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선展 / KIMHANSUN / 金漢宣 / sculpture   2009_0506 ▶ 2009_0512

김한선_꿈으로 향하는(Toward a Dream)_브론즈_210×146×55cm_2009

초대일시_2009_0506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우림_GALLERY WOOLIM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27번지 Tel. +82.2.733.3788~9 www.artwoolim.com

시간과 공간의 연결고리 ● 현대미술이 주는 고유의 강점이 있다. 눈앞에 펼쳐진 대상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미술가들이 독자적인 해석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또 하나의 사실은 무한한 사고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현대미술은 규범과 원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졌다. 여유로운 관점을 가진다는 점에서는 관객도 마찬가지다. 물론 여기에는 해석이라는 문제가 뒤따르기도 하지만 고유의 즐거움도 있다. 그 즐거움 가운데 주목할 점은 예술이 우리의 삶을 반영한다는 사실이다. 갖가지 일상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상 사이에는 항상 시간과 공간이 놓인다. 이 시공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삶의 중심축으로 어떻게 조작하거나 활용하는 가는 모두의 관심사다. 더욱이 미술가에게 있어서 두 재료는 더없이 중요한 작업소재가 된다.

김한선_꿈으로 향하는(Toward a Dream)_한지, 오브제_50×60×7cm_2009

김한선 작가의 작품을 대하면서 이 같은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은 그가 양자를 통합한 작업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그의 작업은 자유로운 상상에 기초한다. 원래 훌륭한 예술가는 솜씨의 권위자들이다. 주어진 재료를 뜯어내고 이어 붙인다. 그는 작업에 대한 유연한 시각을 가졌다. 사고가 자유롭다는 것은 대상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눈에 보이고 안보이고는 문제 되지 않는다. 규범과 상식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다주는 일이 현대 미술가들에게 필요해졌다. 제시된 사물에 작은 변화를 주는 일만으로도 우리의 사고에 파장이 인다. 작품이란 그 파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가치가 매겨질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예술가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일이다. 여기에는 개별적인 경험과 사유가 녹아들어야 한다. 동시에 재료를 통합해 보여줄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러저러한 요인들이 서로 엮어져 하나의 예술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김한선_꿈으로 향하는(Toward a Dream)_석고슬립 캐스트, 금속_162.5×98.2×30.5cm_2009

일찍부터 김한선 작가가 관심을 기울인 일은 선을 긋는 행위였다. 오브제를 화면에 붙여 재구성하는 일도 같은 관심사에서 비롯된다. 그는 자유롭게 드로잉 하고 형상을 해체하여 표현과 액션 속으로 자신을 몰고 갔다. 돌이켜보면 지난 80년, 90년대를 가로지르는 동안 이러한 작업은 지속되었다. 그는 만들고, 결합하고, 이질적인 요소들을 통합시켜 왔다. 이후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안료덩어리나 흙, 혹은 도자 파편들을 이용한 회화다. 여기서 그는 '물질'의 존재와 '사물'의 존재 간의 관계를 다루었다. 하나는 물감의 층에서 우러나오는 질서요, 또 하나는 기존 오브제가 주는 독립성이다. 이러한 작업의 결과는 본질적으로 작가의 시선이 외부보다는 내부로 향해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 이러한 작업방식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우리의 전통 유물(기마인물상)을 크기와 재료를 달리하여 평면회화와 함께 제시하는 발상을 내놓기에 이른 것이다. 이는 부조효과를 추구한 예전의 작업에서 진일보한 태도로서, 여기에는 복합적인 사유와 일련의 실험성이 자리 잡고 있다. 중견 작가가 무슨 실험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특징은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리얼리티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서 그 리얼리티는 자신이 바라보는 현실에 대한 검토를 말한다. 그가 기획하는 현실은 형식적 측면에서는 관념적인 느낌을 자아낼 수 있으나, 메시지는 구체적이다. 따라서 작업전반에 걸친 그의 리얼리티를 검토하는 일은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지름길이 될 것이다.

김한선_我-푸르름-現實(The Ego-Being Green-The Reality)_ 석고슬립 캐스트, 구리동전, 금속_68×98.2×30.5cm_2009

김한선 작가의 리얼리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가진 사고의 틈새로 들어가야 한다. 그 현실은 한 작가가 어떤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가를 드러내준다. 동시에 이런저런 우리의 여건에 대한 의문을 담고 있다. 곧 왜곡된 현실에 대한 작가의 반응방식이 곧 그의 리얼리티의 중심축이자 접근통로다. 부언하자면 그의 작품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 피폐해지는 이 세계에 대한 발언이다. 즉, 병들어가는 지구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자하는 작가의 사유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작가는 주어진 우리의 현실이 편리하고 풍요롭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왜곡되고 불투명한 실상을 말하고자 한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작가의 사고가 함축된 것이 리얼리티에 대한 접근방식이라 하겠다. 「푸르름의 상실」이라는 명제 하에 오랫동안 작업을 해온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 일찌감치 한 학자는 '말없는 사물'을 말한 적 있다. 사물은 인간과의 정신적인 대화를 통해서만 진정한 자신의 본질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도구적이고 피상적인 언어의 사용으로 인하여 진실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아무도 한 존재의 진정한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 작가가 말하려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깊은 침묵 역시 사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 이것이 김한선 작가가 말하려는 리얼리티에 대한 성찰이라 하겠다.

