ■ 신경호

Vol.20090711a | 이혜숙展 / LEEHYESUK / 李惠淑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