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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09 UM gallery 젊은 작가 공모선정展
2009_0609 ▶ 2009_0619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유엠갤러리_UM GALLERY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2-4번지 세비앙빌딩 B1 Tel. +82.2.515.3970 www.umgallery.co.kr
2009_0701 ▶ 2009_0711 관람시간 / 평일_10:00am~07:00pm / 토, 공휴일_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무심갤러리_MOOSIM GALLERY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253-5번지 Tel. +82.43.268.0070 www.moosimgallery.co.kr
Image PARAde ● 바야흐로 갤러리 전성시대다. 이제는 굳이 인사동이나 사간동까지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지역에서 갤러리를 통해 미술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이는 미술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이해의 수준이 높아졌음을 의미할 것이다. 갤러리들이 전시하는 작품들의 면면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이런 점을 엿볼 수 있다. 회화 일색이던 전시들이 이제는 비디오 아트, 미디어 아트, 설치 작업, 퍼포먼스 등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그러나 많은 동시대 미술들이 어렵게 느껴진다. 이름을 떨치고 있는 동시대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면, 미술을 공부한다는 나 같은 사람은 반드시 한 번은 가보아야 할 것 같은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도 전시가 끝날 무렵이 되면 가볍지 않은 발걸음을 갤러리로 내딛는다. 갤러리 문 앞에 당도하면, 문을 열고 들어서기 전 긴장을 늦추기 위해 심호흡을 한 번 한다. 이 문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작품은 또 어떤 난해함으로 나를 당황하게 만들 것인가. 쉽게 다가오지 않는 다양한 의미들로 충전된 동시대 미술들은 그 난해함으로 보는 사람을 일단 압도한다. 압도당한 나는 이해할 수 없어도 대단한 작품임에 틀림없다고 꼬리를 내리거나,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 내가 가진 쥐꼬리만한 미술사적 지식들을 총동원해서 작품을 파악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그로부터 일종의 지적인 즐거움이 산출되는 행복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 그 대단한 작품들을 이해하지 못한 나 자신의 모자람을 탓하며 뒤돌아 나올 땐, 뭔가가 묵직하게 내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그런 때는 뭐라도 바쁜 척, 잰 걸음으로 갤러리를 나서기 일쑤이다. ● 그러나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우리를 맞이하는 것이 배윤환의 작품들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이미지들의 퍼레이드PARAde이기 때문이다.
배윤환은 매체를 다루는 능력이 남다른 작가이다. 그가 요사이 주로 사용하는 안료는 에나멜페인트인데, 이 녀석은 쉽게 길들어지지 않는 까다로운 재료다. 아크릴이나 오일보다 훨씬 묵직하고 점성이 강해서 작가의 의도를 고분고분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물질성을 강하게 주장한다. 게다가 고약하게도 지독한 냄새와 독성도 가지고 있다.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그래서 사용하는 작가들이 많지 않은 재료다. 그러나 바로 그런 특성 때문에 캔버스에 잘 얹혔을 때는 남달리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림 「정글 트위스트」, 캔버스에 에나멜페인트, 2008 ● 아크릴과 실크스크린을 위주로 작업을 해온 배윤환은 2008년부터 에나멜페인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그전부터 해오던 뿌리기 작업에 에나멜페인팅을 사용했다. 이전에는 작품의 한 부분 정도를 차지하고 있던 뿌리기가 「정글 트위스트」나 「리차드 파커」에 오면 화면 전체로 확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이전의 뿌리기가 작가의 몸을 현상학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적인 것이었다면, 이들 작품에서 뿌리기는 형상화의 원리로 작동하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물감은 선으로 뿌려져 작열하는 태양이 되고, 놀라 푸드득 날아오르는 앵무새가 되며, 열대 사바나의 수풀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뿌리기는 형상을 넘어서 분출하는 힘 그 자체로 승화되고 있다. ● 그런데 이러한 힘의 분출은 에나멜페인트라는 안료와의 힘겨루기의 결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야생에서 자란 거친 준마를 길들여 고삐를 매기 위해서는 먼저 그 말과 힘을 겨루어 말을 압도할 수 있어야 그림「개구쟁이의 실수」, 캔버스에 혼합매체, 2008 하는 법이다. 뿌리기는 가장 표현적인 기법이기도 하지만, 에나멜페인트를 제어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법일 수도 있다. 