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리얼리티, 상상

김성묵展 / KIMSEONGMOOK / 金聖黙 / mixed media   2009_0520 ▶ 2009_0526

김성묵_집_디지털은염인화, 디지털은염인화에 유채_각 50.8×76.2cm_200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5월26일 10:00am~02:00pm

강릉미술관 GANGNEUNG MUSEUM OF ART 강원도 강릉시 교1동 904-14번지 Tel. +82.33.655.9600 www.gnmu.org

사물에는 시간의 흔적들이 담겨져 있다. 기차 길 있던 자리에서 피는 코스모스에서는 기적소리가 향기로 피어나고 저 나무들 사이사이로 지나다니는 바람과 산새와 약초를 찾던 사람들을 산은 기억한다. 어느 산사 곳곳에는 사람들의 기원이 묻어있고, 자전거에 실려 여행을 떠났던 작은 화초는 세상 그 어느 식물보다 많은 풍경들을 보았을 것이다. 움직이는 것들은 사라지지만 움직일 수 없는 것들은 기억한다. 그리고 기억은 그 자리에 지층처럼 쌓인다.

김성묵_식물_디지털은염인화, 디지털은염인화에 유채_각 50.8×76.2cm_2009
김성묵_게발선인장_디지털은염인화에 유채_50.8×76.2cm_2009
김성묵_집_디지털은염인화, 디지털은염인화에 유채_각 50.8×76.2cm_2009
김성묵_집_디지털은염인화, 디지털은염인화에 유채_각 50.8×76.2cm_2009

나는 자전거를 타고 내가 사는 동네와 가까운 바닷가를 자주 돌아다닌다. 그리고 가끔씩 멈추어 특별하지도 생소하지도 않은 것들을 카메라로 담아낸다. 사물을 사진 프레임 안에 가두는 행위는 나와 이웃한 것들을 각별히 기억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사물이 존재하는 동안 쌓여 왔을 습윤한 삶들을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본다. 그러는 동안 그것은 시詩적 도약을 통해 현실적 실존과 체험을 넘어서는 어떤 곳으로 향하려 한다. 이를테면 욕망이 소거된 그 무엇으로...

김성묵_말_야외설치, 디지털은염인화_75×100.2cm_2006
김성묵_기다리는 사람_야외설치, 디지털은염인화_60.9×45.6cm_2009

오래된 전설 하나가 있다. 왕이 될 운명을 가지고 한 아이가 태어난다. 문제가 생길 것이 두려웠던 마을 사람들은 그만 아이를 죽이고 만다. 그러자 숲 속에서 아기가 자라기를 기다리던 용마는 큰 울음을 울며 쓰러진다. 숲에 그려진 (또는, 숲에서 도려내진) 말은 그것의 존재와 부재를 동시에 드러낸다. 사라져버린 말은 이제 여백으로 그 자리에 서있다. 어떤 사물과 사람은 그런 방식으로 존재한다. ■ 김성묵

Vol.20090520d | 김성묵展 / KIMSEONGMOOK / 金聖黙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