김한선_넘겨다 보고 싶은 미래(The future to look forward to)_ 석고슬립 캐스트, 구리_98.2×68×30.5cm_2009

이러한 정신성을 바탕으로 한 김한선 작가의 방식은 이야기 조각을 이리저리 배치하여 현실을 새롭게 구성하는 일이다. 일종의 몽타주 기법이자 조합과 배열의 작업이기도 하다. 김한선 작가는 상이한 시간대에 발생한 역사적 진실, 혹은 문화를 지금의 시점에서 결합한다. 마치 역사가, 혹은 유적발굴자의 입장에 선 것처럼 시간의 층을 넘어 당대 고유의 문화적 파편을 끌어들인다. 그로 말미암아 현재의 문화적 장소와 맞닥뜨리게 하여 긴장 관계를 만든다. 그 대표적 사례가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신라의 기마인물상을 끌어들인 것이다. 작가는 그 인물상을 모델로 틀을 만들어 본을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크기와 재료로 재연출하였다. 낯선 시공간으로 기마인물상을 불러온 셈이다. 이 같은 시공간을 넘는 혼합적 요소는 이전 문화에 대한 수용과 해석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이는 문화를 엮는 행위로써, 역사의 순서를 뒤섞는 방법을 보여준다. 선형적이지 않은 시간은 작가에게 있어서 중요하다. 고대문화와 당대 문화를 융합시키는 작가의 방식은 시간의 거리, 공간의 거리를 좁혀 준다. 사실 그가 드러내고자 한 것은 이 순간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적 저장고에 보관해놓은 이미지다. 결과적으로 그의 작업은 작품 속에서 여유와 공간감을 얻게 되었다. 아울러 과거의 거친 행보가 정리된 결과물로서 제시되고 있다. ● 아무튼 이번 전시의 포인트가 될 이 기마인물상, 특히 석고 틀에 결합된 철제다리는 현대인의 속절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물질추구, 끝없는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인 셈이다. 다분히 실험성이 강한 이 작업은 또 다른 꿈의 여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전시장에 별도의 녹색 빛 조명을 설치함으로써 입체작품 간의 연계를 추구한다. 감상자는 라이트 박스에서 흘러나오는 미묘한 불빛이 작품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평면작업은 내적인 사유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예전과 같다. 변화라고 한다면 「기마인물상」과 같이 연결짓고자 한다는 점이다. 입체를 염두에 둔 평면회화에서는 예전의 거친 표현성이 다소 정리된다. 격정보다 오히려 침묵이 주는 주목성을 염두에 둔 것처럼 보인다. 평면회화에 드러나는 실루엣은 변형된 인체형상으로서, 그 윤곽으로부터 현대인의 뒷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세속적인 삶을 살아가는, 그러나 감추어진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표현방법은 모호한 형태로 남겨 놓는다. 그의 기마인물상이 구체성을 띤 것과는 달리 상대적인 입장에서 접근하려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 하겠다. 평면과 입체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은 매체와 사유의 통합이라는 제작방법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김한선_또 하나의 실체-회색의 허상2(Anoter substance-A virtual image of gray color)_ 혼합재료_245×331×12cm_2009
김한선_또 하나의 실체-회색의 허상(Anoter substance-A virtual image of gray color)_ 혼합재료_245×331×12cm_2009

이러한 지점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평면이라는 틈새에서부터 완연한 입체로의 긴 여정이었다. 그러나 그의 길은 일반적 매체변화의 경로가 아니다. 다시 말하면 입체가 곧 평면이고 평면이 곧 입체라는 유기적 관계를 상호 주고받고자 한다.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는 그러한 입장에 선다. 아무튼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기마인물상'은 작가에게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어 주었다. ● 이 작업에서 김한선은 현대미술이 주는 즐거움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상을 감상자들로 하여금 새 문맥 속으로 끌어들이도록 한다. 굳이 과도한 의미부여가 없어도 좋을 것이다. 그는 독자로 하여금 각자 해석하도록 내버려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우리의 역사와, 일상이 만나는 교차지점을 넌지시 보여준다. 동시에 시간의 터널을 통과할 때 우리의 모습도 비추어준다. '우리가 있기 때문에 역사가 존재한다. 그러기에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라고 한 지식인은 말했다. 김한선 작가의 작업 역시 오늘날의 현실이 있기에 제안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그 리얼리티의 범주에서 호흡하는 역사적 산물이다. 아울러 우리의 삶과 일상이 미술 속으로 깊숙하게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 ■ 감윤조

Vol.20090505f | 김한선展 / KIMHANSUN / 金漢宣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