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0507_목요일_06:00pm
갤러리 스케이프 기획展
참여작가 권오열_노상준_Frederic Houvert_임소담
관람시간 / 화~금요일_10:00am∼07:00pm / 주말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스케이프_GALLERY skape 서울 종로구 가회동 72-1번지 Tel. +82.2.747.4675 www.skape.co.kr
스플린Spleen은 정의할 수 없는 이유로 '우울해'지는 상태를 의미하는 불어 단어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기분을 정의함에 있어 화(火)가 우리의 몸 속에 검은 액체를 들이 붇는 것으로 여겼고, 이렇게 생성된 검은 걱정이 곧 '우울'의 원인이라고 믿었다. 멜랑콜리Melancolie와도 통하는 이 우울은 문학에서 슬픔을 의미하게 되었고, 이것은 광기와 천재성의 근원이 되기도 하였다. 문학의 지성과 세기말의 병적 현상의 흐름을 타고 19세기 유럽 낭만파 문학에 의해 널리 사용되었던 이 용어는 보들레르에 싯구를 타고 '유행'처럼 번졌다. 초기의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어원에서 점차 지성, 사랑, 죽음 등의 개념과 결합한 이 '우울'은 낭만이라는 상태로까지 승화되어 예술적, 철학적 표현의 방식으로 자리잡기에 이른다.
권오열에게 숲은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휴식의 장소이자 사색의 장소이며 작품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이다. '낯선 숲' 사진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숲을 이루는 나무들의 군집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를 엿보기도 하고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멀리에서 '수동적으로' 당겨진 렌즈에 선명하게 포착된 나뭇잎들은 눈에 익은 식물들을 낯설게 보이게 하고 수많은 상상을 낳는다.
골판지로 '아슬아슬'하게 만들어진 노상준의 미니어처 조각들은 시간을 거슬러 꿈속의 한 장면 혹은 아득한 어린 시절로 우리를 인도한다. 영국 유학시절 한국과 유일한 '끈'으로 인식되었던 소포 박스는 작가의 손을 통해 욕망을 대변하는 조각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조각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엷은 수채화 물감이 덧입혀진 노상준의 미니어처 조각들은 노스텔지어의 옷을 입고 기억이 기억하는 만큼의 디테일을 지닌 채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담아낸다.
임소담의 회화에 등장하는 백색증에 걸린듯한 인물들은 얼굴을 옷 더미로 가린 채 앉아 있거나 튜브를 타고 알지 못하는 곳을 떠다닌다. 몽환적 배경 속의 인물들은 환경에 스며들지 못하고 존재감이 없어지듯 탈색되어 나른한 자세로 감정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패턴 페인팅과 월 페인팅을 넘나드는 프레데릭 우베르는 꽃과 식물 모티브를 바탕으로 서정적인 회화 세계를 추구한다. 고요하고 조용한 여백과 패턴의 조화를 기조로 한 프레데릭 우베르의 작품은 머무르다 떠나는 흔적만을 남기는 듯 하다. ● 이번 전시는 Spleen의 이미지를 찬란한 봄의 이미지에 대입하여 '낭만적이며 멜랑콜리한 봄날의 감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생기 발랄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완벽한 공상의 장소, 상상의 지배를 받는 감성이 이성보다 우월한, 한껏 낭만적인 공간이 연출되어 나른한 봄날의 게으름이 허락될 것이다. ■ 김윤경
Vol.20090508g | Splee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