뿌리기를 통해 에나멜페인트의 성질을 간파한 배윤환은 점차 에나멜페인트를 가지고 다양한 기법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2008년 작 「개구쟁이의 실수」에서 에나멜페인트는 뿌리기, 흘리기, 휘젓기 등의 다양한 기법을 통해 새로운 형상화와 생동감을 획득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작가의 분신인 고릴라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이제 드디어 에나멜페인트가 잘 길들여진 준마처럼 작가의 손길에 자유자재로 호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글 트위스트」에서 도전적으로 포효하고 있던 고릴라가 「개구쟁이의 실수」에서 짓고 있는 미소는 작가의 여유를 투영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도 물론 개구쟁이의 가슴팍에는 여전히 포효하는 곰이 실크스크린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개구쟁이의 실수」에서 고릴라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새의 형상은 에나멜페인트가 선적인 뿌리기에서 덩어리감 있는 색면 형상으로 나아가면서 작품에 안정감을 가져오게 됨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와 같은 선에서 면으로의 전환이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의 주된 특징이다. 「미라클 퍼레이드」에서 격렬한 뿌리기가 흘리기를 통한 색면 형상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강박적이리만큼 중첩되는 뿌리기를 통한 표현성에는 더 이상 미련이 없어 보인다. 「다이너마이트 월넛」, 「롤링 치트」, 「달 교체요원」, 「분노의 케이크」, 「저녁식사」 등 대부분의 작품에서 표현성은 뿌리기 대신 흘린 물감의 덩어리를 정교하게 휘젓는 것에 의해 획득되고 있다. ● 나아가 「마우스 스시」, 「진수성찬」, 「싸우전드 월드」 등의 작품에서는 화면의 구성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뿌리기를 통한 올오버 페인팅에 매진하면서 생겨난, 혹은 작가의 말대로라면 워낙에 백색지면공포로부터 생겨났었던 바, 화폭의 전체를 가득 채워나가려는 강박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이러한 이완의 힘은 이번 전시에서 유독 다른 스타일처럼 보이는 「아프리칸 파적도」에서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조선 후기 화가 김득신의 「파적도」를 아프리카 버전으로 각색한 이 작품은 그의 작품에서 이제껏 만나기 어려웠던 여백의 미를 보여준다. 간결해진 색채와 형상, 능숙한 에나멜페인트 소묘가 희극적 소재와 만나 유쾌하고도 여유로운 해학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 이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 중 하나가 바로 에나멜을 이용한 소묘이다. 작가는 에나멜페인트를 마치 연필이나 펜이라도 되는 양 자유롭게 선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작품과 「다이너마이트 월넛」에서 작가는 에나멜페인트로 형상의 윤곽선을 그려내고 있다. 「비비드 액션」은 아예 에나멜페인트로 그린 소묘와도 같아서, 에나멜페인트를 다루는 작가의 능숙함이 놀라운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 이처럼 에나멜페인트를 주로 사용하는 배윤환의 작품들에서는 전반적으로 물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저녁식사」나 「분노의 케이크」 같이 형상을 알아보기 힘든 작품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배윤환은 매체의 물성 자체에만 주목하는 화가도 아니고, 에나멜페인트만 사용하는 화가도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작품들은 혼합 매체로 제작되었다. 물성이 강하고 상당한 두께감과 덩어리감을 가지는 에나멜페인트를 얇고 섬세한, 그래서 도식적인 느낌을 주는 실크스크린과 병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이질적인 매체의 병치는 그의 작품이 단조로워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동시에 작품 속의 이야기를 다시 액자소설과도 같은 다층적인 것으로 만들어준다. 「왈츠」를 비롯한 많은 이전 작품들에서 등장하는 잭슨 폴록의 아이콘과 「개구쟁이의 실수」 등에서 등장하는 곰 이미지, 그리고 「마우스 스시」에서의 생선 등이 그러하다. 사실 배윤환의 작품을 더욱 즐거운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그의 작품에 담겨있는 이와 같은 아이콘으로서의 이미지들이다. 그의 그림에는 고릴라나 곰, 원숭이, 악어, 벌 등 다양한 동물 군상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임의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 특징에 어울리는 동물들로 치환하여 등장시키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에서 이러한 동물들은 주로 난처하면서도 희극적인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다. 「진수성찬」이나 「성스런 만찬」, 「저녁 식사」, 「분노의 케이크」 등 유독 먹는 것과 관련된 장면들이 많은 것은 아마도 탐욕이라는 주제에 대한 작가의 민감성에서 비롯된 것일 듯하다. 이들 그림에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나 맛을 음미하기 위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지 않다. 「성스런 만찬」의 곤란한 상황이 말해주듯, 먹거나 먹히거나이다. 그렇다면 먹는다는 것은 권력의 문제이거나 욕망의 문제이다.
