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ary of skin-사이의 공간

이지은展 / LEEJIEUN / 李知恩 / sculpture   2009_0603 ▶ 2009_0609

초대일시_2009_0603_수요일_05:00pm

미술공간현 2009 기획전시 작가공모전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1:00am~06:00pm

미술공간현 ARTSPACE HYUN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82.2.732.5556 www.artspace-hyun.co.kr

작가가 최근에 표현하고 싶은 것은 사회구성원 사이의 경계선상에서 느껴지는 생경함과 독립심이다. 다수의 구성원들은 그 곳에서 타인을 느끼고, 공감을 하고, 다시 자신을 바라보며 사회 소속감을 가진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그 곳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외로움은 인간을 자괴적인 자세로 보게끔 이끌어간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타자들과 완벽히 공감되기 어렵고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개인 역시 완벽히 알기 어려움을 사회 속에서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즉, 개개인 사이에 교집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다만 우리들 사이에 맞물려 있는 경계의 공간이 존재한다. 그 공간은 나의 피부 바깥의 경계선상에 존재하며 나를 포함하지 않는 잉여의 공간이다. 그 속엔 우리들이 시각적으로 볼 수 없는 많은 기억과 감정, 그리고 에너지의 흐름이 있다. 이제는 나와 타자와의 경계적 의미의 공간에 집중하여 그 공간을 손 안의 공간, 손과 손, 몸과 몸 과 같이 인체 안의 사이의 공간(여백의 공간)을 이용하려 한다. 덩어리감이 느껴지는 사이의 공간들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낯설고 의아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일반적인 조소는 양(陽)의 형태를 보여주지만 작가의 조소작품은 음(陰)의 형태를 여실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자신의 피부와 애매하게 맞닿아 있는 외부 공간덩어리 속의 인체는 마치 지문처럼 개인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요소이고 어느 것이든 같은 것이 없다. 그만큼 개인을 대표하는 것이 인체인데 피부와 맞닿아 있는 외부의 공기들은 타인의 피부까지 연결이 되어있지만 결코 타인 속으로 파고 들어가진 않는다. 그 틈새의 공간을 통해 익숙하지 않은 풍경과 인간의 독립적 감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 이지은

이지은_사이 1-쥠_합성수지에 우레탄페인트_57×35×40cm_2008

비어있는, 그러나 가득 차있는 공간 ● 관계에 대한 관심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몸을 넘어선다. 나의 신체를 넘어 타인에게 이르기 까지 그 사이의 공간은 타인과의 거리인 동시에 우리의 감정과 에너지가 흐르는, 즉 무형의 '관계'가 존재하는 장소이다. 이지은은 몸-내부에서 시선을 돌려 이 무형의 관계가 채워진 몸 밖의 공간에 주목한다. 그는 이 공간을 몸의 표면서부터 조금씩 포착해 그 모습을 확대하고 색을 입히며 공간에 새롭게 연출한다. 외부와 접촉하고 관계를 맺는 시작점인 신체 표면, 그 곳에서부터 작가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보이지 않고 잡을 수 없는 이 공간을 시각화, 물질화 하여 하나의 대상으로 만든다. 그가 포착하는 공간은 살아 숨쉬는, 분명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물리적 실체를 가진 현존에 의지한다. 이 공간은 나와 타인과 사물의 존재로 그 모습을 결정한다.

이지은_사이 2-쥠_합성수지에 우레탄도색_93×30×25cm_2008

비어있는 공간은 물리적 존재감을 가지는 모든 사물의 외형으로 인해 형태가 생겨난다. 또 이 형태는 사물과 사물의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움직임으로 고정의 상태가 될 수 없으며 늘 변화한다. 여백의 공간은 이러한 물리적 현존에 의지해서 생성되기에 부차적 존재로 생각되며 우리의 인식 안에서 굳이 필요치 않은 존재로 각인되어있다. 그러나 이 부재의 공간은 사물과 사물 사이의 상호작용이 생성되는 곳이며 사물들을 매개하는 존재이다. 다시 말해, 사물로 인해 비어있는 공간이 생겨났다는 말은 정확치 않다. 무한한 공간에 우리와 온갖 사물은 첨벙 빠져있으며 이 공간을 통해서 매개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봄과 동시에 보여 지고 만짐과 동시에 만져지듯, 공간과 사물 또한 서로에게 의지하여 존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비어있는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 주체에 의해 생겨나는 부가적 공간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이지은_사이 3-쥠_합성수지에 우레탄도색_65×31×36cm_2009

또한 이 보이지 않고 잡을 수 없는 공간은 무수히 많은 관념과 사유와 인식으로 가득 차있다. 작가는 이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물과 사물 사이의 감정, 기억, 에너지, 그리고 공기의 흐름을 느낀다. 그는 보이고 만져지기 때문에 존재를 의심받지 않는 신체를 너 머, 부재로 인식되는 빈 공간에 가득 찬 존재들을 의식한다. 이 빈 공간은 보이지 않는 정신적 에너지와 우리의 행위, 관계로 가득 채워진 공간이며 서로를 매개하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존재'한다.

이지은_Flying_space1-뜨다_합성수지에 우레탄페인트_72×73×39cm_2008_부분
이지은_Flying_space1-뜨다_합성수지에 우레탄페인트_72×73×39cm_2008_부분

지각적 인식과 사유로 가득 찬 매개의 공간은 존재하되 시각적으로 부재한다. 작가는 이 공간을 가시화 하고자 한다. 비 물질의 존재를 보이고 만져지는 확고부동한 현존으로 만들며 그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제시한다. 존재하나 확인할 수 없는 공간은 물질화되고 대상화 되어 시각적 부재를 탈피하게 된다. 반면 물리적 실체로 꽉 차있던 존재는 그 물리성을 잃고 부재하게 되어 보이는 공간과 보이지 않는 공간의 전복이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이지은의 작품에서는 존재는 부재하고 부재는 존재하게 된다. 물질화, 고체화를 통한 시각적 제시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부각시키고, 이로 인해 사물 사이에서 조용히 숨 쉬던 공간은 지각되고 인식되며 보이고 만져짐으로써 의심받거나 간과되지 않는 확고한 존재가 된다.

이지은_Flying_space2-뜨다_합성수지에 우레탄페인트_48×73×18cm_2009

가변적 공간의 한 순간은 작가에 의해 포착되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보지 못했던 형태의 이미지가 인식되는 순간 그 모습이 매우 낯설다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시각적 부재는 시각적 존재로 다가오고, 이제 시각적 인식이 허용된 부재의 공간은 또 다른 부재의 공간을 만들며 낯선 풍경을 연출한다. 보이지 않는 것, 그렇기에 인식의 밖으로 밀려난 모든 것, 그것들이 인식되는 순간 세상은 매우 낯설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의 인식이 눈에 보이는 현존, 그것에 의지해있었다면 말이다. ■ 김지영

Vol.20090510e | 이지은展 / LEEJIEUN / 李知恩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