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웅덩이

이미애展 / LEEMIAE / 李美愛 / painting.drawing   2009_0506 ▶ 2009_0512

이미애_물 웅덩이_캔버스에 혼합재료_65×65cm_2009

초대일시_2009_0506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_TOPOHAU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82.2.734.7555 www.topohaus.com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는 것 ● 하늘을 담은 바다, 숲의 하늘을 담은 옹달샘, 복잡하고 바쁜 일상을 담은 거리의 물 웅덩이, 이들의 끝없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바람에 의해서이다. 물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내가 서있는 가장자리, 그리고 바람이 지나가는 길 어느 지점의 가장자리이다. 잔잔히 움직이는 물 위에 돌을 던져보면 그 원에의해 수면위의 보여진 이미지들은 걷어지고 물속의 풍경이 드러남을 알 수 있다. 물속에 보이지 않던 깊은 공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듯이 내 앞에 놓여진 많은 대상들을 통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여지고 의미를 찾게 된다. 우리는 같은 곳을 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이야기를 풀고, 다른 것을 담는다. 자신의 모습도, 세상도, 자신의 내면을 터치하는 가장자리 언어들도 다른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깨닫는다. 그렇게 세상도, 담아내는 물 웅덩이 형태도, 찾게 되는 의미들도 각기 다른 모습들이다. 시간에 의해 하늘의 빛이 변화하고 그로 인해 땅 위에 것들이 변화해 가듯이, 물 웅덩이도 비어지고 채워지며 변화해 간다. 먼 하늘 위에서는 정지된 듯 담긴 바다, 옹달샘, 웅덩이의 물이지만, 가까이 바라보는 지점에서는 작은 바람에도 끝없이 반응하며 물결의 울림들이 이어지고 있는 물 웅덩이들이다. 내가 서있는 이 지점에서 흔들리며 흘러가는 삶의 보여지는 것 너머의 보여지는 것을 바라보게 한다.

이미애_물 웅덩이_캔버스에 혼합재료_65×65cm_2008
이미애_물 웅덩이_캔버스에 혼합재료_50×72.8cm×4_2008
이미애_물 웅덩이_캔버스에 혼합재료_50×72.8cm×2_2008

'인간은 자기가 지나가는 장소에 멈춰서서 그곳의 아름다움을 음미해 보고자 하지만 「걸어라! 걸어라!」하고 외치는 어떤 준엄한 힘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나그네이다' 라고 보쉬에가 한 말처럼 우리는 내 가장자리 대상들에 너무도 무심하다. 너무 멀리 시선을 두고 그곳을 바라본다. 왼손 드로잉은 일상적인 나의 가장자리 대상들에게 멈춰서서 시선을 돌려 나를 보고, 나의 생각을 읽고, 나의 가벼움을 찾아 느끼는 작은 산책과도 같다. 늘 내 주변을 맴돌고 있지만 보지 못하던 대상들을 보면서, 그리고 늘 나의 일부지만 존재감을 잊어 버렸던 왼손으로 드로잉을 하면서 새로운 대상이 되고, 새로운 시간이 되어 가는 부유(浮游)하고 가벼워 지는 나를 느끼며 걷는 일상을 이미지와 글로 표현하였다.

이미애_물 웅덩이_캔버스에 혼합재료_112×145cm_2008
이미애_부유(浮游)하는 현상_종이에 연필_70×100cm_2000
이미애_왼손 드로잉_종이에 연필, 수채_18×12.4cm×55_2006~2007_부분

'사과가 사과 안에 갇혀 있다'라는 세잔의 말은 표면보다는 깊이를 감추고 있는 보이는 사과에서 본질적인 것을 찾아낸 것이다. 우리의 보이는 세계를 생각하는 세계로의 전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듯 시선의 초점이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내면적 대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시선은 무한하고, 다(多)의미를 가진다. 투명한 시선은 하나의 대상을 하나의 의미만으로 묶여진 불투명성이 아니라, 하나의 대상은 그 이상의 여러의미를 줄 수 있는 열린 시선을 말하는 것이다. 시선은 의미를 뜻하기도 하고 보려는 욕구이기도 하다. 투명해 진다는 것은 보고자하는 욕구에서 벗어나 음미하며 시선을 사유의 시선으로 놓아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시선을 명확히 정의 내리고 받아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느껴지고 보여지는 것을 표현하여 사유하도록 유도하는 열린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투명한 시선은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런면에서 물은 땅의 시선이 되고, 나와 세상의 거울이 되고, 하늘과 땅 사이의 시공간을 담을 수 있다. 보여지는 것에서 사유의 시선으로 새로움이 나타나는 물이기도 하다. 그 물을 담는 그릇의 웅덩이를 통해 삶의 작은 산책을 한다. 그 산책 속에서 바람처럼 시간의 지나감을 보고, 주변의 가장자리 대상들을 담아 삶을 바라본다. ■ 이미애

Vol.20090506e | 이미애展 / LEEMIAE / 李美愛 / painting.draw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