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Words

허보리展 / HURBOREE / 許보리/ painting   2009_0504 ▶ 2009_0510

허보리_새우잠_캔버스에 유채_122×122cm_2009

초대일시_2009_0504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토~일요일_11:00am~06:30pm

갤러리 영_GALLERY YOUNG 서울 종로구 삼청동 140번지 Tel. +82.2.720.3939 galleryyoung.com

말 속에 숨어있는 상상들 ● 글을 쓰다가도 무언가 막히면 따로 그림을 그려서 설명했던 때가 있었다. 글보다 그림이 빠르다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내게 언어는 그림보다 어려운 것 같다. 특히나 복잡한 무엇인가를 하나씩 꼬집어서 설명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보다는 은유나 의인화와 같은 비유법이 편한데 이때 그 언어적 표현들에서 엉뚱한 상상을 시작한다. 소파에서 불편하게 잠을 자는 남자는 새우가 되고, 설겆이를 하다 냄비의 엉덩이를 만지기도 하고, 입술에 닿는 따뜻한 커피의 우유거품은 추운겨울 얼굴의 반을 감아버린 목도리가 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이미지가 있다면 더 효과적으로 내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것을 그리기 시작했다.

허보리_가죽빵_캔버스에 유채_122×122cm_2009
허보리_해물우동_캔버스에 유채_72.9×91cm_2009
허보리_산발_캔버스에 유채_80×80cm_2009

그리고 난 그러한 표현들이 글자로 머물러있거나 순간의 음성으로 표현되고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사법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영원히 이미지로 기록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말하는 또 다른 방법이므로, 사진과 영상과 같은 매체보다는 내 호흡을 살릴 수 있는 붓과 캔버스를 선택했다. 어떠한 표현적인 터치나 감정을 많이 가하지 않고 최대한 중성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그 이미지의 시작은 '단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려진 단어를 통해서 그 당시의 상황을 실감나게 유추하도록 유도한다.

허보리_쵸코칩 나무_캔버스에 유채_80×80cm_2009
허보리_풀방석_캔버스에 유채_80×80cm_2009
허보리_엉덩이_캔버스에 유채_80×80cm_2009

말이나 글 속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두 사물은 캔버스 안에서의 첫 만남을 낯설어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둘이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한 화면에 어울리도록 요리조리 넣어본다. 모르던 두 남녀를 만나게 해 인연을 맺어준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서로 불편해 할 수록 오히려 더 신이났다. 평소에 하는 말과 글 속에는 이런 숨겨진 상상들이 너무 많다. 그 이미지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보여주어 말로 못다한 나의 느낌들을 전달하고자 한다. ■ 허보리

Vol.20090504b | 허보리展 / HURBOREE / 許보리/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