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Shanghai Art Expo 2009_0522 ▶ 2009_0525
SECEC Shanghai Ever-bright Convention & Exhibition Center Suite B, 5/F, Yinlu Masion No. 1112 Pingliang Road, Shanghai, CHINA
2009_0610 ▶ 2009_0616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3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Biography of Shadow 그림자로 그려낸 욕망의 자서전 ● 그녀의 풍경은 실존적인 고독의 자서전이다. 작은 자연물에 대한 미시적인 응시를 통해 내면적 그림자를 투영시키는 방식으로 심연에 접근한다. 잠시 숨을 멈추고 고요히 응시해야만 포착할 수 있을 것 같은 섬세한 풍경 속에 달빛 받은 잡초들의 메마른 그림자가 떨어진다. 김정선의 「Blue Shadow」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앞선 개인전에서 상품 소비에 얽매인 현대인의 욕망을 집요하게 파고들던 작가가 자연 속에서의 식물의 '그림자'를 선택하다니, 그 변모는 뜻 모를 비약으로 느껴질 법도 하다. 그러나 그림자에 숨겨진 결을 헤아릴 수 있다면 김정선의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화두가 여전히 '욕망'의 문제임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으리라. ● 모든 존재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림자를 갖는다. 그림자는 존재의 짝패이며 역으로 말하면 그림자는 존재를 입증하는 단서이다. 원시인은 그림자가 밟히면 마치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은 듯이 느꼈다고 한다. 네팔에서도 하늘로 날아오르는 폭풍의 신인 산카라의 그림자를 찌르자 떨어져 목이 부러졌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그림자는 존재의 영혼을 암시하는 상징적 원형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감추어져있는 자기 이미지로서의 그림자는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자아의 어둡고 음습한 측면을 뜻하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개념을 통해 의식의 이면에서 끊임없이 자아를 충동질하는 거대한 에너지를 설명했지만, 융 Gustav Jung 은 이러한 무의식을 '그림자'라는 개념으로 보다 정교하게 제안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그림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자아 콤플렉스의 열등한 인격이며, 사회적인 필터에 걸려 옆으로 보류되고 의식화되지 않은 채 내면에 남아있는 응어리이다. 스스로 이러한 그림자를 직시하기란 매우 어렵다. 어두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기억'이 작용하던 시절부터 내면에 켜켜이 쌓여져 온 어둡고 우울한 편린들을, 마치 판화처럼 마음에 찍혀있으나 부정해 온 이미지들을 하나하나 들춰내어 반추하는 것은 얼마나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선은 「Blue Shadow」를 통해 이러한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난 듯이 보인다. 전작에서 화려했던 컬러는 옅은 푸른빛의 단색조로 침잠하면서 명징해졌다. 수평의 구도에 빈 여백적 구성, 식물들의 아련한 실루엣은 침묵과 명상, 내성적인 분위기를 전달한다. 쇼팽의 야상곡이 낮은 음조로 들리는 듯한 화면. 도시라는 소재에서 자연으로의 회귀, 작가가 마음 저리게 좋아하는 들꽃과 들풀들의 이미지가 보다 개인적이고 사변적인 코드로 작품이 전환되었음을 알려준다. 서걱이는 소리가 날 만큼 메마르고 까칠한 촉각이 전해지는 풀잎들 사이로 피어오른 엉겅퀴는 다름 아닌 작가 자신의 이미지로 읽혀져도 좋을 듯싶다. 그렇다. 그것은 온실에서 화사하게 자란 장미가 아니라, 척박한 대지에서 외롭지만 꿋꿋하게 생을 이어가고 있는 엉겅퀴인 것이다. 김정선은 자신의 내면에 똬리를 틀고 있던 그림자를 식물들의 이미지를 빌어 캔버스에 투영하고, 다시 그 엉겅퀴와 식물은 그림자를 반사하며 내면의 깊이를 더해준다. 존재는 필연적으로 그림자를 수반하며 그림자는 필연적으로 그것이 비추어질 스크린, 곧 거울을 필요로 한다. 캔버스는 작가의 거울이 되고, 그 속의 이미지는 다시 거울 면 위에 비추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작품 속의 거울 면은 호수도 아니고 강도 아니며 대지도 아니다. 달은 떠 있으나 그 어슴푸레한 푸른빛이 감도는 화면 속의 시간은 밤도 아니고 낮도 아닌, 제3의 시간을 암시한다. 식물들 역시 대칭적 구도 속에서 반영되고는 있으나, 그 상이 서로 일치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작가는 작품의 밑그림을 그릴 때 전혀 사진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한다. 「Blue Shadow」는 매우 사실적이어 보이지만 전혀 사실적이지 않은 마음의 심상으로서 작가는 처음부터 풍경의 사실적인 재현 따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독일의 19세기 낭만주의 풍경화가 프리드리히의 작품에서처럼 그녀의 풍경은 실존적인 고독의 자서전이다. 