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 경계에서

On the boundary between I and I   박희경展 / PARKHEEKYUNG / 朴希卿 / sculpture   2009_0513 ▶ 2009_0519

박희경_Untitle-1_스테인레스 스틸_350×350×200cm_2009

초대일시_2009_051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_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조각가 박희경은 은빛색 비늘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스테인리스를 겹겹이 포개 입체 형태들을 제작한다. 다이아몬드 꼴의 입체들은 구심으로 모여 마치 암석에서 피어나는 수정(水晶)과도 같은 모습으로 눈부시게 나타난다.

박희경_Untitle-1_스테인레스 스틸_350×350×200cm_2009_부분

빛에 이끌리 듯 은빛색 비늘들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관람객은 갤러리 공간에 둘러싸인 자신의 모습이 그것을 가득 채우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작품 앞에 서 있는 "나"는 입체를 구성하는 겹겹의 면들에 비춰짐으로써 무한히 증식하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박희경_Untitle-1_스테인레스 스틸_350×350×200cm_2009_부분

박희경의 작업은 일견 올라푸 엘리아슨(Olafur Eliasson)가 『Take Your Time』展(2007.9.8~2008.2.24)에서 선보인 「Multiple Grotto」의 구조와 경험을 연상시킨다. 자연과 미술을 결합하고자 한 엘리아슨은 자신의 작업을 통해 관람객에게 인간의 이성으로 측정할 수 없는 무한한 자연의 "숭고(Sublime)"를 경험케 하고자 했다. 반면 박희경은 "나"라는 주체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Untitle-1」(2009)에 비춰진 갤러리 공간은 다이아몬드 꼴의 입체 방향에 따라 그것의 위치를 달리한다. 그 결과 우리의 인식론적 공간 분석은 박희경의 작업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예컨대, 다이아몬드 입체 형태를 구성하는 각각의 면에 비춰진 공간의 위치는 입체의 방향과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르다. 또 다이아몬드 형태를 구성하는 부분 부분들이 서로의 면들을 다시 한번 비추게 되면서 각각의 상(像)들은 서로 중첩되어진다. 따라서 비춰진 공간을 위·아래 혹은 좌·우로 재단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즉 박희경의 작업에서는 현상학적 경험만이 가능할 뿐이다.

박희경_Untitle-2_스테인레스 스틸_60×43×43cm_2009
박희경_Untitle-3_스테인레스 스틸_60×43×43cm_2009
박희경_Untitle-4_스테인레스 스틸_60×43×43cm_2009
박희경_Untitle-5_스테인레스 스틸_60×43×43cm_2009

이처럼 인식론적 분석이 불가능한 공간 속에는 박희경의 작업을 바라보는 "나" 또한 담겨진다. 앞 서 지적했듯이, 은빛색 비늘들에 맺혀진 "나"라는 존재는 나를 둘러 싼 파편의 공간만큼 나눠져 무한히 증식하는 듯하다. 수없이 반사된 "나"의 상(像)들 속에서 숨은그림찾기가 시작된 것이다. "난 누구인가?", "그곳에 실재의 나가 갇혀 있는 것인가?", "그곳에 있는 난 플라톤이 말한 그림자일 뿐인가?"라는 끝없는 질문들 속에서 답을 찾고자 할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말이다. 그렇다. 박희경은 현상학적 혼돈을 통해 "나"라는 주체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자신의 작업에서 관람객들이 조우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재은

Vol.20090510c | 박희경展 / PARKHEEKYUNG / 朴希卿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