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603_수요일_01:00pm
샘표스페이스 기획 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5:00pm
샘표스페이스_SEMPIO SPACE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231번지 샘표식품 이천공장 Tel. +82.31.644.4615 www.sempiospace.com
소소하게 스쳐가는 삶에 관한 생각들과 고민들 그리고 느낌들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이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서로에게 의미 있는 생각과 느낌의 조각들을 모아 에너지를 실어보자, 삶을 위한 목소리를 내어보자." 등의 대화가 오고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방향을 잡고 '그것'을 여지라 부르기로 하였다. 그러나 또한 섣불리 '그것'에게 '여지'라는 이름을 지어 줄 수도 없었다. 이름을 짓는 순간 그것의 여지가 사라질 수 있다는 염려였다. '여지'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어떠한 틀이나 형태, 고정된 것 등이 주는 느낌과 반대되는 것이다. 이것은 작업을 하는 태도임과 동시에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져야할 마음가짐과도 같다. 이런 취지와 태도는 우리가 '여지 덩어리'를 일구어 가는 데에 작지만 단단한 뿌리가 되어줄 것이다. 어떠한 '결과물' 의 모습들에도, 과정이 갖게 되는 시간들에도 여지를 두려 한다. 그것은 서로에게 작업의 과정이 될 수도 있고 작업의 일환이 될 수도 있으며 작업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여지'란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의 태도일지도 모른다. ● 현실은 어떨지라도,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마음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두 작가 남궁홍, 김효연은 '여지(餘地)'라는 공동 화두를 가지고 각자의 작업을 준비해 왔다. 두 작가의 작품은 외견상 다른 스타일과 이질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남궁홍 작가는 '무디어짐' 연작을 통해, 시간의 질곡으로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기억과 감성을 자신만의 엷어진 듯한 색채를 통해 표현하면서 현실의 아픔을 서로가 어루만져 주길 원하고 있다. 그와는 다르게 김효연 작가는 과감한 색채의 충동적인 터치를 통해 작가 본인의 아픔을 분출하면서 관객에게 성큼 다가가며, 과감한 분출은 다시 연민으로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고자 하는 여지를 보여준다. 다른 이미지를 같은 감성으로 표현하는 두 작가의 작품들은 그 내면에 한걸음 다가가 바라다보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 그리고 시간과 현실이 주는 아픔과 성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시각적 이미지를 가진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동일한 감성을 찾아 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샘표스페이스
어느 순간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저 바람의 향기를 느끼게 될 때, 낯설게 느껴지는 소리가 들려올 때, 언젠가 느껴 본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과 /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과 /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한다. '지금'이라는 시간에는 '남겨진 것'과 '남겨질 것'이 서로 공존한다. 지금 보고 있는 것과 다른 내 기억 속의 무엇이 엉켜 어떤 느낌을 내게 하는 것을 나는 '무디어짐'과 '남겨진 것'으로 이야기해 나가고자 한다. ● '무디어짐'이란_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그 수없이 많은 빛깔로 다가왔던 모호한 것들이 남겨진 기억과 기록들로 어쩔 수 없이 비교적 명쾌하게 간추려지는 것이다. 절실 했던, 생생했던, 풍부했던 경험, 느낌, 생각 들이 과거가 되어가면서 무언가로 일축 되는 것_ 그냥 그래지거나, 희미해지거나, 단순하게. ● 이러한 나의 관심들이 투영된 작업들을 분류하자면 다음과 같다. -삷과 죽음에 대한 관심. / -'무디어짐'이라는 감정, 그 자체. / -무디어짐 그 이후 - 남겨진 것. ■ 남궁홍
#살아가는 이유를 까먹은 그는 그저 뱃속에 먹을 것 만 가득 채우고는 휑하니 일어나 가버린다. /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삶의 우주적인 절대적 진리를 나는 더 이상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더구나 그런 것들은 지극히 개인적이어서 그 상황을 타인과 교감 할 수 없었고 나는 더욱더 깊은 슬픔과 외로움에 빠져들었다. / #그는 자신이 삶의 이유를 잊었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애써 모른 체 하고 휑하니 가버린다. / 나도 가끔 그렇다. 삶의 의미조차 잃어버릴 때가 있고 거스를 수 없는 진리들을 더 이상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해 슬퍼한다. / #나는 슬며시 그의 뒤에 가서 어깨위에 따듯한 손을 올려놓고는... "나도 그래." 라는 말을 한다. 그러자 그는 눈물을 떨군다. /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징징거릴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초월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 김효연
Vol.20090603d | 여지餘地-남궁홍_김효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