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608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월~금_10:00am~08:00pm / 토요일_10:00am~03:00pm / 일, 공휴일 휴관
갤러리 이룸_GALLERY ILLUM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51-13번지 2층 Tel. +82.2.2263.0405 www.galleryillum.co.kr
2009년 6월 8일부터 7월 4일까지 충무로에 위치한 갤러리 이룸에서는 초대기획전 『Utopia』展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의 심리적/물리적인 공간의 특성을 바탕으로 설치의 형식이 결합된 이정록 작가의 「사적 성소」, 재현된 생명의 모습과 그들을 살아있는 듯 보이게 하는 인공적인 아름다움 뒤에 감춰진 인간의 끈질긴 욕망이 표현된 이일우 작가의 「박제의 초상」, 현존과 부재 사이의 모호한 경계 사이를 끊임없이 분열, 교차, 융합하는 이미지의 다중성과 그의 흔적을 쫓는 현아 작가의 「채색된 멜랑콜리아」시리즈가 선보인다. 사진매체로 표현된 다양한 시각적/개념적 방식을 통해 그들이 탐구하고 제시하는 '현존' - 규정될 수 없고 미묘하나 잡히지 않는 그 어떤 것 - 과 '현실'을 향한 욕망 사이의 긴장감을 관객들과 공유하며 이에 대하여 함께 소통하기를 기대한다.
이정록의 「사적 성소: Private Sacred Place」는 성스러운 공간에 관한 작가의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대자연을 숭배함으로써 평안을 기원하고 인간의 권력과 요구조건들을 소원하는 주술적인 의식들이 거행되어 왔던 역사적인 장소들은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사진을 통한 이미지로 새롭게 재구성된다. 이정록은 "아주 가끔씩이기는 하지만 어떤 특정한 장소를 만나게 되면 알 수 없는 거룩함을 느끼게 되며 그런 곳에서는 왠지 고대에 비밀스런 의식이 행하여 졌을 것 같은 상상을 하곤 한다. 이번 작업은 이러한 나의 상상들을 사진으로 가시화시키는 작업이다. 나 또한 거룩한 느낌이 드는 어떤 장소를 선택한 후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뽑아 정갈한 땅으로 만들고 신령스런 느낌이 드는 돌이나 나무들을 배치하여 일정한 형태와 구조를 부여함으로써 나만의 은밀한 사적 성소를 구축한다." 라고 이야기한다.
이일우의 「박제의 초상」은 박제된 동물들의 군상을 초상의 형태로 재해석한 작업이다. 이일우는 "일반적으로 박제는 거실이나 쇼 윈도우에서 관조할 수 있는 평범하고 진부한 오브제이지만 이미지로 재현되는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의 불확실한 공간 속에서 우리를 응시하며 나아가서는 생명과 죽음, 욕망과 반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대상으로 변하게 된다."고 말한다. 삶과 죽음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박제들의 다양한 군상과 관찰자를 마주보는 그들의 응시에서 편집증과 가까울 정도의 치밀한 섬세함이 돋보인다. 사진을 통해 인공적인 방식으로 영원성을 부여 받은 박제를 다시 한번 이미지화하는 시도를 통해 시간의 불연속성과 생명의 연장선상에서 끊임없이 지연되고 있는 이미지의 재현에 관한 사유는 물론, 이미지와 사물에 복잡하게 연관된 현대인의 심리적 욕망을 은밀하게 제시한다.
현아의「채색된 멜랑콜리아: Melancholic Mélange」시리즈에서는 어두운 톤의 몽환적이고 소소한 이미지들이 보여진다. 밝음과 어두움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시간대, 적막하지만 수선스럽지 않은 숲이란 공간에 대한 작가의 애착이 깊은 듯하다. 현아는 "사진의 존재론적인 의미 재확인이나 유미주의적 관점에 중점을 둔 수동적인 이마쥬의 재생산보다는 보편적인 사고체제에서는 상반된 듯한 개념들의 공존을 사진매체의 가능성과 한계 안에서 적극적으로 탐구하여 인덱스로 귀결된 듯한 '슬픔의 상(像)' - 아름다움의 영원성과 시간의 불연속성 사이를 끊임없이 표류하는 유령 같은 - 혹은 상실의 흔적들을 통해 새벽녘과 황혼의 숲 속처럼 고요하지만 유동적인 사색의 공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아마도 이는 상징적 질서 체제에서 배제된 'in-between'적인 어떤 것, 혹은 실재와 부재라는 미묘한 간극 사이를 떠돌며 미끌거리는 이미지들의 흔적들과, 현실에서 경험하는 이러한 '빈틈'에 대한 작가 자신의 욕망과 불안감을 숲이라는 비밀스런 공간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갤러리 이룸
Vol.20090608a | Utopia-이일우_이정록_현아展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