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 or Present

김현준展 / KIMHYUENJUN / 金鉉俊 / sculpture   2009_0618 ▶ 2009_0731 / 월요일 휴관

김현준_It's your present (GLOBAL)_종이상자_145×70×51cm_2009 김현준_It's your present (DRY PLACE)_종이상자_102×80×80cm_200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71224d | 김현준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9_0618_목요일_06:00pm

갤러리 스케이프 기획展

관람시간 / 화~금요일_10:00am∼07:00pm / 주말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스케이프_GALLERY skape 서울 종로구 가회동 72-1번지 Tel. +82.2.747.4675 www.skape.co.kr

Present or Present ● 최근 몇 년간 제작해 왔던 가방, 구두 등의 소품 이외에 마네킹과 오디오 장치가 등장하는 『PRESENT or PRESENT』展을 통해 김현준은 전시장에 하나의 쇼룸을 꾸민다. 전시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작가가 빚어낸 조각들은 단순한 '선물'의 상징이 될 수도 있고, present라는 단어가 가진 여러 의미 중 '현재의' 혹은 '사물이 존재하고 있는'의 뜻을 내포하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의 예시가 될 수도 있다.

김현준_It's your present (FAMILY FARMS)_종이상자_39×29.6×13.5cm_2009

김현준의 조각, 설치 작품은 카드보드라 일컬어지는 제품 포장용 상자를 '재활용'하여 제작된다. 상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배송하던 기능을 하던 종이 상자는 작가에 의해 다른 사물을 '재현'하는 재료로 이용되고, 상자는 조각품으로 재탄생한다. 작가에게 있어 원래 그 제품 상자가 품고 있던 내용물은 그리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작가는 제품 상자에 주목하고, 그것이 '빈(empty)' 상태가 되었을 때 그 비어있음에 주의를 기울인다. 품고 있던 컨텐츠(제품, contents/contenu)를 잃은 빈 상자는 오히려 작품의 재료가 됨으로써 다시 컨텐츠가 되고 이 과정에서 컨텐츠와 패키징(제품 포장 상자, packaging/contenant)사이의 일방적, 수직적 역할관계(물건과 그것을 보호하던 일종의 주종관계)간의 변화가 일어난다. 패키징은 작가의 적극적 개입으로 인해 다른 차원의 컨텐츠로 탈바꿈하고 카드보드 상자는 보관을 목적으로 하던 부차적 기능에서 조각의 옷을 입히는 주체적 기능을 가지게 된다.

김현준_It's your present (Franks)_종이상자_50.5×33.6×9.6cm_2009
김현준_It's your present (T220G)_종이상자_32.5×29×11cm_2009

Fake situation and state of things ● 「영화 Science du rêve(수면의 과학)」에서 주인공이 꿈을 꿀 때면 꿈속의 세상은 늘 카드보드로 뒤덮힌 엉성하고 유아기적 몽환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세트장처럼 묘사된다. 영화에서 카드보드는 요즘 여러 디자인 제품에 이용되는 카드보드처럼 미니멀하며 말쑥한 상태의 카드보드와는 동떨어진 느슨하고 노곤한 상태로 적용되어 그것이 현실이 아닌 꿈속의 상황이라는 느낌을 전달한다. 김현준이 제품 포장 상자를 이용하며 추구하는 작품 세계는 이 영화에서처럼 엉성하며 장난스럽지는 않지만 우레탄으로 코팅되는 작가의 조각이 표출해내는 멀쑥함 속에는 '가짜' 상황이 숨어 있다.

김현준_It's your present (RMC B446)_종이상자_32×19×9cm_2009
김현준_It's your present (6x500ml)_종이상자_18×18.5×9cm_2009

전시장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마네킹과 구두, 핸드백 등이 디스플레이 된 설정은 상품을 전시하는 쇼룸의 개념을 고스란히 차용하였다. 그러나 김현준의 마네킹은 옷을 걸치거나 구두를 착용하고 있지 않다. 사람대신 상품을 착용하고 디스플레이 되는 마네킹의 기능은 소실되었고, 카드보드 상자로 된 마네킹은 그저 포즈를 취하고 있을 뿐, 자기 본연의 근원을 완전히 지우지 않고 박스의 형상을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다. 제작 된 모든 구두는 '한 짝'만 있고, 명품 디자인을 차용한 핸드백은 열리지 않아 수납의 기능이 없다. 이것은 작가의 의도가 재활용 상자를 이용하여 어떠한 사물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우리는 김현준의 손을 통해 빚어지는 모든 조각들의 매무새가 매끈하지 않음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가는 완벽한 변형(metamorphose/제품상자를 완벽한 다른 물건으로 변형시키는 것)을 추구하지도, 원래 박스의 본질을 완전히 제거하려 하지도 않는다. 제품 포장상자에 인쇄되어있던 레이블, 표면에 붙어있던 여러 가지 종류의 경고문, 스티커 등은 그대로 작품에 노출된다. 작가는 새로운 형상을 갖게 된 조각품을 굳이 진짜 구두처럼, 진짜 핸드백처럼 완벽히 재현하려 하지도, 이를 통하여 보는 이를 속이려 하지도 않는다. 표피적으로 그럴듯한 김현준의 작품은 보는 이들을 '반드시 속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김현준의 조각은 종이 박스가 다른 형태로 전이되는 상태에서 성장을 멈춘다. 이것에서 저것으로 변화하면서 이것의 성질을 버리고 저것의 성질을 습득하면서 다른 주체로 완전히 변신하는 것이 아닌 '것들(things)'의 이동 상태, 변화 과정의 상태를 드러낸다.

김현준_It's your present (city)_종이상자_79×65.5×58 cm_2009

종이 상자라는 '가난한' 재료로 제작된 조각들과 공간 설치, 그리고 그것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풍겨내는 '럭셔리함'을 통해 김현준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실존에 대한 화두, 늘 염두에 두고 있는 본질에 대한 문제와 부재에 대한 의문을 매우 유쾌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 김윤경

Vol.20090626e | 김현준展 / KIMHYUENJUN / 金鉉俊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