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밤풍경

권대하展 / KWONDAEHA / 權大河 / painting   2009_0708 ▶ 2009_0724

권대하_A Night in Seoul1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3×486cm_2009

초대일시_2009_0708_수요일_06:00pm

오프닝 축하 공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김태은(바이올린) 외 4명의 현악 4중주 연주곡목 /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Ochestral Suite No. 3 in D major) 모짜르트의 디벨티멘토 1악장(Divertimento D major K.136 1 mov) '아이스크림 사랑'으로 유명한 가수 임병수님의 축가

2009_0708 ▶ 2009_0714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2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2009_0715 ▶ 2009_0724 관람시간 / 11:00am~07:00pm

명동갤러리 MYEONGDONG GALLERY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12-16번지 4층 Tel. +82.2.771.2026  

권대하는 오랜 시간 밤풍경을 그려왔다. 밝은 빛의 동네, 명동에 위치한 권대하의 작업실 벽면에는 까만 밤풍경이 가득하다. 그에게 밤은 매혹적인 공간이자 낮과는 다른 특별한 시간대였던 것 같다. 초기에 구체적인 도시의 야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다가 이후 점차 단순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근작에 이르러서는 도시의 야경이 반짝이는 불빛, 어른거리는 빛 그림자만을 표식하는 색채, 붓질, 점들로 기호화되어 간다.

권대하_A Night in Seoul1-3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3×162cm_2009
권대하_A Night in Seoul3_캔버스에 혼합재료_112×162cm_2009

그는 캔버스 표면을 단호하게 검정색으로 칠해버렸다. 그것 자체만으로는 단색주의회화에 다름 아니다. 붓자국도 없고 물감의 흔적도 배제된 체 오로지 절대적인 검음만이 단호하게 둘러쳐져있다는 인상이다. 강조된 평면과 물감/색을 즉자적으로 현존시키는 이 그림은 오로지 표면에서만 멈춰서 있다. 그런데 그 표면에 색 점들이 여기저기 분산적으로 찍혀있다. 그 점들은 그저 물감/색을 머금은 붓끝에서 밀려나와 얹혀진 작은 점들이다. 노랑, 주황, 파랑 색 정도로 제한된 색/점들이 까만 바탕위에 올려지는 순간, 그리고 그것이 나름의 배열구성을 지니는 순간 그것은 이내 밤풍경이 되어버렸다.

권대하_A Night in Seoul4_캔버스에 혼합재료_112×162cm_2009
권대하_A Night in Seoul8_캔버스에 혼합재료_145.5×145.5cm_2009

절대적인 짙음, 어둠이 없었다면 그 위에 찍힌 색, 점들은 무의미했을 것이다. 도시의 야경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우리가 본 도시의 밤풍경에 대한 기억이 이 그림의 표면을 통해 다시 상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의 그림은 도시의 밤풍경을 재현한다기 보다는 도시의 야경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과 잔상을 자극하는 추상적인 패턴을 형상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권대하는 서울의 밤풍경을 대부분 멀리서 조망한 시선으로 건져 올렸다. 매우 먼 거리에서 내려다보거나 눈높이로 혹은 난간에 의해 분절된 체 바라보는 시선의 이동이 감지되면서 관자들은 자신 역시 어느 장소, 거리에서 보았던 그 도시의 야경을 떠올릴 것이다. 멀리서 본 도시의 밤은 오로지 작은 불빛/점으로만 존재한다.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그림은 이미 보았던 것을 낯설게 보여주는 동시에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대상이 실은 모호하고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권대하_A Night in Tokyo1-1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130.3cm_2009
권대하_A Night in Tokyo1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390.9cm_2009

그가 먼 거리 속에서 바라본 밤의 도시는 그저 반짝이는 불빛으로만 존재한다. 불빛, 색 점들은 흐름을 이루고 흘러간다. 그는 그 불빛을 찍어가면서 오늘날 도시의 풍경을 그려 보인다. 저 안에 누군가가 있을 것이고 어디론가 갈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볼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 밤이 깊어갈수록 저 불빛들 역시 조금씩 사라져갈 것이다. 삶과 죽음도 낮과 밤처럼 그렇게 덧없이 교차할 것이다. 일시적으로 명멸하다 사라지는 도시의 불빛을 그린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덧없는 삶과 존재에 대한 작가의 성찰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11회 개인전 전시평론 중 발췌인용. 미술세계 및 월간전시 7월호에 게재됨.) ■ 박영택

Vol.20090708f | 권대하展 / KWONDAEHA / 權大河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