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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마지막 화요일은 12:00pm까지
목인갤러리_MOKIN GALLERY 서울 종로구 견지동 82번지 Tel. +82.2.722.5066 www.mokinmuseum.com
이파리를 보고 생명을 그리다 ● 현대 회화나 조각이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이처럼 판화도 모노타이프(Monotype)나 데칼코마니(Decalcomanie)와 같은 우연적인 일회성을 넘어 입체 판화, 릴리프판화, 전광판화, 비디오판화, 컴퓨터판화까지 등장하고 있어 현대미술의 새로운 영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기명진의 작품을 보는 데에는 독특한 '표현기법', 절제된 '구성미', 상징적 '소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그의 작품은 물속에 수없이 담금질을 하고 잎맥만 남긴 보리수 이파리를 일일이 여러 색의 판화잉크로 찍어내어 붙여 내는 일종의 '판화 콜라쥬'기법으로 완성된다. 그의 작품에는 판화의 복제성과 회화의 유일성이 공존한다. 두 번째 구성에 있어서는 마치 시조의 운율처럼 규격화된 운조에 절제된 감정을 표현하려 애쓴다. 닮음과 규칙적인 평면 분할, 무한에 대한 끝없는 반복을 추구했던 에셔(M.C.Escher)의 판화를 어디 귀퉁이 과감히 잘라놓은 듯하다. ● 마지막으로 그의 상징적 '소재'를 보자면 '보리수 잎'을 빼놓을 수 없다. 흔히 올리브나무는 기독교를 보리수는 불교를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보리수(Ficus religiosa)는 뽕나무과의 활엽수로, 석가모니가 이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특별히 종교에 대한 은유를 담고자 했다 기 보다는 '생명에 대한 경의'를 담고자 했다는 편이 맞다. 하나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그 잎으로 싹이 나고 가지를 뻗어 꽃이 나고 열매를 맺고 가을이 되어 다시 낙엽으로 떨어지는 '잎'의 운명은 생명을 위한 온전한 희생이다. ● 그는 떨어지고 죽은 잎맥에 생기를 넣어 화려한 꽃으로,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드는 생명의 연금술사다.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근작에서는 중년에 접어들며 한층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두 장의 나뭇잎 사이에 솜을 넣거나 바탕에 솜을 까는 작업에선 흡수와 완충의 의미를 , 일정간격으로 씨앗 같은 색 점들을 수놓는 밑 작업에선 생명의 근원과 경이로움을, 소재의 균등한 구성에선 자연의 순환에 대한 겸손함을 표현하였다. 보는 이가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 안에는 작가의 치열한 고민과 수고로움이 그만큼 많이 베어있다는 증거다. 한때 젊음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피고 지는 생명의 순환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작가는 묻고 있다. ■ 박노영
잎자루와 잎맥만 남은 나뭇잎, 자연의 것이라면 색을 입히는 과정에서 쉬 으스러질 듯하여, 당연히 인공인 줄로 여겼다. 그런데 정말 나뭇잎이란다. 그래서 이번엔 화학약품으로 잎 몸을 녹인 것인 줄로 여겼다. 그런데 화학약품을 이용한 것도 아니란다. 보리수나무가 많은 어느 나라에선가 흐르는 물속에 보리수 잎을 일 여년 담궈서 잎 몸이 빠져나가게 한 것이란다. 아직 채색 작업에 들어가지 않은 미색의 보리수 잎을 만져보니, 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상 이상으로 유연하다. ● 나서 자라고,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서 혹은 물길에 의해서 잎 몸을 비워낸 후에야 작가의 손에 도착한 잎이 판화 잉크로 채색 되고, 또 여러 개의 잎들 틈에서 오직 작가가 찾는 크기와 모양을 가진 잎만이 바느질로 기워지고 작품 속에 배치되는 과정을 상상해보면, 절로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거친 손길이 아닌 정성 어린 손길을 떠올리게 되며, 그 손길 사이사이에는 자연에서 온 나뭇잎의 편안함과 솜이 주는 따스함이 스민다. ● 그런 기다림과 정성 어린 손길과 편안함과 따스함의 정서는 그녀의 작품 속에도 고스란히 베여있다. 그녀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자신의 참 모습을 찾기 위한 과정이며, 자신의 그림에서 기대하는 것이 타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삶에 대한 온기와 희망을 갖기를 바라는 것이라면, 그녀는 참 행복한 사람이겠구나 싶다. 그녀의 작품을 보며, 화가로 살아가는 그녀의 삶을 긍정하고, 그녀의 작품이 주는 온기를 느끼는 한 사람이 여기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이번 전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작품에 포근히 안길 수 있으리라. ● 「leaves-concerto」는 4×11 행렬로 짜여진 설치 작품으로, 각각의 지점마다 다양한 색의 잎들이 겹겹이 꽂혀 있다. 그 겹쳐짐으로 인해 보색들 간의 색 충돌은 사라지고, 입체감이 생기며, 입체감을 얻은 저마다의 잎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예상치 못한 드로잉이 되어 리듬감 있는 협주곡을 연주한다. ● 「어느멋진 봄날에」라는 작품은 마그리트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구도이면서도 나뭇잎 설치 작품을 찍은 사진 위에 솜을 채운 밝은 잎들을 재배치했다는 점에서 새롭고, 배경 사진이 주는 온화한 색감과 솜을 채운 잎들이 주는 폭신폭신한 양감이 서로 조화로우며, 배경 사진의 그림자와 덧붙인 나뭇잎의 그림자가 서로 다른 시점이라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 박재영
기명진 작가님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뜨인 것은 무지갯빛 「알을 품은 나뭇잎」이었습니다. 각각 자기만의 알록달록 꿈을 품고서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에 사는 수많은 벌레들의 알들…. 그 예쁜 꿈들이 부화하여 곧 자기만의 날갯짓으로 저 파란 하늘을 향해 높이 날아다니겠죠? 알들을 품던 나뭇잎들은 보통 땅 밑으로 떨어져서 자기 임무 수행의 완수를 당연시 여기며 낙엽으로 전락하지만, 기 명진 작가님의 나뭇잎들은 다릅니다. 예쁜 꿈의 알들을 부화시켜 또 하나의 생명으로 탄생시킨 그 나뭇잎들은 "솜사탕 나뭇잎"이 되어 그 누군가에게 "달콤함"을 선물하기도 하며, 그 나눔의 기쁨을 마흔 네 개 오케스트라 나뭇잎 단원들의 따뜻하고 고운 선율로 "콘체르토"를 연주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나뭇잎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누구인지는 벌써 다들 눈치 채셨겠지요? 이렇게 나무 잎사귀 마을에는 없는 거 빼고 다 있답니다. "어느 멋진 봄날에" 나뭇잎 뒤에서 숨바꼭질을 하는 노랑, 분홍, 초록, 하양, 파랑 나뭇잎 나비들을 만나러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하면서 각자 나 만의 나뭇잎도 한번 찾아보시는 경험을 꼭 누리시길 바랍니다. "어머, 제 것은 바로 저기 보이는데요! " ■ 신원미
Vol.20090509d | 기명진展 / KEEMYOUNGJIN / 奇明珍 / painting.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