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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601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분도_Gallery Bundo 대구 중구 대봉동 40-62번지 P&B Art Center 2층 Tel. +82.53.426.5615 www.bundoart.com
그것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더욱 가깝게 다가가는 동양화의 보편성 ● 임택의 작품은 재미있다. 그는 동양화의 전통인 산수풍경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구성하는 작가이다. 그는 「옮겨진 산수 유람기 Moved Landscape Journey」 연작에서도 어김없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동양의 예술관을 혁신적인 방법으로 비튼다. 작가가 만든 작품은 장르적인 질서로 정리해 온 산수화의 양식을 일종의 놀이 play 형태로 허물어버린다. 작가는 먼저 갖가지 재료를 가지고 입체적인 자연의 모습을 꾸민다. 산을 중심으로 강, 바다, 하늘, 구름, 해, 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자연에 인공물과 사람과 같은 형상도 추가된다. 작가는 이렇게 완성된 산수풍경 설치물을 사진 촬영한 다음, 일련의 그래픽 작업을 더하고 그 이미지를 디지털 프린터로 출력한다. 이러한 과정의 거쳐 우리가 보는 것은 유희적으로 재현된 산수화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시피, 서양화와 달리 상당수의 동양 산수화는 화가가 대상을 직접 관찰하고 그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한 1차적 질서의 관찰 the observations of first order 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가 먼저 그린 그림을 토대로, 혹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인상을 다시 그림으로 옮긴 2차적 질서의 관찰 the observations of second order 이다. 이처럼 관찰한 것을 또 관찰하는 과정의 대표적인 사례는 비평 행위일건데, 동양미술의 화론은 비평처럼 분석적인 2차적 관찰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따라서 동양화는 당대의 화가나 지식인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념이 축적된 집단의식이다.
개별적인 관찰자로서 임택은 그처럼 커다란 흐름에 맞서, 미술에서 동양적 인지 체계를 이제는 바꿀 때도 되지 않았냐고 묻는다. 동양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미적 세계는 실재라고 말할 수 없는 동시에, 허구라고 볼 수도 없다. 작가는 동양화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패러독스의 상호보충성을 자신의 독창적인 작업에 온전히 접목시킨다. 아울러, 그는 한 술 더 떠 현대적인 기호를 작품에 끼어 넣음으로서, 자기 준거 내지 자기 참조적인 구성을 겹겹이 깐다.
그림의 중심은 산(山)에 맞춰진다. 보는 이에 따라 바위 덩어리로 된 민둥산 같기도 한 작품 속의 산들은 고전 산수화 속에서 오로지 선으로 절제되어 표현된 형상이 주는 간략함 그 자체다. 그 산에 사람들이 오르내린다. 고전 속에 간혹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연과 합일을 이룬 존재이지만, 임택의 작품에 그려지는 사람들은 자연을 환경이라는 객체로만 받아들인다. 응축된 작가의 시선이기도 한 작품 속 현대인들의 세계에는 산으로 짐을 꾸려 나서면 마주칠 법한 대상들이 있다. 산은 우리가 생활하는 '여기'가 아닌 '저기'이므로 비일상적인 공간이므로 예컨대 새와 짐승이 살고, 절간도 있음직하다. 자동차나 비행기는 이곳과 그곳을 이어주는 수단인 동시에 그 자체가 자연 경관만큼 멋진 볼거리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은 한결같이 엉거주춤한 구도와 비율로 뒤섞여 있다. 왜 그럴까?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생각과 행동과 말을 통해 끊임없이 짜여진다. 늘 조금씩 변하는 관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대체로 일관성 있게 표현하려 한다. 과학이 그렇고, 종교가 그렇고, 법이 그렇다. 예술도 그렇다. 미술에서 일관성은 하나의 장르로 드러난다. 사물의 이미지는 그것의 속성, 즉 움직임이 빠르고 느림, 눈에서 멀고 가까움, 형태가 완만하고 날카로움, 부피가 풍성하고 빈약함, 색이 짙고 옅음 등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되어야 한다). 그런데 임택이 펼쳐놓은 세계에서는 사물이 가진 짜임새 있는 논리적 일관성은 곧잘 무시된다. 우리가 경험으로 체감하는 논리를 벗어나도 아량을 갖고 허용하는 범위가 있다. 임택은 그 한도 내에서 최대한 예술적 변칙을 가꾸어 내려 시도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전통 기법을 고집하는 장르적 에토스를 넌지시 우습게 만들어버린다. 그렇지만 이 도전이 오히려 동양적인 회화의 가치를 더욱 직시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 윤규홍
Vol.20090602a | 임택展 / LIMTAEK / 林澤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