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624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요일 10:00am~05:00pm / 일요일 휴관
리씨갤러리_LEEC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동 35-240번지 1,2층 Tel. +82.2.3210.0467~8 www.leecgallery.com
윤해남은 이번 전시에서 인상주의 전후(前後)의 다양한 미술사적 형식을 모두 실험한 섬 풍경 그림을 선보인다. 우선 잔잔한 자연주의적 풍경화에서부터 세잔을 연상시키는 파사주 기법이 농후한 작품, 그리고 점묘가 두드러진 신인상주의적 화면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대지의 모습이 표현되는 다채로운 모습에 탄성이 흘러나온다. 이는 회화 자체의 그리기 과정에 대한 고도의 집중과 붓의 맛을 보여주며, 한편 실제하는 것과 재현 이미지, 그리고 재현의 방식과의 근본적인 관계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즉 이 작품군은 하나의 대상을 보고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회화 형식과의 관계에 대한 조망으로 동시대적 메타-회화(meta-painting)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빛의 칼이 단단한 산 위를 내려찍고 있는 듯한 「바늘섬」이라는 작품은 인상주의 화풍과는 대조적이다. 마치 기계의 산이 화면을 장악하고 있는 듯한 이러한 변형큐비즘식 작품과 아스라하게 빛바랜 색채 속에서 대지가 거의 자취를 감추어가는 어두운 그림들이 유난히 마음을 끈다.
후자의 무채색조 그림들은 굳이 분류 하자면 파악할 수 없는 감정과 대상에 대한 낭만주의적 멜랑콜리가 자욱하다. 이 회화들 모두 바로 바늘섬이 아닐까? 특정한 섬만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의 마음 한 켠을 가끔씩 스치고 가는 삶의 통렬한 찌름들, 그리고 아스라한 그리움일 것이다. 그리곤 우린 다시 다른 밝은 화폭들 위에서 따스하고 정겨운 마음을 회복하게 된다. 따라서 윤해남은 실재로 감정의 여러 모양들을 다양한 기법과 색채로 결합함으로써 근대미술에서 작가의 고유 양식이라는 명제로 억제해 내던 여러 표현기법을 자유롭게 실험하되, 그의 작품은 형식실험을 위한 유희가 아니라 자연을 대면한 작가의, 그리고 우리의 시선과 감정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윤동천은 회화 작업을 통해 섬에 대한 여러 기억과 감각의 편린들을 형상화한다. 그가 '구체적 추상'이라 이름 붙이고 싶어 하는 그림, 즉 섬을 기억할 때의 여러 단상들인 외로움, 숙고, 시원함, 느린 걸음, 섬만의 냄새 등 대상적인 영역으로는 명확히 정의내릴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가슴이 반응하며 머리에 떠오르는 자취들을 화폭에 "구체적으로" 담고자 했다. 작품 「깊은 생각」은 구름이 둥둥 떠가는 듯 보이는 미니멀한 흰 색의 화면과 바다인양 하늘인양 보이는가 하면 도저히 그 대상을 파악할 수 없는 감색조 화면의 쌍으로 구성되어 있다. 뇌의 기억은 이미지의 명확성이 아니라 오히려 불확정적이고 모호한 분위기, 여러 감각들이 종합적으로 구성된 형태를 띠고 있기에, 이러한 추상 "그림"은 오히려 사진이나 사실주의적 그림보다 기억이라는 메카니즘에 더욱 근접해 갈 수 있는 새로운 통로일 것이다. ● 윤동천은 주로 번뜩이는 유머와 재치로 그림과 일상성, 사회성과의 관계를 날카롭게 조망하는 개념미술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여러 경향과 다양한 매체를 가로지르면서 작업을 전개해 왔지만, 이 전시에서는 개념적인 성찰을 유지하면서도 관조적이며 그의 감정의 폭이 한층 더 묻어난 "그림"들을 마주할 수 있어 반갑다. ■ 김진아
Vol.20090622b | 바늘섬-윤해남_윤동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