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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430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평일_11:00am~06:00pm / 주말 휴관
한글라스 파란네모 갤러리 HANGLAS BLUENEMO GALLERY 서울 강남구 신사동 592번지 윤성빌딩 1층 Tel. +82.2.512.5225 www.myhanglas.co.kr
너와 함께 ● 몇 일째 꽂아 놓은 밥통에는 이미 누렇게 변색된 밥알들이 지친 듯 나를 응시하고 있다. 밥 한 그릇을 푸고는 코드를 뽑아 놓는다. 노란 밥 한 그릇과 청국장과 구운 김 그리고 김치를 작업대에 놓고 식사를 한다. 나도 밥알들만큼이나 지쳐있나 보다. 아무런 흔들림 없이 이들을 목구멍에 집어넣는다. 구름 낀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청량하지 못한 뚜렷함, 스물 스물 가슴이 데어지기 시작한다. 꾸역꾸역 다짐하듯 먹고 있는 이 식사에 너를 초대하고 싶어진다. 언제나처럼 너는 허상이고 동시에 꿈이다.
나는 항상 너의 곁을 맴돌고 서성이다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현기증이 날 만큼 기진맥진한 상황에서도 나는 너를 생각한다. 가을바람처럼 선선하게 너를 그려본다. 담벼락 아래 자리한 풀잎의 포근한 그림자처럼 너를 안고 싶다. 어느덧 소담하게 피어오른 하얀 접시꽃처럼 그렇게 긴 목을 내밀며 나에게 오는 너를 간직한다. 잔잔하게 흘려가는 물결을 바라보며, 적당히 눈부신 태양아래, 마른 입술을 축이듯 너는 나에게 왔다. 요동도 없이 나의 심장에 꽃을 피우고 바람처럼 다시 허상이 되어버린 너를 나는 그린다. 쓱싹거리는 대나무 숲을 거닐다 너의 흔적을 발견한다. 푸른 잎들 사이로 너의 그림자가 보인다. 나의 눈은 너를 응시하고 나의 손끝은 너를 향해 있다. 나의 허상이자 나의 꿈이여! 나는 너를 어쩜 영영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네가 아무런 요동도 없이 나에게로 왔던 그날처럼 나는 다시 너를 보낸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소낙비처럼 거세고 시원한 빗줄기가 내리리라. 짝짝 갈라진 흙바닥위에 내리는 저 비의 행진처럼 가슴 아래로 스며들어 이 갈라진 감정에 싹을 틔우리라.
나는 한 작가를 기억한다. / 너무나 인간적이였던 / 너무나 열정에 가득 찼던 / 예술의 환희 속에서 꿈꾸는 눈동자를 가진 그를 // 그로 인해 내가 유리작업을 시작했고 / 그로 인해 예술의 환희를 맛보았고 / 그로 인해 지금까지 꿈을 꿀 수 있었다. // 내 생애 이 보다 더 훌륭한 스승을 / 만나지 못 할 것이다. / 그는 이제 신의 곁으로 갔다. // 네가 알고 있는 가장 훌륭한 작가이자 / 너무나 인간적이였던 나의 스승인 / 요한네스 헤벨 선생님께 이 전시를 바칩니다.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강희경
Vol.20090425d | 강희경展 / KANGHEEKYUNG / 姜熙經 / painting