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왜 왔니?

도원탁展 / DOWONTAK / 都源卓 / sculpture   2009_0627 ▶ 2009_0710

도원탁_How_MDF_130×70×6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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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627_토요일_05:00pm

기획_류병학

관람시간 / 11:00am~11:00pm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_gallery, curiosity 서울 종로구 부암동 254-5번지 Tel. +82.2.542.7050 www.curiosity.co.kr

부분적인 벽과 바닥들, 그리고 여러 계단이 이어지고 끊어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 건축 모형을 제작해 놓은 듯하지만, 건축물이라고 하기에는 어떤 실용성도 현실성도 발견되지 않는다. 어디가 올라가는 길인지 내려가는 길인지 알 수 없고, 계단도 바닥도, 벽도 계속 끊어져 있어 쉽게 길을 찾을 수 없다. 연결된 길을 힘들게 찾아 올라가거나 내려가 보아도 편안한 방이나 목적된 지점은 없다. 마치 '큐브' 라는 영화에 나오는 가상의 건축 공간을 연상시킨다. '큐브'에 나오는 폐쇄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외부로 나가는 길을 찾는 것처럼, 도원탁의 건축 공간 역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곳이다. 이 공간은 사람이 살기 위한 곳이 아니다. 작가는 이 공간을 통해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도원탁 Where_MDF_85×40×20cm_2009
도원탁 Where_MDF_85×40×20cm_2009_부분

도원탁은 이 단색조의 건물들에 「where」, 「how」, 「roast」 라는 제목을 붙였다. 차가운 회색으로 칠해진 「where」는 한쪽이 큰 벽과 같은 평면으로 막혀 있고, 그 앞으로 건축요소들이 얽혀있다. 하지만, 얽혀있는 계단들은 모두 어느 곳으로도 연결되지 않는 끊겨진 계단이다. 작가는 건축적 공간 구조를 통해 우리에게 '어디로 가야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짙은 고동색의 「how」는 한 개의 계단에서 시작해 건물의 맨 윗부분 까지 올라 갈 수 있게 설계되었다. 그러나 이 복잡한 여러 개의 길 중 힘들게 하나를 찾아 올라가 보아도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허무할 뿐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도원탁_roast #1_포멕스_40×20×20cm_2009
도원탁_roast #2_포멕스_40×20×20cm_2009

도원탁의 이번 작업은 우리가 건축 공간에 대해 기대하는 바와 작가가 만들어낸 공간 사이의 차이를 통해 우리가 기대하는 삶과 실제로 우리가 처해있는 삶의 괴리, 즉 인간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환기시켜 준다. 우리는 잘 만들어진 체계적인 건축물처럼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삶을 기대한다. 저마다 각자의 삶에 목적이 있고, 그것을 향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열정,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이성적인 건축물 속에서 목표지점을 향해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가듯 말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왜 올라가는지,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 대답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인지, 우리는 때로 그러한 물음 자체를 잊고서 살아간다. 힘들게 자신이 원하던 지점에 다다른 것 같은 사람들이 삶의 허무를 이야기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도원탁_roast #3_포멕스_40×20×20cm_2009
도원탁_roast #4_포멕스_40×20×20cm_2009

또 이런 본질적인 물음을 제쳐놓더라도 우리는 순간순간 각자가 선택한 길이 끊겨져 버린 듯한 상황들을 경험하게 된다. 도원탁의 「how」와 「where」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상황을 통해 우리에게 존재의 문제, 삶의 조건들을 상기시켜 준다. 공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그의 이전 작업에서도 엿볼 수 있다. 「space D」는 대학시절 자신만의 작업공간을 처음 가졌을 때의 기쁨과 기억에서 만들어졌다. 「apartment of memory」는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 없었던 주거환경에서 성장하며 경험하고 형성된 공간에 대한 작가의 추억과 상상이 담겨 있다. 이전의 작업들이 '특정 장소'와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작가가 가진 '기억과 향수'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번 작업은 '불특정 공간'과 관련된 '보편적이고 집단적인 경험'을 통해 '현재의 혹은 미래의 상황과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공간과 삶에 대한 사색에서 출발한 작업의 변화 과정을 보며 그의 작업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되어 나갈지 기대해 본다. ■ 고유경

Vol.20090627e | 도원탁展 / DOWONTAK / 都源卓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