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09_0604_목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몸미술관 SPACEMOM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1411번지 제1전시장 B1 Tel. +82.(0)43.236.6622 www.spacemom.org
"기억속의 이미지들은 한번 말로 고정되고 나면 지워지고 맙니다. 저는 어쩌면 베니스에 대해 말함으로서 영원히 그 도시를 잃어버릴까봐 두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다른 도시들을 말하며 이미 조금씩 베니스를 잃어버린 건지도 모릅니다."_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어릴 적의 어느 인상 깊었던 시간이나 공간, 사건에 대한 기억들이 어렴풋한 어떤 형상으로 남아있기도, 때로는 전혀 생각지 않던 순간에 문득 떠올라 회상되는 경우도 있다. 어제의 기억이 그제의 것보다 더 생생하고, 그제의 것이 작년의 것보다 조금 더 명확한 것처럼, 시간은 내 손끝을 떠나 점점 기억을 퇴색시키며 그저 뭉둥그려진 어떤 것으로 만든다. ● 삶의 면면, 순간순간의 기억에 동반되는 감정적 경험들은 오감을 통해 다양하고 개인적인 기호, 정보, 은유로 수용된다. 이것들은 시간과 함께 흐르고, 중첩되며 교차, 연상, 퇴색의 과정을 거친다. 이미 빛바랜 과거가 된 것들은 항상 불완전하고, 무의식적이며 추상적이다. 과거의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으나 그 느낌을 가진 모호한 대상(이미지화한 오브제), 잊었다고 생각했으나 사소한 계기로 문득 환기되는 어느 순간들. 그러나 일부는 사라지고, 다른 일부는 중첩되고, 파편화되고 불명확하여 추상화된 이것이 나에게는 "기억"이자 또한 "reminiscence" 이다.
이런 이미지들은 한번 기호적 언어로 고정되고 나면(드러내고 나면) "모호함"과 "추상적" 으로 존재하던 이전의 그것과 더 이상 같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리운 대상이며 명확히 드러내어 정의하기보다는 모호한 안타까움으로 의식의 어느 한 구석에 숨기기를 원하는 대상이다. ● 드러냄으로서 영원히 잃을까봐 두려운 것, 존재하나 무의식적 은폐의 대상인 것, 그러나 또한 중첩된 은폐 속에 여전히 있는 것. 그렇기에 모리스 블랑쇼는 '모든 것이 가려질 때, 모든 존재가 은폐될 때 대상은 반드시 그 은폐의 한가운데에 존재하게 된다.'고 한다. ● 나의 작업에 있어 역시 이미지들은 항상 이쪽(드러냄, 숨겨진 가시성)과 저쪽(은폐,가시적 숨김)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그리고는 다른 이미지의 뒤에 숨은 채 언뜻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또는 공존하며 새로운 어떤 것이 되기도 하는 실제의 이미지들은 개념으로서 혹은 오브제로서, 마치 팔레뜨 위에 짜여진 물감들처럼, 서로의 일부를 허물고 섞이며 기대하지 않았던 특별한 환영이 된다. ●나의 숨겨진 혹은 숨은 이미지, 다시 말해 보여 지는 혹은 사라진 이미지들이 손에 잡힐 듯 하지만 결국엔 놓쳐버리는 시간과 기억에 대한 안타까움의 정서를 바탕으로 관객 각자의reminiscence 를 불러일으키고, 그렇게 불러온 이미지 자체가 주는 환기와 울림의 메시지가 자유롭고 다면적인 해석이 가능한 하나의 '추상적 기호'가 되길 바란다. ■ 김미라
Vol.20090604e | 김미라展 / KIMMIRA / 金美羅 /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