배윤환의 작품들은 욕망과 그 실현이라는 징검다리를 통해 보는 이들과 교감을 이루어낸다. 나서부터 죽기까지 평생을 결핍감에 시달리는 우리 모두가 그 결핍을 채우고자하는 욕망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존 듀이도 말했듯이 이 결핍감과 그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은 인생의 수많은 가치 있는 것들을 창조해내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탁월한 수준으로 균형감각을 성취해낸 산물들을 볼 때 우리는 미적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미적 경험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경험이 아니다. 듀이에 따르면 미적 경험은 우리 모두가 겪을 수밖에 없는 결핍이 부단한 노력에 의해 충족되고 상쇄되어 균형 상태에 이르렀음을 느끼는 순간이며, 그래서 그 어느 순간보다도 강렬하게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는 환희의 순간이다. 남들이 창조해낸 것이지만, 결핍이 극복되어 찬란한 충만의 순간이 이루어진 작품들을 볼 때 결핍의 존재인 인간들은 마치 자기의 결핍과 욕망이 충족되기라도 한 양 미적 공감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에 "예술"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다. ● 배윤환의 작품들은 듀이가 "경험으로서의 예술"이라고 부른 상태에 다가가는 작품들이다. 백색지면에 대한 공포, 그리고 고집스럽게 반항하는 매체는 모두 화가에게 결핍감을 만들어내는 요소들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에서 이 결핍감을 극복하려는 작가의 욕망은 욕망으로 충전된 동물들의 이미지, 화면을 채운 물감의 표현성, 그리고 에나멜페인트라는 까다로운 매체에 대한 실험과 정복이라는 다층적인 구조로 형상화되었다. 작가가 그 결핍감에 맞서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격렬한 표현성과 탁월한 균형감을 겸비한 작품들을 창조해내었으므로, 관객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유쾌하고 환희에 찬 미적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칸 파적도」는 작가의 결핍과 욕망이 일정 수준 충족되었음을 보여주는 균형감 있는 완성의 국면이다. 동시에 곧 새로운 결핍감과 욕망이 그를 엄습하리라는 예견을 가능케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 「미라클 퍼레이드」에서 등장하는 고릴라의 포효가 그러한 새로운 욕망의 징후처럼 느껴진다. 사바나 수풀 속에서 유아독존을 외치고, 머리 위에서 노는 새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고릴라가 여기서는 다양한 동물 군상들 사이에서 공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다시금 포효하고 있다. 작가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실상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부단한 노력에 다름 아니다. 때로는 만족하며 미소 지을 수도 있지만, 충족된 욕망은 다시금 결핍감에 의해 대체되기 마련이다. 새로운 결핍감은 새로운 욕망을 낳고, 새로운 욕망은 새로운 그림을 낳는다. 그러므로 작품의 궤적은 욕망의 궤적과 일치한다. 욕망의 퍼레이드가 작품의 퍼레이드인 셈이다. 작가가 죽기까지, 욕망의 퍼레이드, 작품의 퍼레이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또 어떤 결핍과 욕망이 그를 몰아대서 새로운 예술작품을 탄생하게 할까? 앞으로의 작품이 다시금 기대되는 이유이다. ■ 정수경
Vol.20090607h | 배윤환展 / BAEYOONHWAN / 裵倫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