프리드리히가 광활한 하늘과 바다에 가로놓인 외로운 인간의 그림자를 그렸다면, 그녀는 작은 자연물에 대한 미시적인 응시를 통해 자신의 내면적 그림자를 투영시키는 방식으로 심연에 접근하고 있다. ● 자연과 서정성, 그 속에 파고드는 욕망의 내면은 명품과 가방, 잘 빠진 자동차를 그렸던 전작의 관심과 그리 멀지 않은 것이다. 그녀의 전작을 살펴본다면 '욕망'의 문제가 그 외피만을 갈아입었거나 좀 더 내면적인 방향으로 진화되었을 뿐,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짝퉁 명품 가방을 하이퍼리얼리즘의 기법으로 그리면서 고작 기호를 소비함으로써 지시대상 자체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영원한 굶주림의 상태에 놓이게 되는 현대인의 불구적 상황을 꼬집었었다. 갈구하면 할수록 더 허해지는 현대인의 허기증을 상징하기 때문이었을까, 김정선의 가방은 공중에 부유(浮游)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가방의 배경에 나무와 풀들이 지면에 반영되고 있는 것은 그림자 모티프의 전단계라 할 만하다. 그리고 가방에서 스카프와 화장품들이 꺼내어져 나오는 다음 단계의 작품들에서부터 그녀는 자신의 내면의 것들을 끄집어내고 반영시키는 작업을 본격화한다. 이것이 그녀가 화단의 트렌드였던 하이퍼리얼리즘으로 나아가지 않고, 보다 자아성찰적인 방식으로 방향을 튼 지점이다. 매끈하고 빤질한 가방의 표면에서, 그 속에서 쏟아져 나오고 풀어져 나오는 스토리로, 그리고 잡초 사이의 한 떨기 엉겅퀴로, 다시 그 그림자로…. 김정선의 이미지들은 한 목소리로 욕망을 변주한다. 이렇게 작가는 보다 고백적인, 혹은 자아와의 고통스럽지만 용기 있는 대면으로 쉽지 않은 길을 택하고 있다. ● 융은 그림자를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진실성'을 전제로 하며, 그럼으로써 피상적인 자아ego가 아닌, 완전한 자기self로 통합될 수 있음을 말했다. 삶은 죽음으로 통하고 죽음은 다시 생을 잉태한다. 밤과 낮, 의식과 무의식, 표면과 심연, 빛과 그림자. 이분법적로 나뉘어져 있는 세상을 직시하며 김정선은 그것을 하나의 캔버스에 아우른다. 그것은 조건 지어진 작가의 실존과 아픔에 대한 인정과 받아들임이 아닐까. 그녀의 작품에 그려진 초승달이 다시 그믐달로 반사되고 있는 것처럼 완성을 향한 달의 순환이 또 다른 길을 제시하기를. 더 큰 작가적 실존으로 나아가기를. ■ 임훈아
인간의 삶의 에너지에 대한 본질로부터 출발한다.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려는 힘의 원천은 결국 욕망이라고 생각되며 인간이나 동·식물 그리고 사물에게도 다소 차이가 있지만 무의식 속에 끊임없는 욕망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한 욕망은 격동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조용함속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내면의 쉼 없는 움직임을 자연의 심상을 빌려 친숙한 들녘 풀 그림자를 통해 욕망의 세계를 우회하여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주관적인 시선에 따라 보여 지는 그림자의 공간들은 현실과 몽상의 교감을 유도하였다. Shadow.n 1 그림자, 투영(投影) 2 검은 부분, 3 (거울 따위에 비친)영상(映像) 4 실체가 없는 것; 이름뿐인 것;(쇠약하여) 뼈와 가죽뿐인 사람; 자취, (희미한) 흔적 5 (마음의) 어두운 그림자, 슬픔; 음울, 음침:cast a on a person′s reputation 아무의 명성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다. 7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상태), 알려지지 않음(obscurity) 8 그림자가 미치는 곳, 세력 범위 8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사람, 찰거머리; 종자(從者) 식객(食客)... 이것은 사전에 표기된 shadow의 뜻풀이다. 나는 이런 사전적이고 상징적인 뜻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모든 사물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모습은 언제나 실상(實像)을 좇아가지만 그것은 그저 닮은 것에 불과한 허상(虛像)일 뿐이다. 마치 욕망을 쫒는 우리의 모습과 흡사한 것이다. 끊임없이 좇고 또 좇는 우리의 욕망은 인간에게서 땔 수 없는 또 하나의 우리인 것이다. 나보다 더 나은 대상을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것처럼 그림자도 또한 실상(實像)을 닮아가려는 쉼 없는 몸부림이라고 보여 진다. 나는 조그마한 풀 한 포기 자연물에서도, 떨칠 수 없는 그림자를 통해 또 하나의 욕망이 존재함을 느껴본다. 화면에 보여주는 엉겅퀴 또한 우리 삶의 강한의지를 담는 상징적인 존재로, 강인한 의지의 표상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그림자로부터 우리의 모습을 읽어가는 것이다. ■ 김정선
Vol.20090522e | 김정선展 / KIMJEONGSEON / 金貞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