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지 않는 편지 unnoticed letters

송원진展 / WONJINSONG / 宋元珍 / mixed media.installation   2009_0520 ▶ 2009_0602 / 월요일 휴관

송원진_주목받지 않는 편지_C 프린트_110×70cm_2009

초대일시_2009_052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평일_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모빈_SPAC MOVIN 서울 종로구 삼청동 27-35번지 Tel. +82.2.723.7075

나는 보이지 않는 관계를 드러내고자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것은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다. 드러내고자 했던 보이지 않는 관계는 끈끈한 것이기도 하고 잡히지 않는 공허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작업들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내가 삶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늘 주목하고 맞닥드리고 있는 관계 중에서 단지 한 부분의 표현이고 싶다.

송원진_주목받지 않는 편지_C 프린트_120×175cm_2009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힘들거나 어떠한 공황상태가 되면 바쁜 일을 만들거나 다른 취미활동에 빠지거나 하는 등의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러한 상황을 지나고자한다. 하지만 나는 저절로 아무런 인풋도 아웃풋도, 어떠한 관계도 없는 상태가 된다. 이것은 일종의 "개인이 유지하는 상태의 침묵"이라 생각한다. 이 침묵 속에는 어떤 한 소절의 멜로디도 한마디의 언어도 끼어들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힘들어 하는 모든 상황은 특정, 불특정 다수의 무리나 혹은 다른 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오롯이 나만 있으면 없을 문제들일 수 있고, 하지만 우리는 어느 섬에 혼자 표류하지 않는 이상은 그러할 수 없으며 그 섬에서 사랑하는 나무 한그루와 나를 괴롭히는 들짐승을 만나게 될 일이다. 그제서야 내가 유지하는 상태의 침묵에는 그 어떤 관계도 없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하나의 관계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송원진_주목받지 않는 편지_C 프린트_110×70cm_2009

개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리고 한 개인으로써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무력감. 무력감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그것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일수도 있다. 무력감, 고독, 어쩔 수 없음에 따르는 간절함, 불만, 안타까움 이러한 것들이 조합된 단어가 있으면 모를까. 그러한 느낌을 완전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는 것 같다. 철저히 한 개인으로써 느끼는 이러한 무력감은 단순히 혼자만 존재한다는 고독감이 아니다. 타인들 속에서 개인이기 때문에 느끼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자각일 것이다. "이제껏 나는 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결국 타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지만 결국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_작업노트

송원진_주목받지 않는 편지_C 프린트_110×70cm_2009
송원진_주목받지 않는 편지_C 프린트_70×110cm_2009

실을 감는 행위는 어떠한 것도 변화시키지 않는다. 경화되지도 않고 실이 천을 꿰매 연결하지도 않으며, 천에 박혀서 자수가 되지도 않는다. 그것은 그대로 다른 곳으로 옮아갈 뿐이며 그러기 위해서 나는 그것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옮기는 단순하고 반복된 행위만을 하게 된다. 이렇듯 목적이 없으며 나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행위는 앞서 말한 무력감, 그리고 그 무력감속에서 개인이 유지하는 상태의 침묵과 닮았다. 그리고 내가 실을 옮겨 놓기 위해서는 나의 팔을 휘저을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란 것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자각하기 위해서 절대적이며 유용하다.

송원진_상태의 침묵_실, 안경, 거울, 책_가변크기_2009
송원진_당신의 일요일에 나는 없다_혼합매체_가변크기_2009

나는 내가 지나는 길을 오고가며 나뭇가지를 집으로 주워 나른다. 흔히 볼 수 있는 꺾여진 마른 나뭇 가지들이 나의 마음을 끈 것은 버려진 것이며 죽었으며 아주 작고 초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의 모든 것이 그렇듯 인간이 그렇듯, 주어온 나뭇가지들도 어느 것 하나 같지 않은 존재들이다. 나는 수 많은 나뭇가지들, 그 중 하나와 나란히 마주앉아 그것에 실을 옮겨 감는다. 실은 단단한 덩어리에서 풀려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내 엄지와 검지 사이를 지나 다른 곳으로 다시 모인다. 나의 의식은 실이 지나가는 움직임처럼 타인과 나의 시간을 지나간다. 나는 그것들을 가지런히 놓아 한마디씩 편지를 써내려갔다. 주변의 사물들 중에서 내게 제법 말을 많이 걸어오는 몇 가지 것들을 마주하고 실을 옮겨 감았다. 실에 감겨진 사물들은 나의 침묵을 함께한 것이며 침묵 속에서만 나눌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당신의 일요일에 나는 없다」는 감옥의 면회실을 상상하는데서 출발했다. 두 면회자 사이에 놓여있는 작은 구멍들은 대화를 나누기위해 절대적인 매개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수록 그 구멍은 작고 가난해보인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없을 때 그 구멍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섬의 형태를 구멍으로 뚫었다. 섬모양의 구멍을 발견한다. 가까이 가서보니 막혀있는 구멍이다. 관찰자에 따라서 막힌 구멍들 속에 숨어있는 몇 개의 뚫린 구멍을 찾을 수도 찾지 못 할 수도 있다. 나는 그 구멍을 액자에 정성스레 끼워 넣었다. 그리고 구멍을 사이에 두고 켜둔 두 개의 전구가 때로는 엇갈리게 때로는 함께 천천히 켜짐과 꺼짐을 반복하며 빛을 내고 있다. ■ 송원진

Vol.20090520h | 송원진展 / WONJINSONG / 宋元珍 / mixed media.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