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theosis

이제형展 / LEEJAEHYUNG / 李制炯 / sculpture   2009_0506 ▶ 2009_0524

이제형_Apetheosis_체리나무_210×185×50cm_2009

초대일시_2009_050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pm~06:00pm

덕원갤러리_DU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번지 5층 Tel. +82.2.723.7771~2 www.dukwongallery.co.kr

인간의 끝없는 여정 ● 이제형은 인류가 하나의 종으로 시작으로부터 현재 어떻게 진화해 왔으며 앞으로 어떠한 종으로 변화해 갈 것인가에 그리고 그들이 존재하는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인간은 많은 생명체와 함께 지구에 살고 있지만 다른 동물들과는 다른 특별한 종으로써 변모해 나가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를 신격화하면서 신들의 영역으로 다가서고 있다. 다시 말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던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면서도 다른 종들을 보호하고 또 새로운 생명체를 실험하는 등 이전까지 종교에서 인간들이 받들던 세상을 창조한 신의 모습에 다가가고자 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렇게 과학을 발전시키면서 신의 영역에 다가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최첨단의 새로운 과학 기술을 통한 빠른 속도에 적응하고 뭐든지 빠르고 새로운 것만 추구함과 동시에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진 수공적인 것이나 시간이 많이 축적되면서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이중적인 인류의 모습을 우리에게 제시하며 인간의 본질과 본성에 의해 반복되는 순환구조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제형_Vuddha_오크, 호두, 체리, 마호가니_145×125×48cm_2008
이제형_D021709_체리, 호두, 마호가니, 오크, 단풍나무_150×110×45cm_2009

작가는 이러한 현상들을 크게 두 가지 맥락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는 시기인 Digilog의 시대라고 생각하며 앞으로의 미래도 이런 시대로 진행되리라고 생각하는 시공간의 개념이다. 또 하나는 Apetheosis(원숭이 신격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신의 영역까지 넘보는 창조자로서 인류의 모습 다시 말해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Digilog시대를 상징하며 과학을 대표하는 로봇과 우리 인간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 유인원 혹은 원숭이를 만들어 낸다. 인간은 로봇의 형태를 신이 인간을 만들었을 때와 같이 자신의 모습에 가까운 존재들을 만들어 낸다. 그렇지만 이제형이 만들어내는 로봇은 과학문명을 대표하는 로봇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수공적인 방법으로 나무를 깎아 박스형의 몸통을 가진 모습으로 만들어 낸다.

이제형_D120907_마호가니, 호두_148×83×38cm_2008
이제형_D022009~D041009_호두, 체리, 물푸레나무, 오크, 단풍나무_가변설치_2009

「D120907」은 책장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거나 「D021709」처럼 몸 안에 인간의 장기와 척추 같은 구조들이 그득히 들어있으나 로봇에게 필요한 장치는 아닌 다시 말해 전혀 하이 테크놀러지의 기계적 장치들을 보여주지 않으며 오히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고풍스러운 장식품처럼 등장한다. 이러한 서로 상반되는 요소들의 충돌을 통해서 디지로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중적이면서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가볍고 위트있게 우리에게 보여준다. 「Apetheosis」는 원숭이가 세상을 초월한 것같이 자비로우면서도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얼굴 표정을 하고 두 팔을 벌리고 있는데 몸통에는 문이 달려있고 문이 열리면 그 안에 넓은 초원이 그려져 있다. 그 앞에는 다양한 포즈를 하고 있는 조그마한 로봇들이 원숭이를 숭배하듯이 바라보고 있다. 마치 로봇들이 다시 돌아가야 할 이상향은 원숭이 안에 그려진 너른 풀밭 다시 말해 자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러한 인스톨 작업을 통해서 결국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달하려고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도 결국 그들이 돌아가고자 하는 곳은 아날로그 적인 세상이 아닌가? 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작가는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이것은 인류에게 있어서 과거에서부터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순환구조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 깨달음을 얻은 원숭이는 다시 과학을 발전시킬 것이며, 이런 로봇들을 만들어 낼 것이고 이 로봇들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고 다시 원숭이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작가는 이러한 반복적인 순환구조를 만듦으로써 우리 인간의 본질에 조금 더 다가 갈 수 있게 만든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작가 자신도 이 구조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작가 자신도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창조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작가의 작품에 시작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내재되어있는 전제이다. 「Vuddha」는 이러한 것들을 함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데 부처는 원래 인간이었고 깨달음을 얻어 종교의 숭배대상이 된다. 그러나 불교에서의 윤회적인 삶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일어날 것이고 해탈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면 그 윤회의 삶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이다. 이러한 부처를 기존의 종교적인 도상을 사용하지만 가구로 변형시키고 원래의 단어에서 B를 V로 바뀌어져 새로운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더 이상 종교의 숭배대상인 부처가 아닌 다른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우리는 작품 안에 그려져 있는 원이나 머리의 모습 손동작을 통해 여전히 부처임을 짐작할 수 있다. 작가의 의도에 의해 불상이 아닌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되었지만 부처로 인식되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완벽하게 가구도 아니고 종교적 숭배대상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디지로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자 창조자인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형_Apetheosis_체리, 호두,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오크, 마호가니_가변설치_2009
이제형_A112908_호두, 오크, 플라스틱에 아크릴채색_280×150×50cm_2009

이제형은 이러한 이중적이고 반복과 순환적인 작업을 통해서 결국은 우리 모두는 이러한 틀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무한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 안에 어느 한 지점에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중적이고 반복되는 순환구조가 인류를 진화시키고 창조적인 존재로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들은 이러한 구조를 파악하고 알아갈 때 인간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으며,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 것이다. 작가 역시 이러한 순환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며 조금씩 진화해 갈 것이다. ■ 신승오

Vol.20090509a | 이제형展 / LEEJAEHYUNG / 李制炯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