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515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09:30am~07:00pm / 일요일_10:00am~06:00pm / 공휴일 휴관
표갤러리 서울_PYO GALLERY SEOUL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58-79번지 신관 Tel. +82.2.543.7337 www.pyoart.com
사물을향한또다른시선 ● 우리의 미적 감각은 끊임없이 부딪치는 경험 세계의 일상에 대하여 무의식적 반응을 일으키고, 그로인해 각자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순수 감각마저 침해되고 있다. 물질적 풍요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점점 사물이 지니고 있는 기능과 역할에 따라 관념적 이미지로만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물의 관념적 이미지는 현대 미술에 있어서 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새롭게 인식되어 작가들의 자유로운 심상에 의해 거듭 태어나고 있다. ● 이 번 『Seeing beyond Seeing』展에서 소개되는 도병규ㆍ배민영 두 작가역시 사물이 지니는 관념적 이미지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기억과 관념들을 친근한 현실의 사물에 투사하여 새로운 시선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선으로 서로 다른 사물을 바라보고 있지만, 캔버스 위에 재탄생된 사물을 통해 그 안에 공존하는 자아의 모습을 드러내며, 인간 본연의 감정과 욕망의 다양한 심리적 요소를 들추어내고 있다. 도병규 작가의 작품 소재는 인형이다. 인형은 작가의 관념이자 곧 육체이다. 아울러 인형은 자신의 내면을 전달하는 완벽한 도구이다. 작가는 키덜트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을 인형으로 만든 결과 갇혀있던 세속적 질서로부터 자유로워진다. 행동과 사고, 몽상과 욕망, 그리고 무의식에 존재하는 본능까지도 인형을 통해 구현되어 세속적 규약에서 벗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인형은 그렇게 작가 자신이 의도하고 주조하는 작가의 분신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기억을 다양한 욕망의 주체로 승화시키는 작가는 유년시절 놀이의 대상이었던 개구리를 가학적으로 죽이고 다시 땅 속에 묻고 애도하면서 느꼈던 모호한 양면적 감정을 다양한 인형의 모습을 통해 서사적으로 연출해 내고 있다.
유년시절 작가가 경험했던 성적이거나 폭력적 유희는 비단 작가만의 경험은 아니다. 가학적 성애의 대상으로 인형을 탐닉해본 기억은 누구나 지니고 있을 것이다. 남자아이라면 한번쯤 치마를 들춰봤을 호기심, 그것은 어린나이의 호기심을 넘어 은밀하게 행하는 감각의 놀이다. 부서지고 깨어지기 쉬운 기억들, 그 속에 미끈거리는 점액들이 흘러내린다. 엄마의 자궁 속에 머물러 있는 삶, 작품 속의 인형들은 양수와도 같은 끈적거리는 점액질로 둘러싸여 있다. 어떤 것에도 접촉을 거부하고, 또 어떤 것도 그것에 손대려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성이 있는 액체의 형상은 인간의 본질적 정체와 욕망을 보호하는 방어막으로 현실의 사회적 감정으로부터 억압된 자아의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대체물이다. 인형의 눈망울은 초연하며, 무표정하고 모호한 시선은 인간 본연의 감정을 고스란히 비추어주는 거울을 연상시킨다. ● 「Seventeen Babies」에서 점액이 흘러내린 자리에는 또 다른 작은 인형들이 분신처럼 누워있다. 매끈한 바닥에는 점액이 흘러내리는 인형의 모습이 여과 없이 투영되어 실체와 그렇지 않은 것까지도 하나로 연결된 순환고리처럼 보인다. 각기 다른 곳을 응시하는 두 인형의 머리와 손이 끈적끈적한 점액으로 연결되어 있는 「Twin」에서도 방향은 전혀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공동체로 표현된다. 작가는 이러한 인형의 모습을 통해 인간 본연의 다양한 감정과 그에 따른 이질적 요소들을 한 화면에서 중첩하여, 내면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가 서로 대립, 공존하는 역설적 관계(상황)를 형상화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면 이야기를 페티쉬로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신작에는 기존에 등장했던 점액에 또 다른 페르소나를 등장시키고 있다. 인형이 쓰고 있는 가면은 사회적 요구와 역할에 따라 변화하는 이상적인 자아의 모습을 대변한다. 작가는 외부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일종의 추가적 안전장치로서의 가면을 통해 가족과 사회의 틀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고유한 심리 구조와 사회적 요구간의 모호한 경계지점에 있는 상징성들을 이끌어 낸다. 어쩌면 그 페르소나는 이상적인 모습일 수도 있고 혹은 그와 정반대의 모습 일런지도 모른다. 가면 뒤에 가려진 얼굴이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상상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배민영 작가의 작품 소재는 보다 다양하다. 작가는 진열대에 놓여 있는 다양한 사물을 통해 현대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소비에 대한 욕망을 그려내고 있다. 미니어처로 표현된 황금색 복 돼지, 요리사, 오리, 악단들을 비롯한 군중, 각기 다른 형태의 유리 용기에 담겨있는 술, 그릇가게의 단면을 보여주듯 차곡차곡 쌓여있는 빛나는 스텐리스 용기들, 섬세하고 투명한 고급 크리스털 공예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배민영 작가의 작품 주체는 경험적 세계의 존재양태를 과잉과 잉여로 규정하고, 그것이 소외되거나 부재한 자리에 경험세계의 의미와는 단절된 감각적인 것들의 농밀한 속삭임이다.
그러나, 작품속 사물의 집단적 이미지가 표현하고 있는 것은 풍요가 아닌 허무이다. 작가는 이렇듯 잉여와 초과의 가치를 통해 인간의 본연적 욕망을 발견하고 대리만족으로 향하는 또 다른 욕망의 얼굴을 구현해 낸다. 또한 작가는 정형화된 현대사회 속에서 주체적인 욕구 보다는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고민하고, 추구하는 모습에 도달하기 위한 욕망으로 가득 찬 군상들을 통해 일종의 허무주의적 세계관을 확립한다. 작가는 욕망 앞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양면적 가치관의 화해와 충돌, 극과 극에서 서로를 향해 던져지는 역설과 아이러니를 통해 일상적인 사물들에게 새로운 존재감을 부여한다. 작가는 사실적 묘사를 바탕으로 이러한 모순과 이중적 요소들을 직설법과 우회적인 방법으로 구사해나가고 있다. ● 이 번 전시에서 도병규와 배민영 작가가 생산해내는 시각적 이미지들은 작가의 의도와 감각의 확장을 위해 변주된 은유적 표상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관념적 이미지에 매몰시키지 않고 다양한 감각을 하나로 묶어 점차 해체되어 가는 세상에 통합의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은 작가와 사물의 상호관계 속에서 부여하는 의미 외에도 이를 넘어선 또 다른 자유로운 연상과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신소영
Vol.20090516d | Seeing beyond Seeing-도병규_배민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