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618_목요일_07:00pm
국민대학교 석사 학위 청구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국민아트갤러리 KOOKMIN ART GALLERY 서울 성북구 정릉동 861-1번지 국민대학교 예술관 2층 Tel. +82.2.910.4465
모순의 기록 ● 지금까지 내가 작업으로 주로 말해왔던 것들은 삶의 요소들 간의 마찰로 인해 생기는 '모순'들에 대한 문제들이다. 살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모순들과 직면하게 되지만 그에 따르는 대응들은 개개인들마다 매우 다르게 드러낸다. 순응하거나 반목하거나 예의주시하거나... 각자가 다른 대응방법들을 취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수없이 많은 모순들에 대하여 사회적인 통념과 습관적인 오해들로부터 출발하여 생기게 되는 현상에 대한 개인의 상황인식에서 벌어지는 잠정적인 타협으로부터 보다 자유롭고 좀 더 인간의 근원적인 고민에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알베르 카뮈의 '부조리'에 대한 정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부조리의 사전적인 의미는 '도리에 어긋나거나 이치에 맞지 않음'을 말할 때 쓰이지만 알베르 카뮈는 자신의 저서인 『시지프의 신화』에서 부조리를'세계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태도'라고 정의 내렸다. 그러한 삶의 태도는 보다 자기 자신의 진실한 상황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하고 세상의 흐릿함에 대항하여 개인의 진정한 성찰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하나, 하나의 결과물들은 살면서 접하게 되는 모순들을 기록하는 데서 출발하였다. 이러한 기록의 근본적인 이유는 모순의 극복을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자전거, 토끼, 바람개비, 손, 얼굴, 깃발, 덧셈 곱셈 등의 기호... 등의 소재들을 통하여 모순의 여러 국면들을 드러내 왔다. 예를 들어 '바람개비'연작들은 날개끼리 서로 맞붙어서 바람에 돌아가는 고유한 정체성을 상실한 '변종 바람개비'들이 겹겹이 화면을 메운다. 이것은 이상과 현실의 공존, 상극 혹은 동류들의 무수한 군집에 대한 은유로 나타나기도 하고 전체주의적인 사고에 대한 공포로서 드러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들은 어떠한 현상에 대해 내리는 정의가 아니라, 모순적 삶의 속성에 대한 동어반복적인 질문일 뿐이다. 이러한 태도가 보기에 따라서는 무기력하고 공허해보일지는 모른다. 단지 삶 속에 풀리지 않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억지스런 답을 내리지 않고 있다.
내 작업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안개가 둘러싸인 것 같은 모호한 공간속을 배회한다. 이는 내가 세상을 대하고 인식하는 태도와 맞물려있는데 얼핏 보면 명백하게 보이는 현상들의 이면에 감추어진 모호성에 대한 나의 생각이 투영된 공간성이다. 화면을 지배하는 겹겹이 쌓아올린 Layer는 세상의 겉과, 쉽게 정의 내려지는 화려한 수사들과 심연사이의 괴리를 환치시킨 하나의 요소이다. 공업용 에어브러쉬와 붓질로 캔버스가 비칠 정도의 묽은 색을 겹겹이 쌓으면서 이미지의 가감을 반복한다. 그림 속에 담겨있는 이미지들은 쌓여가는 레이어를 통해 감춰지기도 드러나기도 한다. 기계의 도움을 받지만 화면에 물감이 안착하기 까지는 중력과 바람과 온도의 영향을 받아 100퍼센트 의도할 수 없는 면이 있다.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힘든 것이 내게 하나의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안개의자 ● 기억은 뜯겨져 나간 자국위에 뜬소문처럼 덧붙여져 있었고 거울속의 보라색 불쾌한 먼지가 내 콧속에서 간질거렸다. 사람들의 소문으로만 존재하던 거대한 도시는 뜨거운 태양의 입김에 의해 과장된 형태를 스스로 무너뜨리며 녹아내리고 있던 어느 오후였다. 급격한 일그러짐의 징후가 있은 후에 무덤아래의 안개들이 지상으로 올라와 각자의 형태들을 지니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진실로만 믿었던 그 가상의 도시들은 땅속 깊은 어둠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내 앞으로 하얀 안개 한 무리가 몰려와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의자의 형태로 이루어진 안개였다... 안개의자... 나는 자석에 이끌리듯 망설임 없이 그 위에 앉았다 안개의자는 망각했던 내 기억에 한 올 한 올 정성스럽게 풀칠을 한 뒤 내 몸을 등 뒤에서 떠받쳐 일으켜 세우더니 뒤를 돌아보라 하였다. 거기에 나와 똑같은 형태의 거울이 서있었다. 그 외형을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가 깜짝 놀라서 움찔하자 거울은 내가 움직이는 그대로의 행동을 마주본 채로 따라 움직였다. / "누구요?" / 당황한 나머지 일갈의 외침처럼 질문이 툭하니 뱉어졌다. 그러나 그는 말없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점점 거울 속은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삽시간에 거친 검은색 입자의 먼지로 바스러지며 안개너머의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입천장에는 주황색의 사탕이 말라 붙어있었다. 안개의자는 차갑게 식어있었다. 나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한동안 말없이 계속 서있었다. ■ 강지호
Vol.20090618c | 강지호展 / KANGGEO / 姜智皓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